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연연구소들이 우리나라 과학기술 연구의 세계화 정책에 따라 러시아, 독일, 중국 등에 설립, 가동하고 있는 해외 연구센터들이 대부분 연구비 부족으로 제역할을 하지 못하는 등 부실하게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사실은 최근 이부식 과학기술처 차관 주재로 주 프랑스대사관 소속 문병룡 과학관 등 유럽과 러시아지역 주재 과학관 10명이 모인 가운데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1회 해외주재 과학관 회의」에서 제기돼 밝혀졌다.
이들 해외주재 과학관은 우리나라 출연연의 해외연구센터가 유럽연합과 러시아를 중심으로 최근 2, 3년 동안 10개 이상 설립됐으나 연구비 부족 등 재정난으로 단순한 연락사무소 역할만 할 뿐 연구활동은 크게 부진한 형편이라고 지적했다.
러시아에는 항공우주연구소, 에너지연구소 등 5개 출연연이 잇따라 개설한 연구센터가 있으나 대부분 사무실 기본 운영비로 사용하기에도 빠듯한 정부지원금만으로 운영되고 있어 연구활동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라는 것이다.
이 지역 소재 출연연 연구센터들은 이에 따라 러시아 연구기관과 대규모 자금이 필요한 공동 연구를 제대로 할 수 없고 다만 정보수집에 그칠 뿐이어서 국내 기업들도 이들 연구센터에 공동 연구과제를 수탁하지 않는 등 악순환을 거듭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 연구센터는 특히 설립된 지 2, 3년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현지 연구기관이나 기술, 인력에 대한 체계적인 정보수집은 물론 관리도 제대로 하지 못해 한, 러 과학기술 협력을 어렵게 하고 있다고 현지 과학관은 지적했다.
또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이 지난해 2월 독일의 자랜드대학 구내건물 약 1백30평을 임대, 운영하고 있는 KIST 유럽분원도 출범당시 오는 99년까지 대지 3천여평을 확보, 건물 약 7백50평에 달하는 연구동을 확보하겠다는 의욕적인 계획을 수립했으나, 최근 재정경제원의 예산심의과정에서 KIST가 이 사업을 위해 요구한 사업비 65억원이 38억원으로 대폭 삭감돼 앞으로 사업에 차질이 불가피하게 할 것으로 지적됐다.
이밖에도 경북대 센서기술연구소와 포항공대 공정산업자동화연구센터가 각각 지난 95년부터 프랑스에 현지 연구실을 개설, 운영하고 있으나 아직 연구활동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주재 과학관들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현재 출연연별로 산발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해외 협력사업의 창구를 단일화하고 동시에 장기적인 안목으로 해외연구소 육성방안을 마련, 연구개발 자금을 집중적으로 지원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서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