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15주년특집] 말레이시아의 야심작 "MSC"

「멀티미디어 슈퍼 코리도어」(MSC).

신흥 경제국 말레이시아가 21세기 멀티미디어 입국(立國)을 겨냥해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대형 프로젝트다.

그 내용은 수도 콸라룸푸르 인접지에 국제공항, 통신, 도로 등 인프라를 완벽히 갖춰 그 일대를 커다란 멀티미디어 시험장이면서 동시에 첨단산업기지로 조성하는 것이다. 궁극적인 목적은 물론 미국의 실리콘밸리처럼 조성한 하이테크형 산업단지에 세계 유수기업을 유치하고 선진기술을 받아들여 첨단 산업국으로 거듭나는 것이다.

이와 비슷한 프로젝트는 말레이시아 인접국인 싱가포르 등 아시아 각국에서 거의 동시에 추진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다가오는 21세기 국가 장래를 보장받기 위해서는 일단 첨단산업, 그 가운데서도 정보통신과 멀티미디어 육성이 불가결하다는 점을 반증하는 것이다. 말레이시아에 있어 MSC는 21세기의 희망이며 동시에 기회를 잡기 위한 국운을 건 도전으로 매우 큰 의미를 지닌다. 말레이시아의 미래가 걸려 있는 MSC를 살펴본다. <편집자>bps0년간 18조원 투입 MSC가 전세계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약 1년 전. 지리적으로 가장 가까우면서도 경쟁국인 싱가포르가 같은 하이테크형 산업단지 조성 프로젝트인 「싱가포르 원」을 발표한 지 두달이 지난 지난해 8월 콸라룸푸르에서 열린 「멀티미디어 아시아 96」 국제회의에서 마하티르 총리는 자신의 멀티미디어 입국 구상과 MSC 계획을 한시간 동안에 걸쳐 장황하게 설명했다.

그 개요는 콸라룸푸르 남쪽으로 약 50㎞ 떨어진 세팡 지역을 중심으로 동서로 15㎞, 남북으로 50㎞에 이르는 광대한 녹지에 북쪽에서 남쪽으로 길게 뻗은 멀티미디어 지대를 조성한다는 것이다.

그 면적이 싱가포르 원(6백26㎢)보다 훨씬 넓은 7백50㎢라는 점에서 앞서가는 싱가포르를 따라잡겠다는 강한 의지를 엿볼 수 있다.

이 멀티미디어 지대에는 새 수도 푸트라자야와 첨단기업 연구기관 대학 등을 한데 모은 사이버자야가 들어설 예정이다. 푸트라자야에는 내년 말레이시아 총리 공관이 옮겨갈 계획이다.

이곳에는 콸라룸푸르와 연결되는 고속도로를 비롯해 주변에는 거대 규모의 신국제공항이 설립되며, 모든 고속정보통신을 실현할 수 있도록 2.5Gb에서 10Gb에 이르는 고속대용량 디지털 네트워크도 부설한다. 또 이곳에 들어서는 모든 건물은 최첨단 비동기전송모도(ATM) 스위치를 사용해 동남아시아 지역은 물론 미국 유럽 일본까지 5Gb의 빠른 통신속도로 연결된다.

한마디로 교통, 통신 등 모든 인프라를 완벽히 갖춘 일대 정보도시국가가 하나의 도심 속에 건설되는 것이다.

이의 실현을 위해 말레이시아는 10년 동안 5백억링깃, 우리나라 돈으로 약 17조7천억원이라는 거액을 투입할 계획이다.

말레이시아가 이 MSC를 기반으로 추구하려는 것은 △전자행정 △원격의료 △원격제조 △원격교육 △멀티미디어서비스 △다목적스마트카드 등 7개 분야에서 완벽한 멀티미디어 사회를 구현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보면 전자행정은 MSC 중심부에 들어서는 푸트라자야 신 행정부와 말레이시아 전국의 행정기관을 멀티미디어 네트워크로 연결해 「문서없는 행정」을 실현하는 것이 목표다.

원격의료는 한방이나 힌드 의술, 서양의학을 모두 갖추고 있는 말레이시아가 원격의료 영역에서 허브(거점)가 되는 것을 지향한다.

원격교육은 MSC 내부에 있는 대학이나 기업연구소를 중심축으로 하는 원격교육시스템을 가동해 세계 일류의 인력을 배출하는 동시에 말레이시아를 차세대 기술혁명 근원지가 되도록 하는 것이다.

원격제조는 세계 각지의 생산공장을 원격조정하는 가상시스템을 도입해 말레이시아가 모든 기술을 지원하는 거점이 되도록 하는 것이다.

멀티미디어 서비스는 말레이시아의 다문화성을 바탕으로 전자출판물 번역, 텔레마케팅, 원격 애프터서비스의 거점이 되도록 하는 것이다.

다목적 스마트카드는 한 장의 카드에 개인IC나 전자서명기능을 갖춰 행정서비스에 대한 액세스는 물론 신용카드, 전화 및 운송수단 카드 등 모든 서비스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다.

디지털 네트워크 부설 이같은 구체적인 멀티미디어의 실현을 내세워 말레이시아가 목표로 하는 것은 해외 유수 첨단기업을 유치하는 것이다.

실제로 마하티르 총리는 지난해부터 대표단을 이끌고 미국의 실리콘밸리를 비롯해 일본 등을 순방하며 유수 외국기업 유치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말레이시아는 이를 위해 외국기업들에 국적불문한 지식노동자의 무제한 고용 허용, 회사소유권 자유보장(외자규제 철폐), 자금조달수단 자유화 등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하고 있다.

이와 함께 MSC 입주기업에 대한 세제상 혜택 등 관련법도 추진할 계획이다.

입주기업에 세제혜택 현재 이 MSC에는 인텔의 앤드루 글로브,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휴렛패커드의 루이스 플랫 등 세계 정보통신산업계 거물급 인사 30여명이 국제자문단으로 참가하고 있다.

특히 이 자문단은 투자단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어 MSC 전망을 밝혀주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말레이시아는 자본집약적 기술산업을 일으키기에는 고급인력이 절대 부족하고 통신망 등 전반적인 기반시설도 취약하다는 문제를 안고 있다. 대다수 외국기업이 파격적인 조건에도 불구하고 선뜻 발을 들여놓지 못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게다가 싱가포르가 같은 계획을 추진하고 있고, 특히 최근에는 중국도 베이징에 중국판 실리콘밸리를 건설하겠다며 외국 유수기업 유치경쟁에 뛰어들었다.

이밖에 최근 악화기미를 보이고 있는 말레이시아 경제상황도 MSC의 앞날을 다소 불안하게 하고 있다.

말레이시아가 국운을 걸고 추진하는 MSC가 이같은 안팎의 역경을 극복하고 멀티미디어 입국의 초석이 될지 그 향배에 관심이 모아진다.

<신기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