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亨植 특허청 심사4국 서기관
우리는 「특허」라면 흔히 독점배타권을 머리 속에 떠올리게 된다. 특허권은 그 권리자의 허락 없이 무단으로 사용하는 것이 법적으로 금지되고 등록된 특허권리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특허권 소유자에게 정당한 보상을 해주어야만 한다는 것이 상식으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를 바탕으로 특허권을 가진 개인이나 업체는 경쟁자들이 자신들의 권리를 침해할 경우 즉각 법적 대응을 모색, 협상을 통해 로열티를 받아내거나 소송을 제기하는 전략을 구사해 왔다.
그런데 세계무역기구(WTO)체제의 출범과 함께 지구촌시대, 글로벌 마케팅, 무한기술 경쟁이라는 용어들이 등장하면서 우리가 흔히 생각해오던 독점배타권과는 접근방법이 전혀 다른 새로운 특허전략이 나타나고 있어 주목받고 있다.
이러한 색다른 전략은 이미 「Copyright」와 대비되는 「Copyleft」라는 신조어가 등장할 만큼 일반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고급 원천기술을 확보하고 있는 선진기업들이 주로 구사하고 있는 이러한 신 특허전략은 유망상품에 대해 자사가 기술적 우위를 점하고 있는 기술사양으로 국제표준화를 유도할 목적 아래 핵심특허는 배제한 채 주변 특허들을 과감히 개방하여 시장을 활성화시키는 전략이다.
이러한 움직임은 탁월한 전자기적 특성에도 불구하고 특허료 부담 때문에 본격적인 시장형성이 지연되고 있던 아몰퍼스재료 분야에서 미국의 얼라이드 시그널사와 일본의 도시바사가 자신들이 보유한 물질특허를 개방한다고 발표한 것이나 일본정부가 자국기업들이 보유한 차세대 정보통신분야 특허기술들이 국제표준으로 채택될 수 있도록 외국 참여회사들에 세제혜택과 자금지원 등 적극적인 지원정책을 마련한다는 보도 등에서 엿볼 수가 있다.
특히 DVD 표준방식을 둘러싼 소니진영과 마쓰시타 진영의 경쟁, 스택구조와 트렌치구조를 두고 벌이는 1GD램의 표준화경쟁, 이동통신분야의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방식과 시분할다중접속(TDMA) 방식 사이에서 벌어지는 치열한 경쟁도 실제로는 각사가 보유한 핵심특허의 가치를 극대화시키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이같은 신특허전략은 원천기술이 부족한 우리 기업들에는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될 가능성도 있지만 참여 폭이 넓어진다는 의미에서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지금은 기술개발과 시장개척을 한 기업이 전적으로 담당한다는 것이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시대다. 더구나 현재 연구개발중인 기술이 국제표준화와 거리가 있다면 그 위험부담은 더욱 커질 수도 있다. 이러한 환경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우리 기업들의 기술개발전략이나 특허관리 전략을 보다 전향적으로 검토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본다.
즉 우리가 비교우위를 점하고 있는 기술분야를 찾아 이를 세계표준으로 유도하기 위해 우리도 경쟁업체들을 적극적으로 끌어들이는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는 것이다. 물론 핵심특허까지 개방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적어도 우리가 상대적 우위를 점하고 있는 특허기술에 대해 참여업체가 지불해야 하는 특허료 부담이 시장형성을 지연시키는 요인이 된다면 곤란하다는 것이다. 오히려 시장활성화에 촉매제 역할을 담당하게 하여 그것이 핵심특허에 대한 자산적 가치의 극대화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이제 우리 기업들도 혼자만의 기술적 우위를 고집하여 특허권을 지나치게 배타적으로만 활용하는 것이 과연 현명한 것인가를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 많은 비용과 노력으로 확보된 특허권을 철저히 분석, 평가하여 핵심기술과 주변기술을 분리하고 주변기술에 대하여는 과감하게 개방하여 선진기업들처럼 자사 우위의 기술이 세계표준화 기술로 채택되게 하려는 적극적인 특허관리 전략도 한번쯤 생각해 보아야 할 시점이 아닌가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