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B 중국 간판산업 자리매김

97년은 중국이 인쇄회로기판(PCB) 개발에 성공한 지 꼭 40년 되는 해다.

40년의 역사를 지닌 중국의 PCB산업은 매출규모가 90억元(한화 약 9천6백억원) 이상을 넘어 현재 이 분야 세계 5위 국가에 올라있다.

전자공업 중 가장 기본이면서 동시에 빠르게 발전해온 PCB는 지난 94년를 기준으로 세계 전자부품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4.7%로 거대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의 PCB 매출규모는 지난해 10억8천4백만달러로 세계 전체의 4%에 달했고, 오는 2000년에는 6%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PCB산업 발전상황은 연구개발 시작, 산업형성, 대도약, 중점품목 생산 규모화 등 대략 4단계로 나눠볼 수 있다.

우선 55∼62년에 걸친 연구개발 시작단계에서는 주로 연구기구 설립, 인재양성, 실험제조, 실용화 시험 등이 추진됐다.

63∼78년의 산업형성단계에서는 중국 전자산업에 반도체가 도입됨에 따라 PCB의 자주 개발이 본격화하는 한편 실험연구에서 실제 생산단계로 이행됐다.

79∼92년의 대도약단계에서는 개방정책에 따른 소비류 전자제품시장의 급성장을 배경으로 합작업체를 중심으로 PCB산업이 빠르게 발전했다. 생산라인 등 생산시설 도입이 활발했고 동시에 생산기술도 크게 발전하는 한편 전문업체도 많이 등장해 생산규모가 크게 늘면서 PCB는 본격적인 양산산업으로 발돋움했다.

93년부터 현재에 이르는 중점품목 생산 규모화단계는 주로 수출용 PCB, 그 중에서 특히 프로그램제어 교환기용이 크게 발전하고 있다.

이런 성장, 발전과정을 거친 중국 PCB산업은 그러나 현재 적지않은 문제를 안고 있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산업성장을 외국업체들이 주도하고 있다는 점인데 그 원인은 다음 몇가지로 설명된다.

우선 제8차 경제개발 5개년계획 기간(91∼95년) 정부가 PCB산업의 자주적 발전에 제동을 걸어 그 결과 중국 현지업체는 모두 다 연구소나 완제품업체에 소속돼 모기업에 필요한 수요에만 초점을 맞춰 개발, 생산에 나서고 있다는 점이다.

둘째는 PCB업체와 그 모기업과의 갈등이다. PCB는 기술발전 속도가 빨라 그에 대응한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한데 상하업체간 투자부문에 대한 잦은 마찰로 적기에 충분한 투자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밖에도 합작사의 경우 현지업체가 충분한 투자력을 갖추지 못해 자금조달은 제휴상대인 외국업체가 거의 맡고 있어 결국 외국자본에 크게 좌우되는 기업으로 전락하고 있다.

이같은 문제로 현재 중국 PCB산업은 외국업체들의 투자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구조를 갖고 있다.

이런 문제에도 불구하고 중국 PCB산업은 물론 외국자본에 크게 의지하면서 꾸준히 성장, 발전하고 있다.

최근 중국에서는 외국계 업체를 중심으로 제품의 소형화, 경량화, 고신뢰성을 목표로 고밀도, 고정밀도, 다층화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의 경우 전체 생산제품을 분석하면, 단면판이 23.2%, 양면판이 47.9%, 다층판이 28.9%를 각각 차지했다.

<베이징=고희규 통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