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벤처기업이 뛰고 있다 (26);테스콤

세계 계측기기시장은 HP, 텍트로닉스 등 선발주자들이 철저하게 옹벽을 구축해 후발주자들이 이 시장에 뛰어들어 살아남기란 낙타가 바늘구멍 통과하는 것 만큼이나 어렵다.

테스콤은 약육강식의 원칙이 철저히 적용되는 이 시장에 뛰어들어 살아남은 기업이다. 늦깎이임에도 불구하고 탄탄한 기술력을 무기삼아 틈새시장을 적극 공략, 이제는 국내외 통신업체가 인정하는 세계적인 기업으로 발돋움하고 있다.

전자통신용 계측기기 전문업체인 테스콤이 대내외의 주목을 받은 것은 지난 93년으로 무선호출기에서 발생하는 각종 전파를 정확히 측정, 이상 유무를 판정하는 「페이저 테스터」와 「템셀(TEM Cell)」을 개발하면서부터다.

테스콤이 무선호출기 전용 측정장비를 국산화하기 전까지만 해도 삼성, LG, 현대 등 국내업체들이 단말기 성능을 측정하기 위해서는 값비싼 외산장비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더욱이 이들 장비는 이동통신 단말기 전용 계측기기가 아니기 때문에 국내 무선호출기 제조 및 서비스업체들은 전파차폐실을 설치, 무선호출기의 성능을 시험해야 하는 불편을 겪었다.

이런 와중에 테스콤이 무선호출기 전용 측정장비를 국산화한 것이다.

신호발생기(Signal Generator)와 인코더, 그리고 전파차폐실의 역할을 하는 템셀을 연계시켜 무선호출기 개발, 생산, 검수, 수리 등에 사용되는 계측장비를 출시했다. 특히 이 제품은 신호발생기능을 갖춰 이동통신 단말기 신호 및 전자파장애(EMI)를 간편하게 측정하고 움직이는 전파암실기능을 수행했다.

이를 계기로 테스콤은 94년 무선호출기의 전체적인 기능을 측정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하고 지속적으로 장비를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부설연구소를 설립했다.

이때부터 테스콤은 적은 매출액을 가지고 2억원 이상을 연구개발비로 투자하는 등 무모할 정도로 기술개발에 매달렸다. 또한 수시로 기술세미나를 갖는 등 기술개발을 위해 강행군을 지속했다. 이러한 기술개발 노력은 지난해 무선호출기 측정장비를 자동화하고 측정속도 및 측정결과의 신뢰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한 자동 테스터 개발로 이어졌다.

이 무선호출 자동 측정장비는 그동안 사용자가 직접 작업해온 무선호출기 측정과정을 자동화해 수신여부의 확인속도를 단축시키고 생산성을 높인 자동 무선호출기 측정기로 전자 차폐 가스켓(RF Shield Gasket) 사용을 배제하고 고정형 입출구 방식을 채택, 개폐형 템셀의 최대 단점인 가스켓 마모에 의한 외부전파 차폐 저하문제를 완전 제거했다.

이 자동 테스터는 또 소형 컨베이어 방식을 사용, 외국 경쟁제품보다 성능, 신뢰성, 내구성, 경제성 면에서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올 상반기 모토롤러의 상하이 무선호출기 생산라인에 공급되는 등 국내외에서 수요가 늘고 있다.

또한 지난해 발신전용 휴대전화(CT2) 단말기 및 홈베이스의 기초동작과 송수신부의 RF특성 및 전압, 주파수, 수신감도, 신호에러율(BER)을 링크상태에서 간편하게 시험할 수 있는 CT2 전용 계측기를 국내 최초로 개발했다.

이와 함께 국내 폭삭(POCSAG)방식 무선호출기용 계측기시장의 80% 이상을 점유해온 데 이어 플렉스(FLEX)방식의 고속 무선호출기시장에서도 외국의 대규모 계측기업체들을 따돌리고 선두를 달리는 등 전세계 2백여개 업체에 장비를 공급하고 있다.

특히 테스콤이 개발한 무선호출 및 CT2 테스터들은 단순하고 견고하게 제작돼 경제적이며 신뢰도가 높을 뿐만 아니라 소형이어서 이동이 편리하고 좁은 공간에도 배치가 가능한 장점을 가지고 있다.

한편 테스콤은 설립 초기부터 해외 수출에 주력, 세계적인 통신업체인 모토롤러 무선호출기 공장 및 필립스, 마르코니社에 공급한 것을 비롯해 세계적인 계측기업체인 HP에서 구매할 정도로 기술력을 인정받으면서 이동통신 단말기 측정업체로서 이미지를 굳히고 있다.

또한 최근 미국의 전자통신장비 업체와 판매제휴를 맺는 등 미주 및 대만, 홍콩, 싱가포르 등 해외시장 공략에 직접 나서고 있다.

내년에는 회사와 공장을 현재 경기도 원당에서 큼직한 아파트형 공장으로 이전할 계획이다. 이처럼 기술개발에 주력한 결과 지난 95년 장영실상 및 신기술 혁신상을 수상했고 올 초에는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로부터 국산 신기술(KT)상을 받았다.

