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해외 전자산업 새물결 (21);주변기기

컴퓨터 주변기기의 데이터 처리속도가 점차 빨라지고 있다.

56kbps 모뎀이 보편화되고 있고, 32배속 CD롬 드라이브가 출시되는 등 데이터 처리시간을 줄이기 위한 관련 업계의 노력이 결실을 거두고 있다. 특히 인터넷 등 컴퓨터의 네트워크화가 급진전되면서 이용자의 고속 데이터 전송요구에 부응하는 주변기기들이 속속 개발되고 있다.

인터넷의 등장은 통신환경 전반에 변혁을 가져왔다. 방송과 통신이 결합하고, 전화, 팩시밀리, 프린터가 인터넷 상에서 통합됐다. 이에 따라 인터넷의 잠재력을 포괄할 수 있는 다양한 통신기술들이 등장하고 있다.

이 가운데 전화회선을 이용하는 모뎀은 이용 저변이 가장 넓은 전송기기. 90년대 초 2천4백bps로 첫 출발한 모뎀은 28.8k, 33.6k을 넘어 이제는 56k급까지 다다랐다.

이론상 56k는 28.8k보다 2배 가량 전송 속도가 빨라 멀티미디어 정보 전송에 적합하다. 그러나 실제로는 상향 속도가 33.6k정도에 그치는 등 56k에는 못 미친다. 더욱이 업계 표준이 마련돼 있지 않아 온라인 서비스 업체들이 채택을 미루면서 보편화, 상용화가 늦어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56k 모뎀은 현재의 PC환경에서는 가장 현실성있는 대안으로 인정받으면서 당분간 모뎀시장의 주류 위치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이 시장에서는 미 US로보틱스나 록웰 세미컨덕터, 루슨트 테크놀로지 모토롤러, 헤이스 마이크로 프로덕츠 등이 56k제품 공급에 나서고 있다.

이밖에 아날로그방식 전화회선이 멀티미디어 정보를 교환하기에는 턱없이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회선 자체를 개선하려는 시도들이 이어지고 있다.

케이블 모뎀은 케이블TV 네트워크 등 케이블관련 시스템을 이용하는 모뎀. 상용화를 눈앞에 두고 있는 케이블 모뎀의 데이터 전송속도는 T1급으로 최대 1.5~2Mbps의 데이터 전송이 가능해 주문형 비디오(VOD), 홈쇼핑, 홈뱅킹 등 양방향 정보전송에 이용할 수 있다. 그러나 56k 모뎀과 마찬가지로 아직 표준이 정해지지 않았고 장비 가격이 비싸다. 또한 이용자들이 동시에 케이블 네트워크를 이용할 경우 전송 속도가 크게 떨어지는 단점도 있다.

미국 전화서비스 업체들을 중심으로 보급이 늘고 있는 디지털가입자 회선(xDSL) 기술도 주목할 만하다. xDSL은 기존 전화망을 그대로 활용할 수 있어 별도의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고속 전송이 가능하기 때문에 향후 모뎀 산업에서 중요한 역할을 차지할 전망이다.

디지털 통신장비를 이용한 종합 디지털 통신망(ISDN)도 각광받고 있으나 아직은 완전 상용화의 전단계로, 상용화에는 다소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주변기기의 하나인 CD롬 드라이브의 데이터 처리 속도 향상 노력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지난 93년 2배속 제품이 처음 등장한 이래 4배속, 8배속, 12배속 등 빠른 속도로 고속화가 진행됐다. 현재는 32배속 제품까지 나와 있는 상태.

업계에서는 실질적으로 CD롬 속도 경쟁은 32배에서 마감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 이유는 CD롬을 32배속 이상으로 회전시키는 것은 기술적으로 어려워 원가상승이 불가피하고, 무엇보다 CD롬 드라이브를 채용해온 PC업체들이 32배속을 넘는 고속 제품에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앞으로 디지털 다기능 디스크(DVD)롬이 본격 개발되면 CD롬 기술의 많은 부분이 DVD롬 속으로 흡수될 전망이다. 같은 회전 속도에서 DVD롬은 CD롬 보다 9배 정도 많은 데이터를 입출력할 수 있다. 이를 고려한다면 4배속 DVD롬이 32배속 CD롬보다 빠르다는 결론이 나온다. 특히 사용빈도가 높은 드라이브 안쪽만을 놓고 보면 2배속 DVD롬이 32배속 CD롬보다도 더 빠르다.

따라서 CD롬은 속도경쟁을 끝내고 앞으로는 가격경쟁으로 나아갈 전망이다. 이 때가 되면 가격대 성능비가 우수한 제품이 등장하면서 32배속이 낮은 속도의 제품들을 빠르게 대체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CD롬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고 데이터 배포용 매체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 CD의 용량인 6백40MB는 소프트웨어 배포용으로 가장 알맞은 용량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동영상을 활용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CD롬의 필요성은 여전히 남아 있게 된다는 지적이다.

<허의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