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벤처기업이 뛰고 있다 (25);이미지시스템

벤처기업의 미덕은 바로 「도전」에 있다. 자금과 조직을 앞세운 대기업이나 일반 중소기업과 달리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도전이야말로 벤처기업들의 유일한 무기다.

그러나 이같은 도전이 언제나 「화려한 영광」을 가져다주는 것은 아니다. 최근 언론을 통해 많은 벤처기업들이 주목을 받고 있지만 그보다 훨씬 더 많은 기업들이 갖가지 어려움에 부딪혀 쓰러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기업의 생존에 우수한 기술이 필요조건이기는 하지만 충분조건은 아니라는 진리를 확인시켜주는 대목이다.

이미지시스템은 이같은 국내 환경에서 벤처기업으로서는 약간 독특한 역사를 가지고 있는 회사다. 돋보이는 기술이나 상품으로 어느날 갑자기 화려하게 떠오르기보다는 시장상황에 맞는 변신을 시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지시스템이 처음 닻을 올린 것은 지난 91년 6월. 문일민 사장을 비롯,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출신 7명이 의기투합한 결과로 자본금 5천만원에 13명의 직원으로 출발했다.

이 회사의 첫 작품은 PC용 X터미널 지원카드인 「이미지 X킷」과 PC용 TCP/IP 통신 소프트웨어인 「이미지TCP」였다.

둘다 상품경쟁력은 있는 제품이었지만 시장흐름을 잘 파악한 제품은 아니었다. 「이미지 X킷」은 X윈도시스템 서버로서는 국내 최초의 제품이었지만 기대만큼 빨리 X윈도시장이 커주지 않은 것이 패인이었다.

고전을 거듭하던 문 사장은 결국 「제2의 창업」을 선언하고 나섰다.

적자를 내던 기존의 기업과 인력을 과감히 정리하고 사업영역을 인터넷과 인트라넷, DB구축으로 선회한 것이다.

X윈도 관련 사업은 개발담당자들이 제품과 함께 「분가」함으로써 자연스럽게 정리됐고 그외의 인력도 꼭 필요한 부문을 제외하고는 최소화했다. 이와 관련 문 사장은 『94년 이전의 이미지시스템과 이후의 회사와는 전혀 다른 기업』이라고까지 말할 정도다.

제2의 창업과 함께 이미지시스템이 개척에 나선 분야는 바로 인터넷.

이미지시스템은 인터넷 웹서버 구축대행과 쇼크웨이브, 리얼오디오, 스트림웍스 등 신기술을 적용한 홈페이지 제작에 나섰다. 이같은 사업방향 전환은 성공적이었다.

지금은 웬만한 인터넷 관련업체면 대부분 홈페이지 제작이나 웹서버 구축을 대행할 만큼 일반적인 서비스가 됐지만 94년만 해도 「인터넷」이란 시장의 잠재력에 주목한 기업이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이미지시스템이 구축한 주요 웹서버와 홈페이지만도 공보처 열린정보 알림마당, 재정경제원과 청와대 웹서버, 검찰 인터넷 홈페이지 등 20여건.

이미지시스템은 축적된 인터넷 기술을 기반으로 각종 대형 멀티미디어 데이터베이스 개발에도 나섰다.

95년에는 정치, 행정 국회의원 정보DB인 「이지넷」과 방송통신, 독학DB를 개발했으며 96년에는 공공DB 과제인 한국음악정보 DB개발 사업자로 선정됐다. 또 초고속 공공응용서비스 개발사업인 여성정보 종합유통관리시스템 구축에도 참여하고 있다.

이같은 실적에 힘입어 지난 95년 5억원에 불과했던 매출액이 지난해 13억5천만원으로 뛰어올랐으며 올해에는 30억원을 달성할 계획이다. 식구도 95년 9명에서 지금은 50여명으로 늘어났다.

최근 이미지시스템은 지금까지 축적된 네트워크와 인터넷 관련 시스템 구축경험을 바탕으로 또 한번의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이동통신과 3차원 가상현실 분야 등에 연구개발력을 집중하겠다는 것.

