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기홍(廉基弘) 서비스뱅크 사장
컴퓨터산업계가 90년대 후반들어 새로운 변화추이를 보이고 있다. 그중에도 새로운 유망사업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것이 유지보수 관리사업이다.
향후 컴퓨산업계를 조망해 볼 때 제조업과 유통분야와 별도로 유지보수관리 부문 사업이 상대적으로 더 크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컴퓨터AS사업의 급부상은 3차산업이 1.2차 산업과는 별개로 성장하거나 1.2차 산업을 보조하는 역할에서 벗어나 1, 2차 산업을 선도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명백한 증거로 여겨진다.
최근 컴퓨터관련 산업분야에서는 철저한 시장조사와 빈틈없는 기획으로 획기적인 컴퓨터를 개발해 시장에 내놓기만 하면 팔린다는 제조자중심의 인식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
최근 제조업체 중심의 사업형태로 인해 사후처리에 관련하여 심심찮은 문제점들이 야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언론보도를 통해 이미 알려진 「제조물책임자(PL)법」만 봐도 그런 사실을 실감할 수 있다. 이 법규는 신상품에 대한 사후처리에 대해 기존의 생산업자들에 심심찮은 경종을 울리고 있다.
동서간을 막론하고 시장의 추이가 생산자 중심에서 소비자 중심으로 전향되고 있는 것은 기정 사실이다. 신설된 「PL법」만 보아도 소비자 의식구조와 국민들의 수준향상에 따라 정부와 관련단체 등의 주도로 소비자 권익보호 관련 법제에 큰 변화가 일고 있음을 우리는 직시해야 한다. 제품이 우수하든 불량하든 물건만 팔면 된다는 시대는 지나갔다.
기업의 입장에서 보면 기업 윤리에 충실해 소비자를 위한 기업이 될 때 소비자들의 사랑을 받게 되는 것이다. 컴퓨터를 잘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생산된 제품에 대한 AS는 물론 사용자가 만족하고 사용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야말로 컴퓨터 마케팅 영업의 핵심이다.
최근 고객들의 PC 선택기준의 하나로 AS목록이 가장 큰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도 이같은 맥락이라 할 수 있다. 일례로 신혼을 앞둔 사람들이 가전기기들을 신방에 들여놓기 위해 쇼핑하는 과정에서 구입을 원하는 상품의 AS 여부를 꼼꼼히 체크하는 추세이다. 이제는 애프터 서비스 부문 자체가 하나의 독립된 사업으로 면모를 갖추게 된 것이다.
자사의 상품을 구입해 간 고객에게 구입후 잘 사용하고 있는지, 그 상품활용에 있어 의문사항은 없는지, 고객의 입장에 서서 카운셀러 역할을 수행해 준다면 수요자와 공급자 사이가 거리는 극히 좁혀질 것은 당연하다.
제조업체가 막대한 투자비용을 들이면서 자체적으로 AS망을 구축하고 있는 국내의 경우 소비자들이 결국 AS구축 비용까지 부담해야 하는 모순을 안고 있는 셈이다.
전문화된 AS사업자가 등장하는 것은 각 사업자가 전문성을 확보할 수 있는데다 소비자에게 저렴한 제품을 공급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현상으로 볼 수 있다.
최근 급부상하고 있는 컴퓨터 관련 유지보수사업은 이러한 바탕 위에 급성장가도를 달리게 될 것이다. 미국 일본 등 선진국의 경우 이미 제조업과 유지보수사업이 분리되어 전문화된 사업구조가 이루어진지 오래다. 국내에서도 이같은 사업구조 조정이 이루어지고 있어 다행스러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