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LG전자가 황금어장으로 부상하고 있는 디지털 다기능 디스크(DVD)롬 드라이브시장을 놓고 자존심을 건 한판승부를 펼치고 있다.
국내 컴퓨터업계의 양축을 형성하고 있는 이들 두 회사는 DVD시장 선점을 위해 DVD롬 드라이브 개발에 박차를 가하면서 미묘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것. 이같은 두 회사의 신경전은 DVD롬 제품에 앞서 CD롬 드라이브분야에서부터 표출되기 시작했다.
PC의 가장 대표적인 기억장치로 손꼽히는 CD롬 드라이브의 경우 제품 특성상 누가 먼저제품을 개발 출시하느냐에 따라 시장을 주도할 수 있는 유리한 입지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이에따라 두 회사는 제품개발 및 발표시기에서부터 한치의 양보도 허용하지 않고 있는상황이다.
치열한 속도경쟁을 펼치고 있는 32배속 CD롬 드라이브의 경우만 해도 두 회사는 이달중에개발을 마무리짓고 오는 11월부터 본격적인 출시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또 CD롬 드라이브의 대체품목인 DVD롬 제품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다. 1배속 DVD롬 드라이브에 이어 2배속 제품의 발표일정도 두 회사는 같은 날로 맞춰 서로 물러설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향후 DVD롬 드라이브시장의 선점에 다소 유리한 위치에 있는 업체는 LG전자. 기존 CD롬 드라이브 시장에서 LG가 삼성보다 시장점유율면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은 올해 세계시장을 대상으로 4백50만대의 CD롬 드라이브 판매를 목표로 하고 있는 반면 LG전자는 7백만대를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LG전자의 한 관계자는 『DVD롬 드라이브는 CD롬 제품의 연장선상에 있기 때문에 CD롬시장에서의 강점을 최대한 활용해 그 여세를 몰아 DVD롬 분야에서의 입지를 확고히 굳혀나갈 방침』이라고 말한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는 기존 CD롬 드라이브에서의 열세를 만회하기 위한 전략품목을 DVD롬 제품으로 선정하고 대대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다. 이는 2배속 DVD롬 드라이브 개발과정에서 연구인력을 LG전자보다 10명이나 많은 30명을 투입,제품개발에 나선 점에서도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여하튼 두 회사는 이번 2배속 DVD롬 드라이브 제품에 PC 기억장치 시장 주도권의 향방이달려있다고 판단하고 있다.특히 이번 2배속 DVD롬 제품은 1배속과는 달리 CDR 및 CDRW 등 차세대 기억장치와 호환이 되는데다 데이터 처리속도도 초당 3천6백kB로 24배속 CD롬 수준에 해당하기 때문에 PC사용자들의 큰 관심을 끌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컴퓨터업계 전문가들은 『롬드라이브와 같은 기억장치의 승부는 제품의 신뢰성보다는 출시시점에서 판가름나는 미디어의 독특한 특성에 달려있다』면서 『이같은 배경하에 LG전자와 삼성전자가 선출시를 위한 기선제압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그룹의 자존심 문제로까지 비화되고 있는 DVD롬 드라이브 시장에서 국내 컴퓨터업계를 대표하는 이들 두 업체 중 누가 먼저 시장주도권을 장악할 수 있을 것인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김영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