2000년대에 SW시대가 도래한다는 것은 이제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90년대 중반 이후 SW는 컴퓨터의 한 부분으로서의 의미를 벗어나 모든 산업을 지배하고 사회와 문화체계를 다시 정의하는 도구와 수단으로 바뀌었다. 또 개인의 능력과 기업의 생산성은 물론 국가경쟁력을 좌우하는 것도 SW다. 세계 각국은 저마다 SW를 국가 전략산업으로 육성하려는 의지를 보여주고 있고 기업들은 새로운 기술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우리 정부도 늦기는 했지는 올 초 2000년대를 준비하는 SW 종합육성대책을 발표하고 각종 정책자금을 확보하며 기업들의 분발을 촉구하고 있다. 정부가 기업과 연구소 등의 의견을 수렴해 마련한 SW 종합육성대책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기업들의 시선을 해외로 돌리게 하자는 대목이다. 글로벌 환경에서만 산업육성과 발전이 가능하다는 것인데 이는 SW의 가장 기본적인 특성과 맞닥뜨리는 것이기도 하다.
SW는 그동안 정부가 중점 육성해온 자동차나 가전산업과 달리 기술과 상품 모두에서 내수용과 수출용 구분이 없으며 또 그렇게 구분해서는 안되는 분야다. TV나 비디오 등 다른 전자제품처럼 독립적으로 사용할 수 없는 특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SW는 프로그램이 실행될 하드웨어, 네트워크, 주변기기는 물론 다른 SW들과 호환성이 확보돼야 한다. 또 앞으로 쏟아져 나올 새로운 하드웨어나 SW와의 호환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 아무리 우수한 SW가 개발되더라도 업계 또는 각 분야에서 상호 협조체제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사용자들에게 다가가기도 전에 사장되고 만다.
세계 SW산업을 주도하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 「윈도95」는 PC, 주변기기, 응용SW회사 등 수천여 기업들의 협조속에 개발돼 오늘날 표준 운용체계로 자리를 잡았다.
글로벌시대의 SW산업 경쟁력 향상을 위해서는 이제까지 산발적으로, 분야별로 추진되던 각종 표준화노력이나 기술개발 또는 상품화 과정을 전체의 시각에서 조정할 필요가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종합육성대책에서 우선 「2001년까지 선진국 수준의 SW 대국 진입」을 목표로 96년 38억달러 규모인 국내 SW 생산량을 2001년에는 1백72억달러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을 마련했다.
뿐만 아니라 현재 3천만달러 수준에 불과한 SW부문 수출액을 25억달러로 끌어올려 경쟁국인 대만의 2002년 목표치인 20억달러를 추월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함께 2001년까지 산업의 간성이 될 전문인력 7만명을 양성하며 SW산업 총매출액 대비 연구개발투자 비율을 95년 5%에서 12%대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다. 이밖에 이 때까지 5백개 기업의 창업을 유도, 집중 육성한다는 계획도 포함돼 있다.
정부의 이같은 기본목표에 따라 글로벌시대에 적극 대응하기 위한 SW 분야별 추진대책은 기술개발 분야, 전문인력양성 분야, 창업보육지원 분야, 산업기반조성 분야, 해외시장개척 분야 등 대략 5개로 나눠 볼 수 있다.
이 가운데 SW 기술개발 분야에서는 우선 꾸준한 연구개발비의 투자 확대가 절실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와 관련, 정부는 2001년 12%대의 연구개발비 투자와 함께 SW 기술개발비를 3천억원까지 지원키로 한 바 있다. 대학과 연구기관 등이 개발한 기술의 상업화도 시급한 실정인데 기업과의 원활한 연계를 위해 기술이전 절차에 대한 정형화나 데이터베이스 구축 등이 설득력 있는 방법으로 대두되고 있다. 또 시스템공학연구소(SERI) 등 국책연구기관의 연구개발체계를 효율화해 중복투자를 막고 이와 연관된 기업의 전문화를 유도하는 일도 중요하다.
그러나 기술개발 분야에서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해외 선진기술의 흡수를 통한 국산 SW의 세계화라고 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가 해외 현지 연구개발 프로젝트 등을 주도할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하고 있다.
두번째 인력양성 분야에서는 기술별 등급별 전문인력의 체계적 양성이 요구되고 있다. 한국SW산업협회 조사결과에 따르면 2001년 우리나라 SW산업에서 필요한 전문인력은 약 12만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그러나 97년 초 확보돼 있는 인력은 5만여명. 정부가 2001년까지 7만여명을 추가 양성키로 한 것은 이같은 조사보고에 따른 것이다. 인력양성 방법으로는 비전공자의 전환교육과 여성인력 활용방안 등이 대두되고 있으나 고급인력 양성을 위해서는 정보통신 전문대학원 설립을 비롯, 멀티미디어나 게임 등 부가가치가 높은 전문분야 투입인력 양성을 위한 전문대학 또는 전문학원의 육성이 요구되고 있다. 국가기술자격제도 개선을 통한 올바른 인력관리체계 정착도 시급한 과제다.
세번째 창업보육지원은 재능은 있지만 자본과 경험이 없는 인재나 집단에 상품화 기회를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이미 미국, 이스라엘, 일본, 인도 등 SW 선진국에서 널리 활용되고 있는 제도다. 최근 인터넷이나 멀티미디어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기업들이 대부분 창업보육센터 출신이라는 점은 상기시키는 바가 크다고 하겠다. 국내에서는 95년 이후 한국SW산업협회, 한국SW지원센터, 중소기업진흥공단 등이 한번에 10∼20개사를 수용할 수 있는 창업보육시설들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한국SW지원센터는 앞으로 2001년까지 서울 외에 부산, 대구 등 지방으로 지원범위를 넓혀나갈 계획이다.
네번째 산업기반조성 분야에서는 SW업체들이 대부분 중소기업형으로서 경영의 영세성을 탈피하지 못함에 따라 일정 기간 자금을 공제해주고 공동시설을 대여하는 것을 비롯, SW개발에 따른 적정대가기준 제정과 고시, 각종 전시행사지원을 실시해야 한다. 이 가운데 공제사업의 경우 일반금융기관의 부동산 담보대출 관행을 극복할 수 있는 대안으로 현재 한국SW산업협회 산하에 SW공제조합이 결성돼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그러나 아직은 기금의 빈약성을 탈피하지 못해 그리 만족할 만한 수준이 못된다. SW기술자들에 대한 적정노임과 입찰시 SW예가산정 및 원가계산 등에 적용될 공인노임단가표 등 적정대가기준 제정도 반드시 필요한 산업기반조성 요소라 하겠다.
마지막으로 해외시장 개척은 국내 SW산업이 규모의 경제를 이루려면 해외로 눈을 돌려야 한다는 점에서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여기에는 정부, 민간 공동의 SW 수출진흥기구를 설치하거나 지정함으로써 해외시장 개척을 위한 각종 정보제공과 공동 마케팅 등 수출기반을 조성하는 방안이 있을 수 있다. 또 외국 유수 업체와 전략 제휴나 합작을 통해 시장에 공동대응하는 방안도 연구돼야 할 것이다. 이밖에 현재 규제일변도의 수출지원 관련제도를 개선함으로써 수출절차를 간소화하고 수출보험제도는 강화하는 작업도 병행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서현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