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전컴퓨터 이기호 사장
21세기가 불과 3년 앞으로 다가왔다. 21세기에는 우리나라의 국민소득이 1만5천달러를 육박할 것으로 전망되나 과연 국내산업이 그에 부합될 만큼 성장하고 경쟁력을 갖추게 될지는 의문이다. 과거 기업인들의 선망의 대상이었던 10대 그룹들도 붕괴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한다면 그리 낙관적이지 못하기 때문이다.
21세기에 가능성있는 산업이라면 우주항공, 생명공학, 환경산업, 신소재, 정보통신, 반도체, 레저, 영화, 자동차 등을 꼽을 수 있는데 그 중에서도 우리나라가 현재 우위를 점하고 있는 분야는 반도체 메모리 분야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아직까지 고용측면 등 국민총소득(GNP)에는 미미한 효과에 그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생산량에 있어서 세계 5,6위를 달리고 있는 자동차산업 분야는 미국, 독일, 일본과 비교해서는 질적, 양적인 측면에서 격차가 심해 경쟁이 안되는 형편이고 또한 현재 미국, 유럽 등의 시장개방 압력이 거세 국내시장에서도 낙관할 수 없는 지경이다.
이에 대한 한계성을 극복하기 위해선 21세기에 가능성이 있는 산업을 집중 발굴, 육성해야 할 필요가 있다. 가능성있는 산업이라면 최근 국내외적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정보통신 및 소프트웨어 분야라 할 수 있다. 특히 이 중에서도 기업이 필요로 하는 정보시스템에 관한 기획, 입안에서부터 구축, 나아가서는 실제 운용에 이르기까지의 모든 공정상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스템통합(SI)에 관련된 산업이 성공가능성이 높고 부가가치 또한 높을 것으로 판단된다.
그동안 국내 SI업계는 약 20년간 노하우 축적해 왔다. 대형 프로젝트의 경우 원천 수주업체(대형 SI업체), 컨소시엄을 이루고 있는 외국업체(기술제공자), 국내 소프트웨어 중소 협력업체들로 구성되어 참여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대형 프로젝트는 국내 대형 SI업체들의 출혈경쟁에 가까운 과당경쟁으로 인하여 대부분 덤핑가격으로 형성되고 있는 실정이다. 프로젝트의 수주는 덤핑가격으로 결정되지만 외국업체에 돌아가는 몫은 그대로이고 이를 제외한 나머지 금액으로 협력업체의 개발비까지 맞추어야 하기 때문에 중소 협력업체에 돌아가는 몫은 미미한 금액이 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이같은 구조는 결과적으로 제품의 질적 저하를 초래하게 된다. 결국 20년 SI역사에서 이렇다 하게 내놓을 수 있는 성공사례와 노하우가 없는 결과를 낳아왔고 이런 추세는 다람쥐 쳇바퀴 돌듯이 계속적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반면 벤처기업을 보면 자기 나름대로 기술과 노하우를 축적, 내실을 다지고 있는 업체가 많다. 대형 SI업체와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우위에 서 있다고 볼 수 있을 만큼 견실한 업체도 적지 않다. 대형 SI업체는 외국업체와 협력업체 없이는 프로젝트의 수행이 어렵지만 몇몇 벤처기업은 아무 도움 없이도 스스로 일어설 수 있는 자생력을 키워왔다.
여기에 약간의 도움이 부가된다면 21세기에는 크게 번성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돼 출혈경쟁으로 인한 대형 SI업체의 몰락과는 크게 비교될 것이다. 많은 벤처기업이 성장해서 국가 기간산업의 일익을 담당하는 시대가 올 것이다. 따라서 좀더 긍정적인 측면에서 21세기에는 나름대로 독특한 기술과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는 벤처기업이 성장해서 그 기술에 대한 대가를 제대로 받을 수 있고 자금력 있는 대형 SI업체와의 연계가 뒷받침된다면 21세기의 정보산업은 희망적이라 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선 정부의 관심이 필요하다. 더 자세히 이야기한다면 가능성 있는 벤처기업을 발굴해낼 수 있는 정부의 선택능력이 필요하며 발굴 이후 전폭적인 지원이 절대적으로 요구된다. 현시점에서 다른 산업에서의 열세를 만회하기 위해선 성장가능성이 무한한 정보산업의 투자가 절실하므로 정부는 하루빨리 이를 인식하고 구체적인 발전계획을 제시해야만 21세기에서 경쟁력의 우위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