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현실에 맞는 저작권법의 개정작업이 본격화하고 있다. 디지털기술의 발달로 국제 저작권질서가 크게 변화하면서, 내년으로 예정된 국내 저작권법 개정을 앞두고 저작물 이용 환경변화에 맞지 않는 현안들을 고찰하고, 올바른 개정방향을 제시하기 위한 민관의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저작권심의조정위원회(저심위, 위원장 전영동)는 지난달 30일부터 2일간 저작권 관련단체 및 민간업자들을 참여시킨 가운데 「현행 저작권법 상의 현안 문제점검을 위한 1차 공개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는 현행 저작권법이 안고 있는 문제점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하는 자리였다.
지난달 30일 이중한 서울신문 논설위원의 사회로 진행된 1차 토론회 첫날에는 △비영리목적의 공연, 방송 △촉탁에 의한 초상화 △강제(법정)허락제도 △부수추정 △인격적 이익의 보호 △보호되는 권리의 범위 △정보청구권 등 「저작재산권의 제한」 및 「침해구제」와 관련한 현행 저작권법의 비합리성에 대한 토론이 있었다.
이어 1일 김문환 국민대 교수의 사회로 속개된 토론회에서는 △실연자 정의 △영상저작물 △산업디자인의 보호 △단체명의 저작물 △저작물의 등록 △사적복제보상금 등의 쟁점에 대한 문제제기가 이어졌다.
이번 토론회에서는 특히 현행 저작권법 제26조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않고 청중이나 관중(시청자)으로부터 어떤 명목으로든지 반대급부(대가)를 받지 않을 경우에는 공표된 저작물을 공연 또는 방송할 수 있다」는 규정에 대해 방송의 경우 엄밀한 의미에서 「비영리」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 지적됐다.
또한 이 규정은 「헌법상의 개인권리가 제한받는다고 하더라도 그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은 침해할 수 없다」는 헌법 37조 2항과, 「법률로서 개인의 재산권을 제한하는 경우에도 정당한보상을 해야 한다」는 현법 23조 3항에도 배치돼 위헌시비의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를 토대로 저작권법 26조의 개정이 이루어질 경우 판매용 음반이나 영상저작물을 재생하여 방송에 이용할 때 저작권자의 배타적인 권리가 인정받을 수 있을 전망이어서 적지않은 변화가 예상된다.
이와 함께 저작물 이용자에 대한 보호조항인 현행 저작권법 제47∼50조 「강제(법정)허락제도」의 강화여부도 큰 관심사였다. 이 조항들은 저작권자의 생존여부가 불투명하고 소재(거소)파악이 불가능할 때 공탁을 통해 해당 저작물(방송물, 음반 등)을 이용할 수 있게 한 규정이다.
이번 토론에 참석한 방송업자, 출판업자, 음반사 등의 관계자들은 『강제(법정)허락제도가 엄연히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활용된 사례가 없고 허락기준이 불분명해 이용할 수 없는 실정』이라며 관 주도의 강력한 법정허락기구의 설치를 요구했다.
저작권자 보호강화 측면에서의 법개정 요구도 있었다. 이는 현행 저작권법 제94조 「부정복제물의 부수추정」의 기준강화 및 대상 저작물 확대와 관련한 것이다. 현행 규정에 따르면 저작권자의 허락없이 저작물을 복제했을 때 그 부정복제물의 부수를 산정하기 어려운 경우 「출판물 5천부, 음반 1만장」로 추정한다.
그러나 최근 일어나고 있는 불법복제사건은 부수추정 기준이 현실적이지 못함을 증명하고 있으며, 대상 저작물도 출판과 음반에 국한되지 않고 있다.실제로 최근 적발된 일본 출판만화 불법복제업자는 1백30만부를 복제, 배포한 바 있다.
이외에 이번 토론회에서는 △저작인접권자의 인격권 확대 및 보호기간 문제 △2차적 저작물 작성 및 대여와 같은 불명확한 보호범주의 문제 △사적복제 보상금제도 도입여부 △영상저작물과관련한 제반문제 등 규정변화에 따라 금전적인 실익(저작권료)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현안에 대한 토론이 활발하게 진행됐다.
한편 저작권심의조정위원회는 오는 11월 4, 5일 이틀간 2차 공개토론회를 개최, 디지털 의제 및 세계지적재산권기구(WIPO) 신조약의 수용문제를 다룰 예정이다.
<이은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