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현장리포트-일본 가전시장을 가다 (하)

차세대 가전시장을 장악하기 위한 일본업체들의 야심은 디지털 기술, 차세대 디스플레이, 소형경량화 기술을 주무기로 한 신제품을 통해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지난 10일 폐막된 「97일본전자전람회」는 차세대 가전 전시장의 축소판 이라고 할 만큼 새로운 기술과 상품들이 대거 등장, 세계 가전업계 관계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일본 TV시장에서 핫이슈가 되고 있는 상품은 플라즈마 디스플레이(PDP)를 채용한 초대형TV다. PDP TV는 지난해 하반기 후지쯔와 NEC가 처음으로 출시한 이후 파이오니아, 마쓰시타전기, 미쓰시비전기 등 일본의 6대 TV메이커가 모두 상품화했으며 올 겨울 나가노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본격적인 출시경쟁에 돌입할 예정이다.

일본 업체들은 대부분 PDP TV를 16대 9 광폭화면으로 제작했으며 파이오니아는 HDTV급 화질을 구현한 50인치급 제품으로 기술력을 과시했다. 소니는 PDP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40인치이상 대형화면을 구현할 수있는 PALC(Plasma Addressed Liquid Crystal)디스플레이를 채용한 제품으로 차별성을 부각시켰다.

차세대 디스플레이를 채용해 화질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려는 노력과 함께 TV분야에서 또 한가지 주목할 만한 동향은 멀티미디어 및 정보가전화 추세라고 할 수 있다. 지난해 샤프, 산요 등이 출시한 인터넷TV가 소비자들로 부터 외면당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TV를 가정의 정보단말기로 사용할 수 있도록하는 연구가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일본빅터사(JVC)가 출시한 「네트워크 하이비젼」은 VHS급 화질에서 HDTV화질까지 수용할 수있음은 물론 인터넷, 위성방송은 물론 PC와 연계해서 사용할 수 있도록 부가기능을 확대시켰다.

또 도시바가 개발한 「비젼 커넥터」란 제품은 DVD, CD롬, 비디오CD를 구동할 수 있는 세트톱박스로 TV와 연결해 DVD플레이어는 물론 인터넷 검색기, 게임기로도 사용할 수 있다. 소니도 이미 미국시장에 공급하고 있는 TV전용 인터넷 검색기기인 「웹TV」세트톱 박스를 다음달부터 출시할 예정이다.

캠코더와 카메라 분야에서는 액정모니터를 채용한 디지털 제품이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소니, 샤프, 파이오니아가 치열한 기술경쟁을 벌이고 있는 디지털 캠코더는 데크메커니즘이 소형화되고 핵심IC가 원칩화되면서 최근 나오는 신제품의 무게는 5백∼7백g 정도에 불과할 정도로 경량화되고 있다. 특히 캠코더에 녹화된 내용을 적외선 센서를 이용해 무선으로 TV화면에서 볼 수있는 소니의 「레이저 AV링크」기술은 사용편리성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킨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디지털 캠코더는 지난해 일본시장에서 50만대가 넘게 팔리면서 순식간에 주력상품으로 부상했다.

디지털 캠코더와 함께 히트상품으로 각광을 받고 있는 디지털 카메라 역시 화질과 부가기능에 초점을 맞춘 신제품들이 줄이어 등장하고 있다. 특히 액정모니터를 사용함으로써 전력이 많이 소모되는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이 두드러지고 있다. 카시오사의 신제품 「QV-700」은 알칼리전지를 사용할 경우 1백60분, 리튬전지로는 2백70분을 연속사용할 수있도록 해 액정모니터 사용에 따른 전력 과소모 문제를 개선, 소비자들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다. 차세대 시장을 주도하기 위한 일본업체들의 횡보는 원천기술과 함께 기술력이 풍부한 부품산업에 힙입어 한층 가속도를 얻고 있다.

<도쿄=유형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