權 純 澈
83년 고려대 전자공학과 졸업
85년 서울대 대학원 전자공학과 졸업
90년 美 텍사스 A&M대 공학박사
85∼86년 해태전자 특수개발부 연구원
91년∼현재 한국통신 FLC개발팀장
정보시대가 도래하면서 정보문화에 대한 욕구가 점점 커지고 멀티미디어의 개념이 통신에 접목돼 제공되는 서비스의 광대역화가 가속되고 있다. 기존 동선을 기반으로 한 서비스, 즉 전화서비스를 위한 PSTN, 공중 데이터통신을 위한 데이터망(HiNET-P, CO-LAN), ISDN, 전용회선 등을 고려할 때 이의 광대역화는 단기적 측면에서 xDSL기술이 우세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전송속도와 품질, 가입자계의 규모가 확대되면서 지하구조물 포화 및 MDF의 폭주, 광대역 서비스의 대두와 이에 따른 잠재적인 가입자의 수용 등을 감안할 때 가입자망의 광케이블화가 필수적인 요건으로 떠오르게 된다. 기존 동선망으로부터 광케이블망으로의 진화에는 막대한 투자예산이 필요하게 되는 만큼 투자비 절감과 광가입자망 활용 효율화를 위한 관련전략의 수립과 계획추진의 합리화가 매우 중요하다.
가입자망의 고도화를 위해서는 크게 기간망과 가입자망의 진화가 필요하다. 기간망의 경우 전화국의 수가 한정적이고 위치가 고정돼 있어 시설의 증설이나 새로운 기술의 적용이 상대적으로 용이하다. 반면 가입자망은 넓은 지역에 산발적으로 분산돼 있는 가입자들을 단국이라는 한 지점으로 접속하게 하는 기능이 필요하고 신규 서비스의 경우 모든 잠재적인 가입자까지 서비스할 준비를 해야 한다는 점에서 가입자망 구축의 어려움이 있다.
광가입자망의 구축에 있어 고려해야 할 점은 어느 정도의 전송속도를 제공해 어떤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하느냐 하는 대역폭의 관점, 가입자 소통(신규, 변경, 해지)에 필요한 서비스 개통시간 여부, 지역적 및 가입자 계층적으로 광범위하게 적용될 수 있는 능력인 보편성, 서비스 운용 및 시설보전 업무가 용이하고 비용이 적은 정도인 운용성, 망구축 투자비를 회수하고 기대수익을 가져오는 정도인 경제성 등을 들 수 있다.
광가입자망을 통한 서비스는 크게 교환형 서비스, 검색형 서비스, 분배형 서비스 등 3가지로 나눌 수 있다. 교환형 서비스로는 기존의 전화, ISDN, 영상전화, 영상회의 등을, 검색형 서비스는 VOD, 홈쇼핑, 인터넷접속, 원격 LAN접속, 멀티미디어 게임, 원격교육, 대화형 TV 등을, 분배형 서비스는 디지털 케이블TV 등을 들 수 있다. 광가입자망 구성은 우선 경제성, 명분, 가입자의 수요 등이 맞아떨어져야 한다. 또 사업의 시급성, 사용자의 요구, 수익성 등 투자 우선순위를 고려해 결정해야 한다.
왜 광으로 가야 하는가. 그 이유는 우선 망구축에 따른 경제성이 동선보다 높다는 점이다. 동선의 경우 투자비용이 거의 제자리걸음을 하는 반면 광통신에 소요되는 소자들의 가격이 기하급수적으로 떨어지고 있어 수년 안에 경제성 문제가 해결될 가능성은 충분히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둘째, 관로가 포화되거나 그 지역의 여건과 증설분 등을 고려할 때 광으로 가는 방법 외에는 해결책이 없기 때문이다. 셋째는 기존 동선으로 광대역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기 때문이다. 최근 선보인 xDSL기술을 활용해도 MPEG2급 영상서비스를 CSA(Carrier Serving Area) 내에 모두 만족시키기란 쉽지 않다. 보편적으로 광대역 서비스를 모든 가입자에게 적용하기 위해서는 가입자 선로의 광케이블화는 필수적이라 할 수 있다.
