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MD램 안개시황이 D램업계를 애태우고 있다.
16MD램 가격이 바닥세를 벗어나지 못하자 세계 D램업계는 64MD램을 불황탈출의 돌파구로 기대하고 있으나 업계의 바람과 달리 가격은 예상보다 빠르게 하락하고 있고 시장 확대속도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등 전조가 그리 좋지 못하기 때문이다.
최근 64MD램은 고정거래선 공급가가 32∼35달러로 아직 30달러대를 지키고 있지만 현물시장 가격은 이를 밑돌고 있고 64MD램 가격이 16MD램과 연동될 수밖에 없는 속성을 감안할 때 연말에는 28달러대를 형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물론 가격하락은 통상 수요를 촉발시켜 시장을 확대시킨다는 점에서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따라서 현재의 64MD램의 가격하락 추세대로라면 노트북PC를 중심으로 한 PC에의 채용확대 추세를 더욱 가속화시키고 데스크톱PC의 메인메모리로 채용되는 시기도 앞당길 수 있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그러나 가격하락에도 불구하고 64MD램의 수요가 16MD램처럼 급팽창하기에는 걸림돌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D램의 주시장인 PC를 포함한 전체 전자기기의 애플리케이션이 아직 64MD램의 채용을 원하기에는 소프트웨어적인 여건이 미비하다는 지적이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98」 출시 연기결정이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이 때문인지 몰라도 시장 전문조사기관들이 보는 64MD램 시장전망도 편차가 크다. 일본 노무라연구소가 98년 64MD램의 수요를 2억7천만개 정도로 보는 반면 데이터퀘스트는 이보다 1억개 정도 많은 3억8천만개로 점치고 있고, 미국의 D램 전문조사기관인 「D-DIOS」는 5억개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한다. 이처럼 전문 조사기관간에도 무려 2배 정도의 편차가 나고 있는 것은 64MD램시장이 그만큼 불투명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국내 반도체3사의 마케팅 관계자들은 98년 64MD램의 수요를 올해의 4배가 넘는 4억∼4억5천만개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중 국내 반도체3사가 45% 정도를 차지하고 NEC 등 일본 5사가 40%를, 나머지 15%는 98년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생산에 나설 미국과 대만업체들이 점유할 것으로 예상한다.
국내 반도체3사가 내년 64MD램시장에서 16MD램에 이어 대일 우위를 점할 것으로 보는 것은 수율은 물론 전체 2백㎜ 웨이퍼 가공능력에서 앞서는 데다 일본업체들이 메모리가 아닌 시스템LSI분야로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주요 공급업체로는 삼성전자가 98년에 9천만개 이상을 공급, 선발업체 자리를 지키고 日 NEC는 7천만개를 생산, 그 뒤를 이을 것으로 보인다. LG반도체와 현대전자도 각각 4천만개씩을 공급해 선발대열에 합류하고 대만과 미국업체들은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생산에 들어가 98년에는 시황에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한편 시장조사기관들은 대체로 64MD램 수급과 관련, 98년에는 2∼3% 정도의 공급과잉이 일어나고 수요가 정점에 이르는 99년에는 오히려 2% 정도의 공급부족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김경묵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