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 반도체 재료사업 「지지부진」

LG화학(대표 성재갑)의 반도체 재료사업이 지지부진하다. 이에 따라 LG화학 내에서 반도체 재료사업은 사업다각화, 고부가가치화를 내세운 당초 취지와는 달리 「돈만 잡아먹는」 애물단지 취급을 받고 있다.

석유화학이 주력업종인 LG화학이 반도체 재료사업에 본격 뛰어든 것은 지난 91년 이후. 먼저 럭키소재로부터 지분을 인수받아 웨이퍼업체인 실트론을 세웠고 현재까지 약 5천억원이 넘는 대단위 투자를 감행, 반도체 재료사업에 대한 의욕을 보여줬다.

이어 94년과 95년에 증발건조 방식의 웨이퍼 세정용 고순도 이소프로필알코올(IPA)과 반도체용 플라스틱 봉지재인 에폭시몰딩컴파운드(EMC)사업에 잇따라 뛰어들었다.

LG화학이 91년 이후부터 이처럼 반도체 재료사업에 힘을 집중한 것은 석유화학에서 나오는 원재료 활용이 가능하고 LG반도체라는 든든한 캡티브마켓을 갖고 있기 때문으로 업계는 풀이한다.

특히 규모의 경제를 갖춘 대기업그룹의 반도체사업 진출이 반도체산업 저변을 튼실하게 한다는 점에서 LG의 재료사업 참여를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일례로 LG의 사업참여 이후 주로 일산 수입의존도가 높은 이들 반도체 재료의 수입단가가 대폭 내렸다는 사실은 주목할 만하다.

문제는 제품 대응력. 첨단제품의 속성을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반도체산업에서 캡티브마켓이나 생산능력은 큰 빛을 발하지 못한다. 신일본석유화학의 설비를 도입해 여천공단에 연 2천5백톤의 생산규모를 갖춘 IPA사업이나 신일본제철화학의 설비를 들여와 익산공장에서 양산에 돌입한 EMC 역시 웨이퍼에 이어 이 벽을 아직 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업계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여기에다 인하우스 시장에만 의존하는 수직계열화의 약점이 대단위 투자를 무색케 하고 있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LG를 제외한 영업이 용이치 않다는 것이 영업일선 관계자들의 고충이다. 또 이는 곧 공장가동률의 저하로 이어져 현재 대다수 공장의 가동률이 50% 안팎에 머무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LG화학 내부에서 반도체재료사업부를 보는 시각이 곱지 않다는 것이 관련 임원들의 한결같은 얘기다. 지난해 LG화학이 거둔 당기순이익은 33억원 정도. 전년도인 95년 9백11억원에 비하면 그야말로 「하늘과 땅」 차이다. 물론 석유화학 경기가 바닥세를 보인 원인이 크겠지만 내부에서는 최근 2년간 3천억원에 가까운 투자를 한 실트론이 제 역할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란 말이 공공연히 나돌고 있다는 후문이다.

『현재 경기저하로 인한 투자위축세를 감안할 때 반도체 재료사업은 현재의 상황보다 훨씬 집중력이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미 투자 우선순위에서도 반도체 재료사업은 밀려나 있는 것으로 안다.』(LG그룹 한 관계자)

이럴 경우 기존 투자의 손실은 물론 향후 반도체 재료사업의 연속성을 확보할 수 없다는 것이 업계 전문가들의 우려다. 재료사업은 규모의 경제를 갖춘 대기업이 장기적인 안목으로 육성해야 할 사업인 만큼 인하우스적 마인드에서 탈피, 좀 더 적극적인 사업육성책을 세워야 한다는 것이 업계의 지배적인 시각이다.

<김경묵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