이와 관련, 이미지시스템내 미디어연구소에 TMN(Telecommunication Management Network) 태스크포스를 구성하고 이동통신망 관리 프로그램 등 다양한 시스템 개발에 나서고 있다.

이 팀이 개발하고 있는 제품은 PCS용 망관리시스템, 단문메시지서비스시스템, 원격 위성교육시스템, TRS망관리 실시간 모니터링시스템 등 다양하다.

3차원 가상현실시스템 기술과 관련해서는 VRML을 이용한 「이미지사이버몰」 구축이 추진되고 있다. 올 가을 컴덱스 한국관에 출품할 이 가상 쇼핑몰은 각 제품에 대한 설명과 구입기능이 3차원으로 구현되며 음성안내 등 기능도 함께 지원한다.

이와 함께 기존 인터넷 사업을 발전시켜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는 전략이다. 이와 관련, 이미지시스템은 여러 군데에 흩어져 있는 비슷한 내용의 홈페이지를 사용자 입장에서 정리하고 이 데이터베이스를 손쉽게 검색할 수 있는 통합검색기능을 제공할 계획이다. 또 이들 홈페이지를 기업 광고 및 홍보에 활용할 수 있도록 컨설팅과 이용자 통계관리 서비스도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이같은 신규시장 개척을 위해 문 사장은 지속적인 연구개발 투자와 함께 외부 투자유치에도 적극 나설 계획이다.

이미지시스템의 이같은 변신 계획이 알찬 열매를 맺을지 그렇지 못할지는 「미래를 여는 기술, 후대를 생각하는 기술」을 추구하는 이미지시스템의 구성원들에게 달려 있다.

그러나 평균 26세의 「패기」와 그간의 「경험」이 어우러진다면 이미지시스템의 새로운 도약은 국내 벤처기업사에 또 하나의 신화를 만들어낼 수도 있을 것이다.

<장윤옥 기자>

[인터뷰] 이미지시스템 문일민 사장

『처음 출발할 당시에는 엔지니어적 마인드로만 승부하려고 했습니다. 시장에 너무 일찍 나왔다고 할 수 있지요.』

시작부터 철저한 준비를 하지 못한 데 대해 아쉬움을 나타내는 이미지시스템 문일민 사장은 그같은 어려움이 결국 오늘의 이미지시스템을 만든 밑거름이라고 설명한다.

비온 뒤에 땅이 더욱 단단해지듯 시련속에서 성장의 저력을 키울 수 있었다는 것.

『생존을 위해 그동안 소홀히 했던 연구개발투자를 확대하고 관련 기술임원 영입도 활발히 추진할 것입니다. 최근 마케팅 및 기획전문 임원을 영입했고 내년 초에는 연구개발 전문임원이 한명 더 합류할 예정입니다.』

이처럼 조직이 급속히 커져감에 따라 외부 인력과 기존 인력의 조화도 중요하다는 게 문 사장의 생각이다.

『일단 구성원들과 함께 공동의 목표를 정하는 게 중요합니다. 목표만 일치되면 구체적인 사업을 추진하는 데는 별 어려움이 없습니다.』

오는 98년 스톡옵션제 실시와 자본금 5억원 증자, 2000년 코스닥 등록 등 「21세기 비전」을 마련한 문 사장은 『올해 말까지 내년도 새로운 도약을 위한 구체적인 사업계획과 구성원간 컨센서스를 완성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앞으로는 통신시스템과 전자상거래 분야의 성장이 두드러질 것』이라고 전망하는 문 사장은 『이에 대비해 통신망관리시스템, VRML 등 관련 기술개발에 적극 나설 방침』이라고 말했다.

최근 정부는 벤처기업 육성의지를 밝혔으며 일반인들도 벤처기업에 대한 인식과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이와 관련, 문 사장은 『정책방향은 좋지만 내실이 있어야 한다』며 하루아침에 성공하려는 성급함에 경계를 표시했다.

대신 『에인절 투자그룹이 활성화하고 자금, 경영, 마케팅 각 부문에서 벤처기업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프로그램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장윤옥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