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일본에서도 다이옥신에 의한 대기, 토양의 오염이 큰 사회문제의 하나로 비화되면서 해결책에 대한 연구가 심도있게 진행되고 있다.
일본의 다이옥신 문제는 지난 4월과 6월 일본 후생성이 전국 1천4백94개 쓰레기소각장을 대상으로 배출가스 가운데 배출되는 다이옥신 농도를 공개 조사하면서 표면화되기 시작했다.
일본 환경청은 지난 6월 일본 도쿄도 도심지역 1입방m 대기 중에 1.02피코(1조분의 1)g의 다이옥신이 포함돼 있다고 발표했다. 이 수치는 미국 0.09피코그램, 독일 0.12피코그램과 비교 10배 가까이 높은 것이다.일본 환경청은 다이옥신 오염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으나 대부분 쓰레기소각장에서 발생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다이옥신은 표준치보다 낮은 농도라도 장기간 배출되면 그 지역 토양과 생물에 축적되는 무서운 특성이 있다. 이 때문에 쓰레기소각장이 설치된 일부 지역의 토양에서 환경청이 산출한 비오염지역 표준치보다 1백배 이상 높은 농도의 다이옥신이 검출되고 있다.
이러한 오염 실태를 인식하기 시작한 일본 오염지역 주민들은 소각장의 가동 중단을 요구하는 한편 주민집단소송도 준비 중에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앞으로 이런 사례가 급증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인 상황이다.
일본이 유럽과 미국 등에 비해 다이옥신 오염도가 높은 이유는 쓰레기소각로가 지방자치단체별로 설치돼 있어 대형이 아닌 중소형 설비가 대부분이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다이옥신의 발생은 쓰레기를 태우는 방법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현재 그 메커니즘이 완전히 밝혀진 것은 아니지만 염화물질을 포함한 쓰레기를 섭씨 7백도에서 소각할 때 발생률이 가장 높다는 연구결과가 나와있다. 이 온도에서는 소각로 안에 유기성 가스가 남게 돼 염화물질에서 나오는 염화수소와 화합해 다이옥신이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실제로 소각 온도를 9백도 이상으로 높인 대형 소각로에서는 배기가스에 포함된 다이옥신의 농도가 그다지 높지 않다. 이에 반해 인구가 작은 시 단위의 소각로는 연소 온도가 낮아 다이옥신이 많이 발생한다.
이러한 문제는 이미 이전부터 지적돼 온 것으로 후생성은 대책마련을 위해 쓰레기소각장의 종합, 대형화를 추진해 왔다. 그러나 대규모 소각시설은 주변 주민의 반발이 커 계획 단계에서 주춤하고 있는 상태이다. 또 일본 전국의 쓰레기소각로를 단기간에 대형소각로로 전환할 경우의 과다재정지출 문제도 심각히 고려해야 할 문제점 가운데 하나이다.
