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 유통업계 슬림경영 바람

컴퓨터 및 소프트웨어 유통업계가 불황극복을 위해 슬림경영을 추진하고 있다.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컴퓨터 관련 유통업계는 올해초 대형 유통업체들과 대기업의 잇단 부도여파로 자금난이 가중된데다 컴퓨터산업의 경기침체가 장기화하자 인원을 감원하거나 마케팅 전략을 대폭 수정하는 등의 방법으로 비용절감에 적극 나서고 있다.

세진컴퓨터랜드가 설립한 전문 AS대행업체인 서비스뱅크도 최근 84개의 AS센터 설치를 완료하는 등 대대적인 AS사업을 벌이면서도 신규인력을 채용하지 않고 기존 인력을 그대로 활용키로 하는 등 조직 비대화를 막고 있다.

서비스뱅크는 AS사업의 경우 인건비가 가장 높다고 판단, 비용절감을 기하고 우수한 인력을 확보한다는 방침아래 인력의 소수 정예화를 선언해 기존 세진컴퓨터랜드 AS전담 요원 1천여명을 그대로 활용하는 한편, 전사원을 대상으로 정기적인 AS전문교육을 실시한다는 방침이다.

컴퓨터 유통업체인 해태I&C도 최근 직영점을 점차 축소하는 대신 체인점망 확대에 치중하는 등 사업슬림화를 기하고 있다.

해태I&C는 올해초 서울을 비롯해 광주, 부산 등 전국 주요도시에 자사 직원을 파견하는 5개의 직영점을 설치하고 점차 중소도시로 이를 확대하기로 방침을 세웠으나 최근 컴퓨터 유통시장이 극심한 불황이 지속됨에 따라 직영점을 점차 축소하고 있다.

세진컴퓨터랜드도 지난 2월 이군희 사장체제로 돌입한 이후 광고비용 축소와 직영점 확대를 추진하지 않고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분기별로 10여개씩 직영점을 늘려가던 세진컴퓨터랜드는 올해에는 84개 지점에서 더 이상 직영점 개설을 추진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큐닉스컴퓨터는 감량경영을 위해 이르면 오는 10월, 늦어도 올해안에 3백70명 가량인 전체직원 가운데 20∼30% 가량을 감원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큐닉스정보기술도 같은 시기에 27명인 현재 직원 가운데 20%인 5, 6명 정도를 감원해 비용절감에 나설 방침이다.

한글과컴퓨터는 인원감원이 아닌 마케팅 전략 차별화의 방법을 구사하고 있다. 한글과컴퓨터는 워드프로세서를 단품으로 판매하던 기존 판매방식에서 탈피해 지난주 출시한 97버전부턴 한글과 함께 에뮬레이터, 스프레드시트, 프레젠테이션, 일정관리, 지리정보시스템, 문자인식 소프트웨어 등 20여종의 프로그램을 하나로 묶은 「스위트(Suite)」 형태로만 판매키로 하고 가격도 「한컴오피스97 아카데믹」의 경우 4만9천5백원으로 대폭 낮췄다.

또한 업그레이드 사용자 위주의 마케팅 정책은 한계가 있다고 판단하고 신규사용자 확보를 위한 전략으로 전환하기 위해 매년 10월중 실시하던 대규모 「한글큰잔치」 행사를 지난 96년에 이어 올해에도 실시하지 않는 대신 세진컴퓨터랜드 매장을 이용해 전국 로드쇼를 실시해 인력 및 비용을 절감키로 했다.

이외에도 신규시장 창출 전략으로 창고형 할인점인 까르푸와 내달 오픈 예정인 컴퓨터양판점 티존코리아 등과도 제품공급 및 홍보행사에 관한 계약을 이미 체결했으며, 제품에 대한 광고도 기존 전문 일간 또는 월간지를 활용하던 방법을 개선해 종합일간지와 월간여성지를 적극 활용할 방침이다.

<신영복·최정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