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이 94년 대중화가 시작된 이래 3년만에 정보통신 및 컴퓨터 환경 핵심으로 자리잡았다. 앞으로 인터넷이 세상을 어떻게 변화시킬지 아무도 정확히 예견할 수는 없지만 인터넷을 정복하는 자 곧 세상을 지배하게 될 것이라는 단순 명쾌한 논리에 감히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수없이 쏟아지는 신기술과 이를 통해 세계를 제패해보겠다는 젊은 벤처 무리들이 우후죽순 등장하게 된 것도 그 배경에는 인터넷이라는 황금밭이 후광으로 빛나고 있기 때문이다.
바꿔 말하면 전자산업계가 이제 인터넷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는 말도 된다. 특히 소프트웨어 업계는 새로 등장하는 제품은 물론 기존 제품에 인터넷 지원 기능을 확보하지 않고는 명함을 내밀지 못하게 된 것이다. 여러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인터넷이 안겨준 희망과 족쇄, 그리고 이를 대하는 소프트웨어 업계의 기술 변화과정을 알아본다.
인터넷의 관문-웹브라우저
『앞으로 PC는 운용체계가 아니라 웹브라우저가 지배할 것이다.』 지난 8월 내한했던 미국 선소프트의 얀 피터 쉬어더 사장은 앞으로 컴퓨터 환경이 인터넷을 기반으로 움직일 것이라는 말을 강조하며 이렇게 말했다.
93년 「모자이크」이라는 월드와이드웹(WWW) 방식의 브라우저가 처음 등장한 이후 현재까지 수많은 웹브라우저가 명멸했다. 넷스케이프의 「내비게이터」와 마이크로소프트의 「인터넷 익스플로러」가 주도권 다툼을 벌이며 양대산맥을 형성하고 있지만 인터넷 관문으로서 웹브라우저를 개발해보려는 업체들은 줄지 않고 있다.
국내에서도 국산 웹 브라우저를 개발해 선보인 업체들이 있었다. 새롬기술이 「새롬 세계로」를 발표했고 경북대 박종태 교수가 「K-모자이크」, 한국과학기술원 원광연 교수팀이 여러 사용자가 웹서버 하나에 접속해 대화를 나눌 수 있는 3차원 웹브라우저를 개발한 바 있다.
또 성운시스템은 영한번역 소프트웨어를 내장한 브라우저인 「세계로 97」을 선보였다. 그러나 아쉽게도 이러한 제품은 아직까지는 내비게이터와 인터넷 익스플로러의 아성에 가려 사용자들에게서 큰 호응은 얻지 못하고 있지만 개발과정에서 축적된 기술과 경험은 반드시 유효하고 언젠가는 사용할 수 있을 것임은 물론이다.
기업 전산망의 인터넷화
95년이 그룹웨어의 해였다면 96년부터는 인트라넷의 한 해였다. 인트라넷은 기업이나 조직 내부용으로 구축된 인터넷을 말한다. 소프트웨어 업체가 인터넷을 새로운 사업분야로 개척하고자 가장 먼저 눈을 돌린 분야가 인트라넷 분야다. 특히 90년대 중반 이후 그룹웨어 시장에서 국산제품 강세를 유지해온 국산 소프트웨어 업체는 인트라넷에서도 그룹웨어의 영광을 이어가려 했다.
LG소프트의 「오피스메일 포 웹」, 아이소프트의 「@오피스」, 웹인터내셔널의 「인트라오피스」, 다음커뮤니케이션의 「글로벌오피스」 등 관련 제품이 잇따라 발표됐다. 또 포스데이타는 기존 그룹웨어인 「마이포스」에 인터넷, 인트라넷 지원기능을 추가했으며, 큰틀, 한국기업전산원, 핸디소프트 등도 인트라넷용 그룹웨어 제품을 발표했다.
인트라넷 시장은 세계 유수 소프트웨어 업체들에게도 주목 대상이 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백오피스라는 서버제품에 그룹간 통신지원 기능과 그룹 스케줄링 기능을 포함했고 넷스케이프는 커뮤니케이션 서버와 커머스 서버를 통합해 패스트트랙이라는 새로운 솔루션을 발표하기도 했다.
노벨은 「그룹 와이즈」에 웹 브라우저를 통해 전자우편과 팩스, 개인정보관리 등의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웹 액세스 기능을 추가했고 넥스트는 웹오브젝트라는 인터넷 응용 프로그램 개발도구를 내놓았다. 오라클에서는 인트라넷 전용 브라우저로 「파워브라우저」를 선보였고 오라클, 인포믹스, 사이베이스 등 세계 3대 데이터베이스 관리시스템(DBMS) 공급사들은 데이터베이스와 웹을 연동할 수 있는 패키지를 내놓고 경쟁에 들어갔다.
