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망용 PC가 어떤 경로로 시중에 불법유입되고 있는가.」
불법유통의 주체는 누가 뭐라 해도 행망용 PC를 생산, 공급하는 제조업체와 이를 사용하는 수요기관이랄 수 있다. 여기에 조달청을 통해 이를 관리하고 있는 정부도 책임을 면할 수 없다.
현재 행망용 PC가 시중으로 유입되는 경로는 2가지로 파악된다. 우선 제조업체가 제품을 공급하는 과정에서 흘러나오는 경우와, 또 다른 하나는 일부 수요기관에서 행망용 PC를 구입해 시중에 유통시키는 경우다.
일반적으로 행망용 PC의 조달체계는 조달청이 선정한 PC공급업체와 수요기관이 직접 물품을 공급하도록 돼 있으며 조달청은 양측의 불법유통을 방지할 수 있도록 3자 단가 계약서나 세금계산서 등을 통해 중간에서 감시하는 방식으로 이뤄지는 게 보통이다.
조달청은 수요기관과 제조업체에 제품주문과 제품공급을 맡기고 있지만 불법거래를 방지하기 위해 대금결제만큼은 제품주문서 및 납품확인서를 이용해 중간에서 대행하는 셈이다. 이를 통해 조달청은 각 거래를 간접적으로 관리하면서 수요기관으로부터 공급거래액의 1.4%에 해당하는 수수료를 받고 있다.
문제는 조달청이 물품을 직접 사서 공급하는 직접 관리방식이 아닌 간접 관리방식이라는 데서 찾을 수 있다. 또 최근 행망용 PC 주문 및 생산물량이 많아지면서 각 공급업체가 자체 대리점에서 행망용 PC 공급권을 대폭 이양한 데서도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일부 제조업체 대리점이 수요기관과의 불법담합이나 묵인 아래 또는 허위계약서를 통해 물품공급량을 과당계상해 본사에 주문하고 과당계상한 물량을 자체적으로 판매하면서 시중으로 불법유입되고 있다.
제조업체에서는 자체 대리점의 불법유통에 대해 어느 정도 파악하면서도 덤핑투찰을 앞다퉈 행하는 등 치열한 행망용 PC 공급경쟁에 참여하는 만큼 적극적인 단속을 하지 않고 있다는 게 관련업계의 주장이다.
또 조달청에 내야 하는 1.4%의 수수료를 절약하기 위해 수요기관이 공급업체와 수의계약을 통해 조달청을 거치지 않고 직접 거래하는 경우도 많은데, 이때 제조업체의 물량이 대거 불법유통되는 경우도 상당하다.
조달청의 개입이 없는 만큼 제조업체가 마음만 먹으면 불법유통을 손쉽게 할 수 있게 된다.
정부가 얼마 전까지만 해도 행망용 PC 공급업체로 대기업만을 선정했으나 최근 중소 제조업체를 대거 선정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바꾸면서 불법유통의 소지가 높은 수의계약건이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
행망용 PC 공급이 제조업체뿐만 아니라 일부 수요기관에서도 자행되고 있다는 데서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현재 행망PC 공급은 정부의 국가 정보화 인프라 구축의 일환으로 추진되고 있는 만큼 수요처는 정부기관 및 정부투자기관, 교육기관에 한정돼 있다.
한 정부관계자는 이들 기관이 정부의 감사를 직접 받고 있기 때문에 불법유통의 주체가 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실제 이들 수요기관에서도 적지 않게 행망PC가 불법으로 유출되고 있다. 주로 교육기관, 그것도 정부의 감사가 다소 느슨한 사립학교에서 흘러나오고 있다는 게 상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들 교육기관에서 흘러나온 제품은 상가보다는 주로 개인판매 등의 방식으로 불법유통되고 있는데 최근 이같은 방식을 통해 행망용 PC를 구입했다는 소비자들이 적지 않다.
<신영복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