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15주년특집] 인터넷과 전자산업.. 기업 흥망 가를 키워드

인터넷은 금세기 인류 문명의 최대 역작으로 꼽힌다. 앞으로 얼마남지 않은 21세기 초반경이면 인터넷은 인류에 없어서는 않될, 모든 사회, 문화, 경제 현상의 중심이자 근원이 될 전망이다. 벌써부터 "인간의 하루 일과는 인터넷에서 시작해서 인터넷으로 끝난다"라고 예언한 어느 미래학자의 말처럼 사람들의 인터넷 의존도는 점점 심화되고 있다. 바야흐로 인터넷시대가 개막된 것이다. 인터넷의 기술적 기반과 각종 도구를 제공해온 전자산업계가 이같은 흐름을 간과할 리 만무하다. 극소수 진보적인 기술자나 기업들이 주도한 초기 인터넷 현상은 이제 전자산업계에 종사하는 기업이라면 너나할 것이 몰려드는 "골드러시" 상황에 이르렀다. 인터넷이 국내외 전자산업을 어떻게 변화시키고 있는가를 본지 9면에서 16면까지 8개면에 걸쳐 분야별로 점검해본다.

<편집자주>

인터넷이 처음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지금으로부터 30여년 전인 60년대 초반이다. 각각의 컴퓨터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던 미국 국방부 산하기관들은 필요한 정보를 주고받기 위해 고유의 프로토콜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사용했는데 이것이 오늘날의 인터넷 표준 프로토콜 TCP/IP의 원조다.

80년대 들어 인터넷은 유닉스시스템을 구축한 대학과 연구소 등에서 연구와 학술교류의 수단으로 폭넓게 사용되기 시작했다. 인터넷이 민간기업과 개인에게까지 확대 보급되는 계기가 된 것은 최초의 웹브라우저 「모자이크」의 탄생이었다.

국내에 인터넷이 소개된 것은 지금으로부터 15년 전인 82년. 당시 대학과 정부출연기관에 소속된 개발자와 전산담당자들이 구축한 정보교환용 네트워크 「SDN(System Development Network)」이 우리나라 인터넷의 시조다. 인터넷이 일반에 보급되기 시작한 것은 미국과 마찬가지로 모자이크의 등장과 곧바로 이어진 넷스케이프 열풍과 관계가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본격적인 인터넷 시대가 열린 것은 94년 한국통신이 「코넷(KORNET)」을 통해 처음으로 회선상용서비스를 개시하면서부터다.

인터넷의 역사는 이처럼 길게는 30여년, 짧게는 15년 전부터 비롯됐지만 실질적으로 「인터넷 붐」과 같은 수준의 인터넷 시대 개막은 불과 3, 4년 전이었다. 이 짧은 시기에 정보통신분야를 포함한 세계 전자업계는 인터넷 시대에 정면 대응하기 위한 엄청난 변화를 겪었다. 특히 MS가 윈도95와 함께 집중 투자의욕을 보였던 독자 사설 네트워크 「마이크로소프트 네트워크(MSN)」를 포기하고 인터넷분야에 진출한 95년 12월을 전후해 인터넷 붐은 절정을 이뤘다. 이와 함께 고객으로서 포천 1천대 기업군이 잇따라 「인터넷을 도입하지 않고는 기업의 장래가 불투명하다」는 자체 판단을 내리면서 전자업계는 급속하게 인터넷 중심으로 재편돼갔다.

전자산업계가 인터넷에 의한 변화를 주시하며 기업전략에 수용하기까지는 네가지 큰 움직임이 있었다. 그 하나는 인트라넷 도입, 두번째는 전자상거래(EC)개념 확산, 세번째는 가정용 전자기기(가전)와 컴퓨터의 통합, 네번째는 신문, 방송 등 기존 미디어 개념 변화 등이다.

