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 전자업계, 자금난 심각 「존립 위기」

중소 가전업체들이 경기 침체에 따른 자금난에다 제품의 주요 공급처인 가전 대기업들의 구조조정으로 인한 매출 감소현상으로 인해 극심한 경영난을 겪고 있다.

1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 가전 대기업들이 매출부진을 극복하기 위해 가전산업에서 정보통신산업으로 사업을 재조정함에 따라 이들 업체에 AV용 액세서리 및 소형가전 제품 등을 공급해왔던 중소 가전업체들이 주문량 감소 등으로 사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여기다 최근 시중에 자금부족 현상으로 제품을 공급하고도 판매금액을 제때에 회수하지 못해 흑자도산하는 사례가 늘어나는 등 중소 업체들이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다.

AV 액세서리업계의 경우 국내 오디오 업체들이 생산라인을 중국으로 대거 이전하면서 마이크, 헤드폰, 이어폰, 스피커시스템 등 AV액세서리들을 현지 업체들로부터 공급받고 있어 국내 업체들의 공급물량이 갈수록 줄고 있다.

또한 노래방 업주들 역시 불황으로 AV액세서리 구매를 기피하고 있어 AV액세서리 생산업체들이 사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시중의 자금난까지 겹쳐 공급처에서 6개월짜리 어음을 끊어준 뒤 결제시점을 또다시 1∼2개월 가량 연기하는 현상이 빚어지면서 자금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도산하는 업체들도 나타나고 있다.

소형가전 제품 생산업체들은 가전 3사 및 중견 가전업체들이 소형가전 사업을 철수한다는 장기계획 아래 제품 주문을 갈수록 줄이고 있어 대부분 매출격감 현상을 겪고 있다.

특히 소형가전품목 가운데 특별소비세를 내는 진공청소기와 커피메이커 제조업체들은 최근 관련시장이 확대됨에도 불구하고 공급처로부터는 3∼6개월짜리 어음을 판매대금으로 받고 국세청에는 현금으로 납세해야 하기 때문에 비교적 건실한 경영을 하면서도 당장 필요한 운영자금 부족으로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일부 중소업체들은 가전 대기업들의 소형가전사업 축소로 매출이 감소함에 따라 운영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직접판매에 나서기도 하지만 브랜드 인지도가 낮아 유통상가에 공장도가격보다 낮은 가격으로 제품을 공급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대기업들이 정보통신분야로 사업을 강화하면서 상대적으로 가전제품 주문량을 줄여 올해 회사 매출이 지난해의 70% 선을 유지하기도 힘든 상황』이라며 『기아자동차 사태의 여파로 시중에 자금난이 심각한 것도 경영악화를 가중시키는 원인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윤휘종·정지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