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티미디어컨텐트진흥센터(소장 이현석)가 지난 25일 개소식을 갖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3개 부서에 13명의 인력으로 출발한 이 센터의 설립에는 정보통신부의 의지가 크게 작용했다. 지난 4월부터 정보통신부는 오는 2001년 멀티미디어콘텐츠는 세계시장규모가 1천2백억달러에 이를 정도로 확대되는 등 초고속정보통신시대의 가장 중요한 자원인 관련산업의 육성을 위해 이 센터를 출범시킨 것이다.
따라서 이 센터는 선진국에 비해 크게 뒤떨어진 우리의 멀티미디어콘텐츠관련 기술수준을 끌어올리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맡게 됐다. 재단법인으로 출범한 이 센터는 올해 46억원의 예산을 확보하고 조직정비 및 시설도입 등 외형적인 치장에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
중소 콘텐츠개발업체의 제작환경을 지원하기 위해 각종 개발장비와 첨단 영상제작장비 등으로 구축된 가칭 「디지털미디어랩」을 운영키로 하고 현재 설비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아울러 디지털영상DB구축과 저작권에 대한 집중관리를 실시하여 각종 디지털 영상, 이미지, 캐릭터 등을 데이터베이스화하고 콘텐츠개발자에게 제공함으로써 저렴한 비용으로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이 센터는 올해 기반이 구축되는 대로 궁극적으로 멀티미디어콘텐츠분야와 관련된 모든 사업을 펼쳐 나갈 계획이다.
그러나 멀티미디어컨텐트진흥센터가 맡고 있는 중요한 역할에 비해 출범자체에 대해 관련부처나 업계의 반응은 썩 좋은 편이 아니어서 센터의 조기정착에 많은 난관이 뒤따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컨텐트진흥센터의 역할이 광범위하다 보니 여러 부처의 산하기관과 중복되거나 겹치는 일이 많아 사업을 추진해 나가는 과정에 갈등을 일으킬 소지가 많다는 점이다. 특히 일부 부처의 경우 컨텐트진흥센터의 역할이 자신들의 영역을 침입했다는 생각을 갖고 있어 센터출범 자체를 반기지 않고 있다.
무엇보다도 큰 문제는 정통부가 컨텐트진흥센터의 출범을 갑작스럽게 서두르다 보니 정작 관련당사자인 멀티미디어콘텐츠업체들의 호응을 이끌어내지 못했다는 점이다. 몇몇 실무자들이 모여 출범시킨 결과, 많은 관련업체들이 이 센터의 출범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고 있을 뿐 아니라 특히 센터 이사진을 관련업계와 상관없는 인사들로 구성함으로써 사실상 관련업계를 배제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와 관련, K사의 P사장은 멀티미디어컨텐트센터의 출범에 대해 시쿤둥한 반응을 나타내면서 『업계에 별다른 도움을 주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센터자체에 기대하지 않고 있다』고 말한다.
따라서 이 센터가 앞으로 관련부처나 관련업체들의 협력을 이끌어 내면서 국내 멀티미디어컨텐트산업의 육성이라는 역할에 맞는 위상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관련업계의 폭넓은 관심과 참여가 전제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원철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