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맨홀 (251)

『실장님, 데이터 입력 다 끝났습니다.』

강 과장이었다.

『상태가 어떤가?』

『마찬가지로 데이터의 입력이 끝난 상황에서 시스템이 정지되었습니다.』

『김 박사, 어떻게 해야 하지요?』

『아, 이 상태에서 프로그램을 추적하면 됩니다. 시스템이 정지된 상태에서 역으로 프로그램을 추적하면 어디서 장애가 발생했는지 알 수 있을 것입니다.』

데이터의 입력이 끝나자마자 시스템이 정지되는 것을 확인한 김창규 박사는 단말기 앞으로 다가앉았다.

그리고 직접 컴퓨터와 대화가 가능한 명령어를 입력시켰다. 기계어였다.

일반 컴퓨터는 기계어의 번잡함 때문에 프로그램용 언어를 그냥 쓰지 않고 상용언어로 컴퓨터와 대화를 나눈다. 컴퓨터와 사람의 언어소통을 위해 또다른 컴퓨터 프로그램을 운용하는 것이다. 자동절체시스템의 운용프로그램에 장애가 발생한 지금, 직접 컴퓨터와 대화하는 것이 효율적인 것이다.

『김 박사, 어떻소?』

열 개의 손가락을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김 박사의 일이 어느 정도 정리되는 기미를 보이자 김지호 실장이 물었다.

『바이러스요. 트로이의 목마 바이러스가 맞아요.』

『그래요?』

『그렇소. 「일리아스」에 나오는 인물들을 주인공으로 한 게임형태의 바이러스요. 아까 강 과장이 이야기한 대로 「아킬레스를 죽인 것은 독수리다」라는 글귀가 순간적으로 화면에 나타나고 있소.』

『독수리?』

김지호 실장이 되묻는 순간, 김창규 박사가 말했다.

『잠깐, 화면을 출력시키겠소.』

잠깐이었다. 김창규 박사는 이내 프린터로 화면 하나를 출력시켰다. 독수리였다. 눈을 부릅뜬 독수리 한 마리가 프린터로 형상화되고 있었다.

『김 실장, 이 시스템에 침투한 바이러스는 보통 바이러스가 아니요. 파일을 지워도 없어지지 않는 트로이의 목마요. 수준있는 프로그래머가 작성한 고도의 바이러스 프로그램처럼 보이고 있소.』

『김 박사, 파일이 지워지지 않는다면, 그렇다면 치료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오?』

『그렇소. 보통 트로이의 목마는 그 파일을 지워버리면 사라지게 되어 있어요. 하지만 지금 이 시스템에는 16:00부터 수차례 데이터가 재로딩되어 지워지고 새로 입력되었음에도 계속 바이러스가 생성되고 있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