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수 있는 권리는 헌법이 보장한 기본권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이같은 기본적인 권리를 제대로 누리지 못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신체적 제약 때문에 기본적인 권리 향유에 원천적으로 불리함을 갖고 있는 장애인과 고령자, 그리고 생활유지 능력이 없거나 어려운 저소득층이 바로 그들이다.
우리가 추구하는 정보사회는 이러한 소외계층에게 그렇지 않은 사람들과 동등한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하지만 현실은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그들이 가지고 있는 원천적인 제약으로 인해 정보에서 소외되는 이른바 정보장애라는 새로운 장애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는 그렇지 않아도 사회활동의 불리함을 가진 이들에게 또 하나의 장애를 얹어주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우려를 낳고 있다. 오늘날의 정보통신은 단순한 의사소통의 매체라는 의미를 뛰어넘어 정보를 획득하는 수단이면서 일상의 경제생활을 유지시켜주는 핵심도구로 자리잡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들에게 정보통신의 이용을 차단시킨다는 것은 곧 사회참여를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밖에 없는 것으로 여겨진다. 이는 모든 계층의 사람들이 자유롭게 정보통신 서비스를 이용하고 이를 통해 동등한 기회를 갖게 만든다는 정보사회의 근본 목적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에 다름아니다.
최근 일부 선진국에서 그 개념이 소개되기 시작하고 있는 복지정보통신이 우리나라에서도 서서히 논의되기 시작하는 것은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와 무관치 않다. 복지정보통신이란 장애인이나 고령자 등 정보 소외계층에게 정보통신으로의 보편적 접근과 이용을 보장함으로서 일상생활과 사회적 참여를 지원하고 그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데 도움이 되는 정책과 기술이라고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복지정보통신은 정보인권의 보장이라는 측면에서도 다뤄져야 한다. 정보인권이란 누구든지 정보를 자유롭게 보낼 수 있는 발신권과 정보원에 다가가는 접근권으로 나눌 수 있는데 이는 어떤 네트워크 또는 통신 서비스에서 제공되는 애플리케이션이나 콘텐츠를 비차별적이고 적정한 요금으로 이용할 수 있어야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복지정보통신 정책이라는 것이 사실상 실질적인 효과 보다는 전시적인 측면에 치우쳐 이루어져 왔다. 보편적 서비스 제공이라는 명분 속에서 전화서비스의 수혜대상에 이들을 단지 포함시키는 것으로 만족했다. 이들이 가진 특수사정은 고려치 않은 채 정상인의 관점에서 바라본 원리에 입각해 최소한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으로 의무를 다했다고 안도하는 성향이 강했던 것이다.
극단적인 예를 들면 청각장애를 가진 사람에게 무료로 전화를 설치해주고 요금을 감면 또는 면제시켜주는 것이 그동안의 복지정보통신정책의 전부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청각장애인이 전화벨 소리나 상대방의 말소리를 듣지못하는 것은 그들의 몫으로 떠넘겨버리는 식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최근의 정보통신 기술발전은 이들에게 정상인 이상으로 정보통신 매체를 활용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고 있다. 얼마전 가시화된 골도전화기라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하지만 진정한 복지정보통신은 단순한 기술에 의해서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들의 입장에 서서 보다 편리하고 빠르게 정보통신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이른바 기술과 정책이 톱니바퀴처럼 오차없이 맞물려 돌아가야만 한다.
그동안 수출 드라이브에만 매달려온 우리나라는 이제 국민의 복지문제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지난 95년 3월 정부가 「삶의 질의 세계화를 위한 대통령의 복지구상」을 발표하면서 5대 기본원칙과 6개 정책과제를 제시한 것이 그 사례다. 우리의 국민 복지수준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복지정보통신의 개념을 과감히 도입해야 한다. 아울러 국민소득 1만달러 시대에 걸맞은 정보통신정책의 수립과 추진도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