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액정표시장치(LCD)와 플라즈마디스플레이패널(PDP) 등 평판디스플레이 사업에 사운을 건 투자를 감행하고 있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LG전자는 사실 지난해 초까지만 하더라도 박막트랜지스터(TFT) LCD 사업을 계열사인 LG반도체로 이관한다는 방침일 정도로 평판디스플레이 사업에 대한 육성의지가 그리 강하지 않았다. LG전자가 디스플레이 사업 육성의지를 본격적으로 드러내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중반 중장기 전략인 비전 2005를 수립하면서부터다. LG전자는 이때부터 TFT LCD의 LG반도체로의 이전을 철회하고 대신 LG반도체와 연합, 매우 공격적인 투자에 나섰다.
지난해 초까지만 하더라도 TFT LCD나 PDP 등 평판디스플레이 사업에 미온적이고 소극적이던 LG전자가 왜 이토록 이의 육성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을까.
한마디로 정책입안자들과 고위경영진 사이에 LG전자의 미래가 평판디스플레이 사업의 성패에 달려있다는 의견일치를 보았기 때문이라는 것이 고위 관계자의 전언이다. LG전자는 삼성전자나 현대전자와 달리 반도체나 정보통신 부문을 LG반도체, LG정보통신 등 자회사에 이관하고 아직까지도 사양화되고 있는 가전에만 주력하고 있다. 이 때문에 LG전자는 그동안 유망품목을 발굴, 육성하지 못할 경우 위기를 맞이할 수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으며 그럴수록 계열사 통폐합의 시나리오가 고개를 들었다.
LG전자는 따라서 21세기 유망품목인 평판디스플레이를 집중 육성함으로써 이같은 세간의 시선을 일축하고 전자미디어CU의 간판기업으로써 자립하겠다는 전략인 것이다.
LG전자의 이같은 의도는 지난 7월 시행한 조직개편에서도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LG전자는 디스플레이사업본부를 신설하고 이 부문에 브라운관(CRT)뿐만 아니라 이와 밀접한 세트제품인 TV, 모니터를 포함시켰으며 TFT LCD사업본부도 신설하는 대개편을 단행했다. 이에 따라 가전부문인 리빙시스템사업본부와 컴퓨터 관련제품 부문인 멀티미디어사업본부에는 매출의존도가 가장 높은 TV와 모니터가 빠져버렸다.
이같은 조직개편의 결과 LG전자는 지난 상반기 디스플레이사업본부의 매출의존도가 38.6%에 달했으며 여기에 TFT LCD사업본부까지 합치면 디스플레이 사업비중이 무려 절반에 가까운 42.9%에 이르렀다. 특히 TFT LCD 사업매출은 잇따른 설비증설과 시장확대로 급격히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디스플레이 사업비중은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LG전자의 미래가 디스플레이 사업에 달려있다는 말이 결코 과언이 아닌 것이다.
LG전자의 최근의 행보는 디스플레이 분야에 사운을 걸고 있다는 표현이 지극히 어울릴 정도다. LG전자는 지난해 말 TFT LCD 제2라인 도입을 발표한 데 이어 올들어 잇따라 3라인과 4라인을 오는 99년까지 연차적으로 건설하는 등 매년 1조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더욱이 LG반도체도 2005년까지 TFT LCD에 4조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LG반도체가 생산하는 TFT LCD는 LG전자가 넘겨받아 판매할 방침인 만큼 이 분야의 매출은 가히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LG전자는 TFT LCD뿐만 아니라 PDP에서도 역시 놀라울 정도의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PDP 분야에서는 그동안 오리온전기와 삼성전관이 연구개발에서나 투자에 있어서 한발 앞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왔으나 LG전자가 이같은 예상을 깨고 출발 총성을 먼저 울려 업계 관계자들을 놀라게 했다.
LG전자는 PDP 분야에도 오는 2000년까지 1조원 이상을 투자, 월 1만대 이상의 양산설비를 구축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