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대경] 남성, 美 전자유통시장 진출 성공할 까

그간 제조업의 해외진출은 자주 있었다. 현지 공장을 세우고 현지인을 채용해 현지 문화를 적용한 경영으로 성공을 거둔 업체가 다수 있다.

남성 역시 계열사인 남성텔레콤과 함께 지난 93년 중국에 진출했다. 深川시에 설립된 현지법인인 남성전자 유한공사는 지난해에 ISO 9002인증을 획득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주력 생산품목이 카오디오와 스피커 등 국내보다는 해외수출로 잘 알려진 회사인 만큼 남성의 해외진출은 한편으로 자연스럽게 보인다.

그러나 이번 남성의 미국 유통시장 진출은 유례없는 일로, 그 의미가 색다르다. 물론 오디오박스사의 AV부문과 합작형태로 진출하는 것이지만 출자규모가 90%를 차지하고 규모 또한 3백만달러를 넘어선다는 것은 주목할 만하다. 또 미국내 6백20개에 달하는 기존 거래처를 인수받게 돼 오디오, 스피커 전문회사로서는 더없는 판로가 아닐 수 없다.

이를 통해 그간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수출하던 상품을 자가브랜드로 선보일 수 있는 길이 트였다는 것이 이번 합작법인 설립의 개가라고 할 수 있다. 기술과 생산제품의 품질면에서는 세계적인 수준이지만 브랜드 인지도 면에서 항상 주눅들었던 국내업계로는 단일 루트지만 당당히 어깨를 겨룰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또 해외시장 동향분석과 신제품 개발추이 등을 수시로 점검할 수 있으며 기술도입의 창구로도 활용할 수 있다. 제품을 만드는 것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파는 것이다. 소비자의 욕구를 파악하지 못하고 생산한 제품은 만년 재고다. 그렇다고 외국의 유통사가 제품에 대한 정보를 쉽게 넘겨줄 리 없다. 유통의 노하우가 숨어 있는 곳이기도 하다.

따라서 이번 유통법인의 설립은 소비자 욕구를 수렴하는 창구와 제품의 흐름을 감지하는 「센서」역할을 톡톡히 해낼 것으로 기대된다.

이와 함께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으로 엮인 북미시장 진출의 교두보로서도 이번 유통법인 설립의 의미는 자못 크다. 수출의 장벽으로 두드려도 쉽게 열리지 않는 문을 열고 들어간 것이다. 이로서 미국과 캐나다, 멕시코에 이어 남미시장 진출의 전진기지가 될 수 있다는 것도 미국내 유통법인 설립의 큰 뜻이라고 할 수 있다.

유통회사의 진출은 제조업과 판이하다. 그 파장이 다각도로 퍼지기 때문이다. 상품의 가치를 높이고 무엇보다 중요한 정보와 시장을 확대해 나가는 핵심거점이 될 수 있다. 전자전문 유통사의 해외진출은 전자제조업의 숙원을 풀어줄 열쇠가 되는 것이다.

<이경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