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명적 변화를 몰고 올 디지털TV는 아직 일반 시청자들의 입장에서는 신기루에 지나지 않지만 제작사들의 입장에서는 현실이다.
미국내 제작사들은 디지털TV에 대한 가닥이 완전히 잡히지는 않았지만 주변여건은 자신들에 상당히 유리하게 전개되고 있다는 반응이다.
디지털TV시대를 놓고 프로그램 제작사 안팎에서 상당히 혼란을 겪었던 데서 벗어나 최근에는 안정화하는 추세다. 프로그램 제작을 놓고 벌어졌던 제작사와 제작진 간의 충돌도 정리단계에 들어섰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컬럼비아트라이스타TV 등 대부분의 할리우드 제작사 내에서는 디지털TV 포맷 촬영을 놓고 제작진의 반발이 적지 않았었다. 모든 장면을 현재의 TV포맷인 4대3비율로 찍는 동시에 미래의 표준인 디지털TV용 16대9 포맷으로 찍으라는 경영진의 요구를 제작진이 받아들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제작진들은 동시에 2가지를 모두 만족시키는 좋은 구도란 없다고 반발했다. 만약 어떤 장면이 4대3 화면을 염두에 두고 찍는다면 움직임은 16대9 화면의 중앙에만 놓이게 될 것이고 역으로 더 넓은 스크린을 염두에 두고 어떤 장면을 찍는다면 현재의 수상기로 시청하는 사람들은 화면의 양쪽끝을 볼 수 없을 것이라는 게 제작진들의 설명이다.
컬럼비아트라이스타의 경우 디지털 화면과 기존화면 양쪽을 모두 촬영하되, 만약 조명이나 기타 장애가 발생하면 아날로그 4대3 화면으로 찍기로 합의했다.
할리우드 제작사들이 제작진과의 갈등에 아랑곳하지 않고 이처럼 아날로그 및 디지털TV 포맷을 밀어붙이는 것은 디지털TV시대에 하루라도 빨리 대비하기 위함이다.
소니의 자회사인 컬럼비아트라이스타의 경우 3년 전부터 디지털TV로의 전환에 꾸준히 준비해왔으며 올해부터는 촬영하는 모든 화면이 디지털과 호환될 수 있도록 작업하고 있다. 올해부터 시작되는 야외촬영이 고비지만 최근에는 많은 경우 비디오테이프가 아닌 35㎜ 필름으로 촬영하고 있다. 고선명(HD)TV나 디지털로 손쉽게 바꾸기 위해서다.
제작사들의 꾸준한 디지털TV 준비태세 탓에 실무제작진들 간에도 최근에는 디지털 제작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이 늘어나고 있다. 디지털TV와 호환성을 갖도록 제작함으로써 프로그램의 자산가치가 더욱 늘어날 뿐만 아니라 향후 예상되는 콘텐츠 라이브러리 축적도 가능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제작사들에 실질적인 혼란을 줬던 방송사업자들에 디지털TV 송신도 정리단계에 진입했다. 제작사들의 프로그램을 내보내줄 방송사업자들은 한때 디지털TV에 대한 방향을 찾지 못했으나 최근에는 디지털 화면의 궁극점인 HDTV로 방향을 정리하고 있다.
CBS나 NBC의 경우 디지털TV시대에는 HDTV송신을 하겠다는 계획을 고수하고 있다. 문제는 ABC가 디지털서비스를 위해 허가받는 채널로 기존 화질에 바탕을 둔 다채널서비스를 하겠다는 뉘앙스를 풍기고 있다는 점이다. HDTV는 새로 받는 디지털TV용 주파수를 통해 한 채널만 전송할 수 있지만 기존 화질로는 6개 채널까지 전송할 수 있기 때문에 ABC는 다채널서비스 여부를 심각히 고민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방송사업자들의 디지털TV 송신은 디지털TV 프로그램을 준비하는 제작사에 유리한 방향으로 정리될 전망이다. 방송사업자들에 디지털TV용 주파수를 무상으로 제공키로 했던 미국 하원의 텔레커뮤니케이션 소위원회가 주파수 무상제공은 HDTV용으로 국한한다고 발언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케이블TV업계도 다가올 디지털TV를 HDTV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어 제작사들의 디지털TV 프로그램 제작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디스커버리채널과 HBO가 이미 HDTV채널을 출범시킬 것이라고 발표했고, 터너 오리지널 프로즈도 HDTV카메라로 촬영되는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준비중이다.
할리우드 제작사들의 디지털TV용 프로그램 제작이 앞으로는 전체작업의 중심에 설 전망이다.
<조시룡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