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개방과 수요부진으로 보급에 애를 먹고 있는 국산 주전산기업체들이 최근들어 출혈에 가까운 낮은 가격 제시를 통한 물량 수주에 나서는 등 경쟁이 한층 격화되고 있다.
정부 조달시장 개방 여파로 입지가 크게 줄어든 삼성전자, 현대전자, LG전자, 대우통신 등 주전산기 4사 간에 공급경쟁이 그 어느해보다 치열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최근들어 이들이 벌이는 수주경쟁은 도를 지나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올 하반기들어 정보통신부 산하 전파관리소가 실시한 국산 주전산기 입찰의 경우 삼성전자, 현대전자, 대우통신이 참여했는데 삼성전자가 예상을 뛰어넘는 가격을 써내 낙찰됐다. 당시 입찰에 참여한 업계의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제시한 가격에는 국산 주전산기Ⅲ 두 대의 가격은 거의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금강홍수통제소가 실시한 국산 주전산기Ⅲ 입찰에는 LG전자, 삼성전자, 현대전자, 대우통신 등이 참여했는데 수차례에 걸친 유찰을 거듭한 결과 LG전자가 상식을 벗어난 가격을 제시, 수주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밖에 담양군청, 경기도청 등의 국산 주전산기 입찰에서도 이들 4사는 경쟁적으로 낮은 가격을 제시하는 제살 깎아먹기식 경쟁을 벌였다는 것.
이처럼 업체들이 무리한 수주전을 전개하자 국산 주전산기에 대한 정부 예가도 지난해에 비해 크게 낮아져 이제는 공공부문에서 국산 주전산기를 판매해봤자 남는 게 없다고 한결같이 지적한다.
국산 주전산기업체들이 이처럼 출혈을 감수하면서까지 수주에 나서는 까닭은 우선 수요가 크게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올 8월 말까지 판매된 국산 주전산기는 50여대. 지난해 전체 보급대수 1백16대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실정이다. 수요가 없다 보니 업체들은 연초 수립한 매출목표를 채우기 위해 출혈도 마다하지 않는 무리한 수주전에 나설 수밖에 없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여기에다 시장개방으로 그동안 국산 주전산기 시장으로 간주돼온 공공부문에까지 외국 중대형컴퓨터업체가 가세, 경쟁 양상이 더욱 복잡해진 것도 한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또 현대전자가 개발한 신국산 주전산기인 「하이서버UX9000」의 시장 진입을 방어하기 위한 여타 국산 주전산기업체의 공세도 크게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현대전자의 「하이서버UX9000」은 가격면에서 기존 국산 주전산기Ⅲ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저렴하는다는 게 현대전자의 설명이다.
『여러가지 악조건이 겹쳐 국산 주전산기Ⅲ 가격은 이제 생산원가는 물론 개발비마저 보존할 수 없는 수준까지 낮아졌다』고 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적하고 『수요가 보장이 되지 않은 채 진행되고 있는 국산 주전산기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하는지 여부를 재고해야 할 시점에 도달했다』고 말했다.
<이희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