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출연기관이 개발한 데이터베이스(DB)는 저작권 보호대상인가.
법제처 산하의 한국법제연구원(원장 박송규)이 최근 자체 개발한 현행법령 데이터베이스에 대한 저작권 보호를 주장, 주목을 끌고 있다. 법제연은 한글과컴퓨터와 보인인터랙티브가 연구원이 개발한 현행법령 DB를 승인없이 무단으로 사용, 「대한민국 현행법령」 CD롬 타이틀을 제작, 보급해 연구원의 신용 및 재산상의 손실을 초래하고 있다며 한글과컴퓨터에 이 타이틀의 제작, 보급을 중지할 것을 요구했다.
법제연은 한컴에 이같은 요구를 하고 있는 근거로 정부출연기관이라고 해도 자체 수익사업을 하고 있기 때문에 연구원이 개발한 DB도 저작권 보호를 받아야 한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지난 90년 초부터 3년여간의 개발기간을 거쳐 현행법령집을 DB화해 94년부터 PC통신망을 통해 유료 서비스하고 있기 때문에 당연히 법적인 보호를 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정부출연기관이 개발한 DB가 저작권 보호의 대상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한 정확한 법적 근거와 판례가 없기 때문에 이 문제가 법적인 문제로까지 확산될 경우 정부출연기관이 개발한 DB의 저작권 보호여부에 대한 첫번째 사례로 남게 될 전망이다.
이에 대해 한컴과 보인은 법률 자문기관에 의뢰해 법령자료 및 편집물 사용에 관한 저작권법 적용여부에 대한 법률검토를 통해 국가 또는 지방공공단체가 작성한 법령의 편집물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는 평가를 내린 상태다.
양사는 법률 자문기관에 이같은 내용의 검토를 의뢰한 결과 「저작권법 제7조 제3호에 따르면 국가 또는 지방공공단체가 작성한 법령의 편집물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것으로 돼있어 공공단체인 한국법제연구원은 법령자료에 대한 저작권을 배타적으로 보호받을 수 없을 것」이라는 해석을 받았다고 말한다.
이 법에서 보호받지 못하는 편집저작물의 작성주체를 「국가 또는 지방공공단체」라고 약간 모호하게 표현하고 있지만 지방공공단체가 편집한 법령저작물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상황에 비추어 중앙공공단체가 편집한 법령저작물도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아야 한다는 주장은 수긍하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한컴과 보인은 이 문제를 법적인 문제로 확산시키기 보다는 법제연과 정식계약을 체결해 원만하게 해결할 것을 원하고 있으나 법제연이 이같은 계약관계를 거부하고 있어 주목된다.
한컴의 한 관계자는 『정부출연기관이 공공성이 강한 법령DB에 대해 1개 회사와만 계약관계를 맺는 것은 독점거래에 의한 부당행위』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법제연의 한 관계자는 『법령DB를 여러 업체와 계약해 판매할 경우 일반인에게 상당한 혼란을 줄 수 있고 법제연의 신용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1개 업체 이상의 계약관계는 곤란하다』고 말해 양측이 상반된 입장을 고수했다.
양측이 이같은 견해차를 얼마나 좁힐 수 있을지, 또한 이에 따라 국내 첫 발생한 정부투자기관의 저작권 보호여부가 어떻게 판가름날지에 대해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김홍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