광통신방식을 실현시키기 위해서는 우선 광 송수신을 위한 레이저 다이오드, 수신소자, 광을 전달하기 위한 매체로 광섬유가 필요하게 된다. 따라서 기존 가입자망의 경우 주종을 이루고 있는 동선을 광섬유로 교체해야 한다. 광통신은 광섬유라는 전송손실이 아주 적은 매체를 사용하는 만큼 거리에 제한없이 전송이 가능하다. 따라서 가입자망의 설계가 용이하고 새로운 주거지역 개발시 광역화가 가능하므로 전화국의 설치를 최대한 억제시킬 수 있다.
또 광섬유가 갖는 커다란 장점 중 하나는 대역폭이 크다는 것이다. 물론 장거리 전송의 경우 거리와 대역폭간 함수를 고려할 때 양자화 제한이라는 함수로 어느 정도 제한요소가 있지만 가입자망의 경우 전화국에서 가입자간의 거리가 짧아(한국의 경우 평균거리 2.2) 수백G급의 전송도 충분히 가능해질 수 있다. 또하나는 광섬유가 주변여건, 즉 낙뢰, 부식 등의 영향이 적고 유지보수비용이 적다는 장점이 있다.
광가입자망은 가입자 댁내 접근정도에 따라 FTTO, FTTCab, FTTC, FTTH 등으로 구별되기도 하고 특정 매체와의 혼용 여부에 따라 HFC, HFR(Hybrid Fiber Radio) 등으로 구분되기도 한다. 특정 지역을 대상으로 광케이블을 모두 포설하는 경우 FTTZ(Fiber To The Zone)로 부르기도 한다.
최근 통신사업자들의 모임인 FSAN(Full Service Access Network)에서는 ONU(Optical Network Unit)의 크기 및 가입자 댁내까지 동선거리를 대조해 ONU 크기가 32∼64 가입자(5백m 이내)인 경우 FTTC(Fiber To The Curb), 64∼1백28 가입자(1.5 이내)인 경우 FTTCab(Fiber To The Cabinet)라고 정의하고 있다.
광가입자망의 구축은 궁극적으로 각 가입자 댁내에까지 광케이블과 광전송장치를 공급해 초고속 통신시대를 대비하는 FTTH(Fiber To The Home) 구축이 목표였지만 경제성, 선로구축의 문제, 선도적 서비스의 부족과 FTTC 등 대안의 등장으로 NTT조차도 일단 연기했다. 따라서 현재 전세계적으로 볼 때 일반 가입자를 대상으로 한 광가입자망의 구축은 기존 통신사업자를 주축으로 한 FTTC 구도와 새로 통신사업에 진출하려는 모든 케이블TV사업자 혹은 케이블TV사업에 신규 진출하려는 통신사업자 중 일부를 중심으로 한 HFC(Hybrid Fiber Coax) 구도로 압축되고 있다.
FTTO는 가입자 건물까지 광케이블이 포설된다는 관점에서 볼 때 광역의 의미로는 FTTH로 볼 수도 있다. 이미 사업성 측면에서 검증이 끝나 최근 사업구도의 경쟁관계에 힘입어 상업용 건물 광케이블화로 점점 가속을 더해가고 있다.
일반적으로 전화국측에 설치되는 COT(Central Office Terminal)와 가입자 건물에 설치되는 RT(Remote Terminal)로 구성되며 다양한 용도의 전송시스템이 개발되고 있다. 크게는 대용량(가입자 3백명 이상), 중용량(1백명 이상), 소용량(1백명 미만) 광전송시스템으로 구분되며 국내외 많은 기업들이 이 시스템을 생산하고 있다. 최근에는 T1/E1급 정도의 대역폭을 위해 광모뎀이 개발돼 시판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대략 96년 말 현재 1천2백 구간 정도의 상업건물에 광케이블이 포설돼 운용되고 있다.
