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이 알파칩 기술을 인텔에 매각 추진하는 것은 직접적으로는 두 회사간 특허 분쟁을 해결하기 위한 방편으로 분석가들은 풀이하고 있다.
두 회사의 특허 분쟁은 디지털이 올초 펜티엄 프로세서가 자사의 알파칩 특허를 침해한 것이라며 인텔을 제소한 데 대해 인텔이 최근 특허 침해 혐의로 디지털을 맞제소하는 등 확대 일로에 놓여 있는 상태다.
따라서 디지털로선 인텔의 역공으로 자칫하면 자사가 오히려 큰 피해를 볼 수도 있는 데다 알파칩이 자사의 주력 칩이긴 하지만 시장에서 큰 인기를 얻지 못하고 있는 점을 감안해 이번 기회에 차라리 인텔로부터 충분한 보상을 받을 수 있다면 매각하는 편이 훨씬 낫다는 판단을 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실제로 알파칩은 그 기술적 우수성에도 불구하고 명령어축약형컴퓨팅(RISC) 칩 시장에서 점유율이 1%에도 미치지 못할 정도로 영향력이 미미하다.
따라서 디지털은 내부적으로 알파칩에 연연하기 보다 이의 매각을 통해 특정 칩에 의존하지 않는 시스템 솔루션 업체로서의 자리매김을 시도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디지털이 최근 매출 감소를 겪는 것도 알파칩의 판매 부진과 무관하지 않은 것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알파칩 기술 매각을 통해 확보한 자금과 절감되는 공장 운영비 등을 솔루션 개발 등으로 돌리는 것이 디지털의 재도약을 위해 필요하다는 것이다.
디지털의 알파칩 기술 매각은 따라서 근본적으로는 이 회사의 새로운 자리 매김을 위한 계기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한편, 인텔 입장에서도 현재 법원에 계류중인 디지털과의 특허 분쟁으로 야기될지 모를 엄청난 타격을 미연에 방지하고 알파칩의 우수한 기술적 자원을 자사의 차세대 기술 개발에 적용할 수 있다는 매력 때문에 알파칩 기술 매입에 관심을 가질만하다.
이에 따라 디지털의 알파칩 기술 매각은 금액이 적정선에서 합의된다면 성사될 가능성이 적지 않은 것으로 분석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오세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