자바언어의 부상
인터넷 역사에서 가장 큰 사건 가운데 하나는 역시 자바언어 등장이다. 지난 90년 미국 선 마이크로시스템스는 소형가전기기에 채용하기 위해 「오크(Oak)」라는 독자 프로그래밍 언어를 개발했지만 시장 분위기가 여의치 않자 거의 폐기상태로 방치해놓고 있었다.
94년 인터넷 시대가 개막되자 「오크」는 자바라는 새 이름으로 포장돼 빛을 보게 됐다. 인터넷 최대 화두로 떠오른 것이다.
자바는 기존 프로그램 개념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일반적으로 응용 소프트웨어 작동은 운용체계와 하드웨어에 종속돼 있는 것이 보통이다. 이를테면 윈도 운용체계용으로 개발된 응용소프트웨어는 유닉스 운용체계 환경에서는 작동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자바언어로 제작된 소프트웨어는 어느 시스템에서도 코드변환 없이 사용할 수 있다. 이같은 자바언어의 특성은 서로 다른 성격의 수많은 네트워크들이 물려 있는 인터넷 환경과 그야말로 찰떡궁합이 아닐 수 없었던 것이다.
이같은 사실에 개발자들은 경악했고 자바 열풍은 단숨에 전세계 컴퓨터 환경을 뒤흔들었다. 개발자뿐만 아니라 인터넷을 항해하던 많은 사용자도 텍스트 위주의 정적인 홈페이지에 역동적인 화면이 등장하고 이것이 자바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되자 열광하기 시작했다.
물론 자바는 아직 그 가능성만을 보여주는 단계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자바가 제시한 많은 가능성은 국내외 소프트웨어 업체가 하나둘씩 구현해가고 있는 중이다.
핸디소프트와 웹인터내셔널이 자바를 이용한 인트라넷 시스템을 개발, 이미 시판에 돌입했고 아이다임이 전자우편 소프트웨어 「피카소」, 한글과컴퓨터가 서식편집기 「한틀마름이」를 각각 자바언어로 개발해 선보였다.
최근 2∼3년 사이 인터넷은 소프트웨어의 전체적인 패러다임을 변화시켰고 앞으로도 하루가 다르게 변화시켜나갈 것으로 보인다.
언어장벽을 넘는 번역소프트웨어
인터넷과 함께 새롭게 부각된 분야가 바로 언어번역 소프트웨어다. 언어는 정보의 바다 인터넷을 여행하는 데 근본적인 장벽이다. 유명한 인터넷 홈페이지 대부분이 한글이 아닌 영어나 일본어라는 사실은 우리에게 정보의 바다 이전에 외국어의 바다에서 헤엄쳐야 하는 이중 부담을 안겨주는 것이다. 번역 소프트웨어 개발 열기는 국내 업체들이 이같은 상황을 비즈니스 기회로 삼은 결과이기도 하다.
번역소프트웨어를 개발 공급하고 있는 업체들은 시간이 흐를수록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최근에 쏟아지고 있는 소프트웨어들은 인터넷 홈페이지상에서 실시간 번역이 가능한 제품들이다. 홈페이지를 브라우저로 접속한 상태에서 실시간으로 번역해주는 소프트웨어 기술은 인터넷 환경이 아니면 염두에 두지도 않았을 분야였음은 물론이다.
번역소프트웨어는 언어에 따라 대개 일한번역과 영한번역 등 두 분야로 나뉜다. 이 가운데 일한번역분야는 번역률이나 정확성에서 이미 상용화단계에 근접한 것으로 평가된다. 유니소프트의 「바벨」, 디코시스템의 「아이서울제이케이」, 창신컴퓨터의 「조선통신사」 등이 대표적인 제품이다.
영한번역 분야는 일한번역분야에 비해 번역률 등에서 뒤처지고 있으나 이는 소프트웨어 기술상의 문제라기보다는 한글과 영어의 언어구조가 다른 데서 오는 한계 때문이다. 서로 다른 구조의 언어를 접근시켜나가는 연구와 기술개발이 선행된다면 영한번역소프트웨어 분야는 가능성면에서 무궁한 시장가치가 있는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언어공학연구소의 「트랜스넷」, 정소프트의 「워드체인지」, 한국IBM의 「앙꼬르」 등이 상용화된 대표적인 제품들이다.
<김상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