이러한 문제점들을 배경으로 일본에서는 기존 소각로를 그대로 활용하면서 배출되는 다이옥신을 없애는 기술이 집중 연구되고 있다. 이 연구는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소요될 뿐 아니라 궁극적으로 완전히 제거할 수 있을 것인가가 아직 불투명한 상태이나, 일부 소각로업체들과 화학업체들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
현재 발표된 기술 가운데 가장 간단하면서도 적은 비용이 소요되는 기술로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이 소각로에서 나오는 배출가스를 분말형태의 활성탄을 이용해 압축공기로 빨아들이는 방법이다. 활성탄에는 직경 20-2백옹스트롬(1옹스트롬은 1천만분의 1mm)의 구멍이 무수히 뚤려있어, 이 구멍이 다이옥신을 흡착해 제거한다. 이 기술을 가장 먼저 채용한 업체는 물처리설비 대형업체인 구리다공업. 이 회사는 세계 최대 활성탄업체인 네덜란드 노리트사로부터 관련 제품을 수입해 판매하고 있다. 구리다공업 관계자는 『설비의 개조 비용, 유지 비용이 모두 저렴해 유럽에서는 이미 70여개 소각장이 사용 중에 있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이 제품은 배출가스 가운데 다이옥신의 양이 처리 한계 치를 넘어가면 전부를 흡입하지 못하는 위험이 있어, 상대적으로 다이옥신 농도가 높은 일본에서 널리 활용되기에는 성능면에서 역부족이라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러한 약점을 보안하기 위해 환경설비업체인 荏原은 활성탄으로 막은 탑 속으로 배기가스를 통과시키는 방법을 이용하고 있다. 독일 엔지니어링회사인 WKV사와 기술 제휴해 제품을 생산하고 있는 荏原의 관계자는 『다이옥신뿐 아니라 대부분의 불순물을 걸러낸다. 앞으로 또다른 물질이 오염의 원인으로 부각된다해도 이 기술을 사용하면 모두 대응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荏原은 이미 도쿄와 교토 지역 소각로에 설치해 실험 운행 중에 있으나, 활성탄 탑을 건설하는 별도의 토지가 필요해 설치비가 많이 소요된다는 단점이 있어 대부분의 지자체들이 채용을 망설이고 있는 상태이다.
한편 활성탄이 아닌 특수한 물을 사용하는 기술도 개발돼 있다. 물처리설비업체인 올가노사가 이 기술을 최초로 도입했는데, 이 기술은 유기화합물인 다이옥신도 「초임계수」에서는 용해된다는 특징을 활용한 것이다. 「초임계수」는 압력 2백20기압 이상, 온도 3백74도 이상의 물로, 액체인 물과 기체인 증기의 중간적인 성질을 띄고 있다.
다이옥신은 일반적인 상태에서는 물에 녹지 않는다. 그러나 이 「초임계수」는 일반 물에서는 녹지 않는 다이옥신을 녹일 수 있다. 올가노사가 초임계수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지난 92년. 초임계수는 미국이 방사능이 포함된 물질의 회수를 위해 개발한 것으로, 올가노사는 다이옥신 제거에 이를 활용한다는 목적으로 도입을 서둘렀다. 이 방법은 활성탄 방식과 비교해 다이옥신 회수율이 매우 높을 뿐 아니라 무해한 물과 이산화탄소, 소금으로 깨끗이 분리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그러나 이 기술도 설치 및 유지비가 다소 높다는 단점이 있다.
대부분의 물질을 녹이는 초임계수는 이를 보관할 용기 조차 녹여 버린다. 올가노사는 용기의 재질 바꿔가면서 시행착오를 거듭했으나 초임계수를 보관할 수 있는 용기의 개발에는 실패했다. 이 회사는 결국 가격이 높게 책정되더라도 니켈합금으로 만든 용기를 약 3년에 1번씩 교환하는 방법을 채용하기로 결정, 과대한 유지비 부담을 줄이지는 못했다. 올가노사는 지난 94년에 실험공장을 사이타마현 자사연구소내에 건설해 다이옥신 이외에도 대부분의 유해물질이 없어진다는 사실을 증명했으나, 실용화를 위한 가격 수준에는 아직 이르지 못한 상태이다.
촉매를 사용해 다이옥신을 분해하는 방법도 연구되고 있다. 촉매 주요 업체인 일본촉매는 10년전부터 독자적으로 다이옥신문제를 연구해 왔다. 지난해 가을 티탄계 금속산화물을 사용해 다이옥신을 분해하는 촉매 개발에 성공, 지난 7월부터 시판에 들어갔다. 시판과 동시에 일본 지방자체체 등으로부터 문의가 쇄도했으나 촉매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쓰레기 소각장 전체의 설계를 변경해야 한다는 문제가 있어 기존 쓰레기처리장에 응용이 불가능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 회사관계자는 앞으로 기존 소각장에 사용할 수 있는 시스템 개발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심규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