기업 내부 인터넷을 의미하는 인트라넷의 등장은 96년 초 내한했던 짐 클라크 넷스케이프 회장이 『2000년에 거의 모든 기업이 인트라넷 영향권에 든다』고 예언한 것처럼 빠른 속도로 기업 전산화 형태나 방향을 변화시켜 나갔다. 인트라넷은 기존 일반 네트워크(LAN)환경을 월드와이드웹(WWW)이나 전자우편으로 재구축함으로써 저렴하고 생산성 높은 인터넷의 장점을 기업 업무처리에 그대로 적용한 것이다. 전자상거래의 등장은 인터넷이 이룬 가장 혁명적 변화다. 물론 전자상거래는 신용카드 결제에 대한 보안이나 인증 상의 문제가 제대로 해결되지 않아 아직은 개념에서 크게 탈피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모든 기업활동이 근본적으로 상거래로 성립된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이 시장은 엄청난 폭발력을 가졌다고 할 수 있다. 현 단계에서는 상거래 대금의 안전한 흐름을 보장해주는 암호화나 인증기술 등 보안시스템 개발이 가장 시급한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세번째 가전과 컴퓨터의 통합은 다른 부문에 비해 가장 가시적이고도 상업화 속도가 빠를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 현상의 중심은 일반 TV수상기와 PC기능을 통합하는 것이다. 예컨대 디지털TV 규격에 대한 활발한 논의, IBM 호환PC에 TV를 통합하는 PCTV개념과 TV에 인터넷접속 기능을 부가한 인터넷TV 개념의 등장, 차세대 표준 영상장치로 자리잡을 것이 확실한 디지털 다기능 디스크(DVD)의 부상 등을 들 수 있다.

네번째 미디어 개념의 변화는 이미 가전과 컴퓨터의 통합에서 예견됐던 것으로 차세대 미디어로서 개념을 포함하고 있다. 우선 차세대 미디어는 양방향 정보전송이 가능하고 필요하지 않은 정보와 원하는 정보를 분명하게 가려낼 수 있어야 한다. 또 누구나 미디어 운영자나 사업자가 될 수 있어야 한다는 것도 기본 요건에 속한다. 인터넷의 장점과 특징을 이용한 차세대 미디어의 등장은 나아가서 인쇄매체나 TV방송 등 고유의 영역에서만 가능했던 기존 미디어 개념의 해체로 이어질 전망이다. 또 멀티미디어 처리기술과 새로운 개념의 푸시기술 등장은 인터넷 기반 미디어가 나아갈 방향을 결정지을 핵심요소가 되고 있다.

한편 인터넷의 등장은 기존 전자산업 구조를 변화시킨 것뿐만 아니라 고유의 인터넷산업을 태동시키는 계기도 마련해줬다. 국내에서 인터넷산업은 앞서 언급한 것처럼 94년 한국통신의 코넷 회선제공사업이 그 원조로 돼있다. 우리나라의 인터넷산업은 크게 3개 영역으로 나눠지는데 제1차 영역은 사용자들의 인터넷 접속을 위한 회선제공사업분야, 제2차 영역은 웹서버나 인트라넷 등 시스템구축분야, 제3차 영역은 전자상거래와 온라인 콘텐츠 등 서비스분야다. 각 영역의 동향들을 보면 제1, 2차 영역은 현재 인터넷산업의 주류를 이루고 있으며 궁극적인 인터넷의 목표인 제3차 영역은 아직 그 가능성을 모색중인 단계라 할 수 있다.

흔히 인터넷서비스제공자(ISP)로 불리는 제1차 영역의 회선제공사업은 그 사업자수가 93년 3개, 95년 6개이던 것이 96년에는 11개로, 다시 97년 9월 16개로 확대되는 등 참여업체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한국인터넷정보센터의 자료에 따르면 97년 6월 말 현재 이들 16개사가 확보한 회선제공대상자(가입자) 가운데 전용선은 4천7백여 사이트, PPP가입자 15만5천여명, 웹호스팅은 1천7백여 사이트에 이른다.

제2차 영역인 시스템구축분야는 94년 초기에는 2, 3개에 불과하던 것이 현재는 크고 작은 1백여 기업들이 가세하고 있다.

제3차 영역인 서비스사업은 인터넷을 이용한 무역, 상품소개, 사이버마켓 등 상거래 초기단계와 온라인 콘텐츠, 차세대 미디어, 인터넷 교육 등 무궁무진하다. 업체들의 승부는 결국 이 3차 영역에서 갈라질 것으로 보인다.

<서현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