HFC는 기본적으로 방송지향적인 케이블TV 고유의 트리 및 브랜치(Tree & Branch) 전송망의 발전선 상에 있는 것이다. 아날로그 변복조만을 사용해 케이블TV만을 수용하던 아날로그 광섬유/동축망에 디지털 변복조를 사용하는 전송채널들을 주파수 분할 다중화에 의해 추가, 하이브리드(Hybrid)라는 명칭을 얻게 됐다. 초기에는 이러한 디지털 채널을 활용해 주로 VOD(Video On Demand) 등 영상서비스를 고려했으나 최근에는 인터넷 붐을 타고 케이블모뎀을 활용한 인터넷 서비스가 주목을 받고 있다.
하지만 상향측의 잡음 누적문제, 버스구조에 따른 가입자 증가시 하향측의 대역폭 축소에 따른 ONU의 재설계 문제 등 기술적, 정책적 문제의 해결이 뒤따라야 하므로 시범서비스 단계에서 상용서비스 단계에 이르기까지는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FTTC는 FTTH의 경제성에 대한 부담을 덜기 위해 가입자 댁내 근처까지 광케이블을 포설한 후 ONU로부터 가입자 댁내까지는 기포설된 동선을 그대로 활용하는 기술이다. 초기에는 수동 광가입자망을 이용한 전화 및 ISDN을 제공하기 위한 TPON(Telephone Passive Optical Network)이 기존의 노후된 동선의 대체용으로 많이 활용되었으며 대표적인 케이스로는 독일의 통일 후 구동독 및 뉴욕, 보스턴지역 등 기존 동선의 노후화가 심한 지역의 광케이블화사업을 들 수 있다. 이는 다시 동선을 포설하는 것보다 광케이블을 포설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되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광대역 서비스에 초점을 맞춘 것이 아니라 기존의 서비스를 값싸게 공급하는 방법을 택한 것이다.
최근에는 CAP 및 DMT 등 신호처리기술의 성숙에 힘입어 VDSL(Very High Speed Digital Subscriber Line)의 대두로 FTTC가 광대역 서비스를 위한 강력한 솔루션으로 나타나고 있다. FTTC방식은 전화국측 장치인 HDT(Host Digital Terminal)와 가입자측 장치인 ONU로 구성되며 ONU에서 수용하는 가입자의 수에 따라 적은 경우에는 수동 광가입자망 방식이 유리하고 가입자의 수가 많은 경우에는 능동 성형망이 유리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최근에는 ATM기술의 성숙으로 FTTC망을 통해 기존 서비스 외에도 ATM방식을 이용한 광대역 서비스의 제공이 가능한 장비의 개발이 주종을 이루고 있다.
한국통신은 광가입자망의 중요성을 인식, 지난 91년 「가입자선로 광케이블화 추진전략」을 수립한 이후 지속적으로 보완해 현재 가입자 선로의 광케이블화를 초고속 멀티미디어 구축 및 네트워크의 고도화 추진전략과 연계해 추진하고 있다. 이에 따라 광가입자 전송시스템이 개발, 상용화돼 1차로 상업용 건물을 대상으로 한 FLC-A/B, 2차로 수요 밀집지역, 특히 대단위 아파트단지를 대상으로 하는 FLC-C 등 단계적으로 가입자망 환경에 맞게 필요한 장비를 적기에 공급하고 있다.
광가입자망의 구축이 선행돼 서비스의 활성화를 유도할 것인가, 아니면 서비스의 활성화가 충분히 성숙된 후 망구축을 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완전히 정립된 것은 아니지만 정부의 초고속망 구축에 대한 의지에 힘입어 전자쪽으로 기울어지고 있다. 따라서 FTTC가 성숙될 시기인 2005년께에는 10∼20급 정도의 여러가지 광대역 서비스가 보편화하고 2015년께에는 FTTH기술까지 보편화돼 가정당 약 50급 이상의 광대역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경제성 있는 광가입자 전송시스템의 확보 외에도 초다심 광케이블의 개발, 각종 광선로 접속자재 및 접속기술, 서버기술, 교환기술, 단말기술, 서비스 응용기술 등 통신망의 각 분야에서 부단한 노력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