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仲煥 케이맥㈜ 대표이사
그동안 추진돼온 정부 위주의 기술인프라 구축작업은 재원조달의 문제, 비능률적인 운영 등으로 각종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다. 이러한 난관을 슬기롭게 극복하기 위해서는 기술 인프라에 대한 민간차원의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
인프라 개발과정의 투명성과 공평성을 확보하기 위해 법적, 제도적 틀을 정비하고 투자 위험을 덜어줄 인센티브 제도 등을 도입하여 민간기업의 참여를 적극 유도하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동안의 기술 인프라 관련 정책들 대부분이 도로, 항만, 전력, 통신 등 보편적인 사회간접시설에만 국한돼 왔다. 하지만 지금의 산업구조는 기술집약형의 새로운 형태로 발전되고 있으며 이에 따른 구조개편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따라서 과거의 저임금과 대량생산 및 물류 중심의 산업구조에서 요구돼온 산업인프라와는 차원이 다른 새로운 접근방식이 필요하다.
이러한 대표적인 예가 반도체산업이다. 반도체는 다가오는 21세기 정보통신산업의 핵심 하드웨어다.
하지만 우리나라 반도체산업은 단기간에 급격히 성장한 메모리 일변도의 구조를 지니고 있다. 더구나 반도체산업 육성에 필요한 각종 장비와 재료, 그리고 설계 및 공정 관련기술 등 그 기술 인프라는 아직도 취약한 수준에 머물고 있다.
따라서 반도체 산업의 균형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이러한 문제점을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이 모색되어야만 한다. 그러나 반도체는 전자, 재료, 물리, 화학, 기계 등 소요되는 기반기술이 광범위해 한두 기관의 정책이나 한두사람의 노력만으로는 감당하기 어렵다. 더구나 기반기술이 척박하고 관련산업이 소규모인 국내 상황에서 자발적인 기술 인프라 구축 및 자생력 확보는 사실상 불가능한 실정이다.
이 때문에 정부나 대기업에서는 설계인력 양성, 공정장비 국산화 등의 시급한 분야에 대해 학계와 국책연구소 또는 중소기업에 지원을 해보지만 전체적인 입장에서 무엇이 어떻게 필요한지 제대로 파악되지 않은 데다 예산도 턱없이 부족해 적절한 추진방안이 아직 도출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이런 관점에서 최근 벤처기업 육성에 대해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는 것은 바람직해 보인다. 벤처기업의 특성은 다양한 기술로 틈새시장을 노려 다품종 고부가가치 제품을 소량 생산하는 데 있다. 따라서 이들 벤처기업은 현재 국내 반도체산업이 요구하는 각종 기술적 인프라를 제공할 수 있는 새로운 주체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설계 및 소재, 그리고 장비는 물론 물성측정과 정밀분석 등의 기술 자문 서비스에 이르기까지 각 분야에서 전문화된 벤처기업의 자발적인 창업을 유도하고 육성발전에 노력을 꾸준히 기울여주는 것이 필요하다. 반도체산업의 기술 인프라 구축과 인프라의 산업화에 성공한다면 앞으로 고부가가치 소재, 부품은 물론 장치산업에 이르기까지 그 파급효과가 클 것이다.
정부와 대기업은 기술 인프라를 담당할 벤처기업의 창업을 위해 이들이 부담해야 할 투자위험을 덜어주고 척박한 산업환경 속에서 안정적인 시장을 스스로 개척할 때까지 각종 세제 혜택과 연구개발비 지원 등 육성정책이 있어야 하겠다. 또한 현재 관행처럼 돼버린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주종관계를 타파, 장차 첨단산업을 이끌어갈 동반자로의 인식을 함께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