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 제작비 현실화 방안 적극 모색

지난 23년동안에 한국영화의 제작비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 가운데 1억원 이하의 낮은 예산으로 제작되는 영화가 늘어나고 있다.실험성이 강하고 비상업주의적인 작품을 만들어온젊은 영화인들이 저예산을 들여 영화 제작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움직임은 우리 영화제작비가 평균 15억원17억원에 달하고 있으나 시장이 협소해흥행에 성공한 영화조차 적자를 기록하는 기현상이 벌어지기 때문.평균 15억원17억원정도의 제작비가 투입되는 영화는 비디오판권 가격을 고려하지 않았을 경우 60만70만명의 관객을 동원해야 손해를 보지 않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실제로 올 상반기 우리영화 최고의 히트작인 <비트>나 서울관객의 호응을 얻었던 <초록물고기>등 한국영화 화제작들이 흥행에는 성공했으면서도 흑자를 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관객 30만명을 넘기 힘든 우리영화가 15억원의 제작비를 투입하는 것은 현실성이 없다』는 게 영화관계자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따라서 최근 젊은 감독을 중심으로 5천만원1억 정도의 낮은 예산으로 영화를 만들어 상업영화관에서 개봉해 보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는 것이다.

대기업 자본에 종속되지 않는 독립영화를 제작하기위해 모인 감독및 배우 6인이 옴니버스영화 「김수영 - Sex」를 제작한다.지난해 단편영화 「탈 - 순정시대」를 연출했던 이지상감독 (41)과 실험영화를 만들어 해외영화제에 출품해 온 촬영감독 임창재 (33),문화학교 서울 출신으로 독립영화작가 그룹전인 인디포럼을 기획했던 프로듀서 조영각(28),김응수감독의 장편 독립영화 「시간은 오래 지속된다」의 주연배우 김중기 (31),신인여배우 서정(25)과 장미루 (21)등이 화제의 주인공들.

이번에 제작될 「김수영 - Sex」는 우연히 만나 죽음을 함께 하는 두 쌍의 남녀에 대한 이야기로 스탭과 배우 전원이 개런티를 후불제로 극장흥행 수익에 따라 받게 되며 16㎜필름으로 찍어 35㎜로 확대하는 방식으로 촬영비를 절감할 예정이다.

지난해 「로케트는 발사됐다」를 무료상영해 신세대 관객들로부터 호응을 얻었던 최야성 감독도 2편의 독립영화 「미치광이들」과 「파파라치」를 동시제작한다.

최감독은 지난 89년 약관 20세에 데뷔한 최연소 영화감독.이번에 제작될 「미치광이들」은 특정분야에 편집증을 보이는 현대인들의 모습을 그리게 될 풍자극으로 무정자증 콤플렉스를섹스로 푸는 개그맨, 폭력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는 영화배우실험영화에 미친 영화감독,「촌지」먹고 글 쓰기로 유명한 영화평론가,사랑에 빠진 여대생등이 등장한다.

이와동시에 제작될 「파파라치」는 다이애나 전 영국 왕세자비의 죽음으로 일반인에게 알려진유명인물 추적전문 사진사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으로 상업주의 언론의 문제점에 초점을 맞출 계획이다.다이애나비 사망뉴스를 통해 유명인 사진 한장이 30억원에 팔린다는 사실을 알게 된 주인공이 연예인 K씨의 밀회장면을 포착해 돈을 벌려다가 오히려 사건에 휘말린다는내용.「로켓트는 발사됐다」에 등장했던 개그맨 김용, 영화배우겸 외화번역가 조상구, 영화배우 박준규, 가수 조진수 등이 출연한다.

이같은 낮은 예산 영화 제작 움직임이 최근 제작편수가 점점 감소하고 있는 우리영화를 살리는 방편이 될 수 있을 지 관심거리다.

<이선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