매출액이 큰 편은 아니지만 94년 10억원, 95년 15억원에서 올해는 30억여원의 매출목표 달성이 무난할 것으로 보이는 등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테스콤의 이러한 저력은 한 마디로 회사 구성원들의 기술적 자신감에서 나온다. 직원 30여명 가운데 절반 이상이 연구개발에 종사할 정도로 전형적인 기술개발업체로 꼽히고 있다.

테스콤을 설립한 김대영 사장은 서울대 전기과를 졸업하고 미국으로 건너가 지난 69년부터 휴렛패커드(HP)의 광섬유 계측기기 개발팀장으로 근무하면서 스탠퍼드공대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김 사장은 20여년 동안 HP에 근무하면서 한국HP 기술개발 담당전문 및 초대 연구소장을 지냈으며 국내 중소 전자계측기업체에서 기술개발 고문으로 근무하는 등 통신관련 계측기 연구분야에서 외길을 걸어왔다.

물론 테스콤이 순풍에 돛단 듯 탄탄대로를 걸어온 것만은 아니다. 국내 한 계측기업체가 자사 제품을 복제한 유사품을 시중에 유통시키면서 마찰을 빚어 저작권분쟁 및 법정소송까지 가기도 했다.

한편 테스콤은 올해 새로 등장한 CT2 및 고속 무선호출서비스와 함께 무선호출서비스 가입자가 꾸준히 늘어날 것으로 보고 지금까지의 성장세를 꾸준히 이어 나가기 위해 온힘을 쏟고 있다. 이를 위해 조만간 광대역 무선호출 분석기 및 무선호출 기지국 분석기를 내놓을 계획이다.

특히 개인휴대통신(PCS)서비스 등장을 계기로 PCS 계측기시장 공략을 위해 관련제품 개발에 나서는 등 첨단 신규통신에 적극 대응해 나가면서 무선통신용 계측기기 전문업체로 발돋움한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온기홍 기자>

[인터뷰] 테스콤 김영대 사장

『이동통신기기 수요가 급증하는 추세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테스트할 수 있는 전용 계측기기가 없어 전파차폐실을 따로 설치해야 하는 업계의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이동통신 단말기 전용 계측기기 개발에 나섰다』고 밝히는 김영대 테스콤 사장은 시장을 치밀하게 분석, 틈새시장을 공략한 것이 외국 유명업체들의 벽을 넘을 수 있는 요인이 됐다고 강조한다.

김 사장은 테스콤이 성능향상 못지 않게 주력하는 것은 제품의 신뢰성이라고 밝힌다.

『선진 외국업체들이 강점하고 있는 계측기시장에서 국내 계측기기업체가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은 기술력이라는 점을 십분 인식, 기술인력에 대한 투자를 지금보다 몇 배 이상 늘려야 합니다.』

김 사장은 직원들이 자율적인 분위기에서 즐겁게 연구할 수 있도록 배려하기 위해 20여년간 미국 HP연구소에서 근무하면서 축적한 계측기 관련 노하우를 직원들과 공유하기 위해 수시로 격식없는 기술세미나를 열고 국내외 계측기 전시회와 전자, 통신관련 세미나에 참석토록 하는 등 신기술 체험기회를 늘려주고 있다고 강조한다.

『국내업체들이 도전할 수 있는 분야가 많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동종업체가 막대한 비용과 시간을 투입, 개발한 제품을 본떠 유사제품을 출시하는 행태가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김 사장은 카피풍조가 사라지지 않으면 국산제품의 국제경쟁력 확보도 요원하다며 각 업체가 자사의 장점을 충분히 살린 제품개발에 주력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또한 부품 공동구매 체계를 구축, 비용을 절감해야 하며 중소기업이 애써 개발한 제품이 사장되지 않도록 정부의 지원과 배려도 필요하다고 덧붙인다.

특히 정부의 중소기업을 위한 병역특례자 정책과 관련, 『어쩌다 고급기술을 가진 병역특례요원을 확보해도 법에 저촉되기 때문에 인력을 활용하지 못해 안타까울 때가 있다』며 『중소기업이 병역특례요원을 어느 분야에 활용하든 제한을 두지 말 것』을 요구했다.

50세가 넘은 나이인데도 연구생활이 몸에 배어서인지 청바지에 티셔츠를 즐겨 입고 텁수룩한 턱수염을 기르고 있는 김 사장은 분명 계측기분야에 남다른 열정을 가지고 있다.

요즘 사업구상으로 새로운 사업품목 및 신기술 개발에 푹 빠져 있는 김 사장은 테스콤이 가진 장점을 살리는 한편 철저한 시장분석과 전문 기술 및 인력을 확보, 외국의 큰 계측기업체들이 아직까지 손대지 못하고 있는 틈새시장에서 기술개발에 힘을 쏟아 국내외에서 인정받는 무선 통신계측기 전문업체로 커나갈 것이라고 포부를 내비쳤다.

<온기홍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