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백년, 2백년 이상 영속하는 회사를 만들겠습니다.』
지난 75년 설립, 20년 이상 고압 증기멸균기 등 전자의료기기를 생산해온 김정열 한신메디칼 사장은 명맥만 유지하는 것이 아니라 미국의 GE와 같이 오랜 기간 특정 분야에서 선두를 지키는 우량기업으로 남겠다고 강조한다.
물론 급변하는 경제환경 속에서 도태되지 않고 특히 기술발전 속도가 매우 빠른 전자의료기기 분야에서 오랫동안 살아남기 위해서는 품질이 우선되지 않으면 이같은 목표달성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김 사장은 매년 R&D 비용을 늘려 3, 4종의 신제품을 꾸준히 출시하고 있는데 그 제품들은 모두 국내 최고 수준의 제품이거나 세계 유수 업체의 제품과 비교해도 결코 뒤떨어지지 않는다.
김 사장은 누가 자사 제품의 어떤 부분이 안좋다고 하면 부끄러워 잠도 안오는 스타일이다. 사업 초기 소비자로부터 이같은 말을 듣고 공장에서 몇 날 밤을 새워가며 문제점을 개선한 경우도 있었다.
몇 년 전에는 독일의 멜락사가 김 사장에게 상당한 물량의 고압 증기멸균기 OEM 생산을 제의했으나 독자 브랜드를 달지 못한다는 이유로 거부했으며 이 분야 유명 업체들인 미국의 암스코사와 일본의 히라야마사로부터도 동일한 제의를 같은 이유로 거부했다.
이를 두고 오히려 업계 관계자들이 매출액을 두 배 이상 늘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며 아쉬워했으나 김 사장은 품질은 우수한데 매출 때문에 한국산임을 포기할 수 없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같은 이유로 김 사장은 업계에서 좋게는 국산화의 기수로, 나쁘게는 고집불통 또는 고지식한 사람으로 통한다.
이 회사는 현재 고압 증기멸균기, EO가스 멸균기, 혈액, 약품 냉장고, 혈장, 약품 냉동고, 태아심박동진단기, 원심분리기 등 총 10개 품목 34개 모델을 생산하고 있는 전형적인 소량 다품종 기술집약형 중소기업이다.
총매출의 약 70%를 차지하고 있는 고압 증기멸균기는 외산을 포함, 국내시장의 70% 이상을 점유하고 있으며 매출의 약 15%를 차지하고 있는 혈액, 약품 냉장고와 혈장, 약품냉동고의 경우 중소형급은 국내시장을 거의 석권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전량 수입에 의존하던 종합병원용 1천49ℓ급 초대형 고압 증기멸균기를 출시, 14대를 대학 및 종합병원에 납품하는 등 대형장비 시장공략도 강화, 전량 미국, 일본, 스웨덴산 등에 의존하던 것을 급격히 대체해 나가고 있다.
이 제품은 세계에서 처음으로 투 도어 방싱을 채택, 장재실(멸균물 준비실)과 수납실(청정구역)을 벽체로 완전히 차단하고 멸균물의 장재 및 컨트롤 조작은 장재실에서만 하고 처리된 멸균물은 수납실에서만 꺼낼 수 있게 함으로써 처리된 멸균물이 바뀌는 경우가 없게 설계된 것이 특징이다.
또 이 제품은 자동, 수동 겸용으로 사용할 수 있으며 한쪽 문이 열려 있는 동안에는 반대쪽 문이 열리지 않을 뿐만 아니라 하나의 멸균 사이클이 완료돼야만 수납실쪽 문이 열리도록 돼 있어 완벽한 멸균이 가능한 세계 최고 수준의 제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한신메디칼은 이 제품 외에도 2천ℓ급 초대형 고압 증기멸균기를 개발중인데 내년 초 출시하면 대형장비 시장점유율도 크게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같은 내수시장에서의 성과를 바탕으로 최근 한신메디칼은 수출에도 본격 나서고 있다.
이미 KS, EMC, GS, GOST, TUV 등 주요 인증을 획득, 수출시 걸림돌을 제거한 이 회사는 이달중 ISO 9002 인증과 EN46002 및 MDD 인증까지 동시 획득할 예정이어서 올해 말부터 유럽 및 선진국 시장 공략도 본격화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취약한 해외 유통망을 확대하고 해외 전시회 참가, 해외 광고 확대, 지역별 특화상품 개발 등 다양한 전략으로 공격적 마케팅을 전개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지난해 1백80만달러에 불과하던 수출을 올해 3백만달러, 내년 6백만달러로 끌어올리는 한편 매출액도 지난해 70억원에서 올해 1백억원, 내년 1백50억원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창업 이후 20여년간 종업원 이직이 전무하다는 것이 가장 큰 자랑이라는 김 사장은 『대다수 의료기관이 온도편차가 심한 일반 냉장고나 요식업소용 냉장고를 사용해도 이를 규제할 법조항이 없는데 국민보건 차원에서 의료기관의 의료용 냉장, 냉동고 사용을 의무화하고 정부의 사후관리 기능을 강화하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말한다. 아울러 보건복지부 내 의료장비 관련 전문가가 한 자리에서 오래 근무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박효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