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불황극복 업체탐방 나는 이렇게 성공했다 (7)

SW 유통회사 트라이콤

「소프트웨어도 상품이다.」

지금은 당연한 말이 됐지만 80년대 말만 하더라도 소프트웨어는 결코 상품이 아니었다. 그 당시엔 유형의 하드웨어가 상품으로 취급받을 수 있었던 반면 무형의 소프트웨어는 상품 축에도 끼지 못했기 때문이다.

국내 소프트웨어 유통기반이 전혀없던 10년전 김정 사장은 1억원이란 적지않은 자본으로 트라이콤을 설립하고 소프트웨어 유통업계에 뛰어들었다.

조그마한 사무실에서 5명의 직원으로 출발해 지금은 직원 25명에 연 90억원의 매출파워를 자랑할 만큼 소프트웨어 유통업계의 대표적인 회사로 성장했다. 트라이콤은 88년 2월 설립한 이후로 10년이 지난 오늘날까지 불황을 모르고 앞만 보고 달려왔다.

미개척분야로 국내에 전혀 기반이 없었던 소프트웨어 유통사업이지만 무한한 성장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는 김정 사장의 전망이 정확히 들어맞은 것이다.

사업초기의 취급품목은 로터스, 데이터베이스3, 워드퍼펙 등 10여종에 불과했지만 현재는 수천 종에 이른다. 매출액도 초기 3∼4억원 수준에서 95년 32억원, 96년 45억원, 올해는 기대치인 90억원을 무난히 달성할 수 있을 정도로 매년 70∼80%의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98년엔 1백50억, 99년엔 2백50억으로 계획하고 있는 매출목표도 가뿐하게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김 사장은 전망하고 있다.

사업성공의 비결은 이 분야에서만큼은 전문업체가 되기 위해 한눈을 팔지 않는 다는 그의 경영철학이다. 그래서 컴퓨터, 주변기기 등 하드웨어 유통을 권하는 주변의 권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소프트웨어 유통이라는 한 우물만 팠다. 또 흑자 행진을 계속하면서도 견실한 회사로 가꾸기 위해 내실화에 힘썼을 뿐 외형적으로 그럴듯하게 보이기 위해 무리한 사업확장을 감행하는 일도 없었다.

여력이 생길 때면 고객 서비스를 충실히 하기 위해 직원 교육에 매진했고 업계 처음으로 신용카드를 이용한 통신판매, 인터넷 홈쇼핑 사이트를 개설하는 등 구매고객의 편리성 추구와 다양한 정보제공에 힘쓰고 있다.

『컴퓨터나 주변기기 유통은 국내에 잘 하고 있는 업체들이 상당히 많은데 트라이콤까지 참여해 과당경쟁을 초래할 필요가 있겠습니까? 트라이콤은 여력이 있다고 전문성 없는 사업까지 영역을 확대하는 방법이 아닌 고객 서비스 확대를 확대나 국내 소프트웨어 개발을 촉진시키기 위해 개발업체를 지원하는 방법을 택하고 있습니다.』

소프트웨어는 일반 상품과는 달리 판매하면 끝나는 것이 아니고 꾸준한 고객지원이 따라야만 소비자에게 만족을 줄 수 있고 회사 또한 장수할 수 있다는 것이 김 사장의 지론.

트라이콤의 고객은 기업, 관공서, 개인을 포함해 1만8천여 곳에 달하고 매월 새로 늘어나는 고객도 4백∼5백 곳이나 된다. 때문에 현재 25명의 직원은 모두가 경력이 3년 이상인 전문가로 구성돼 있고 새로운 기술을 습득하기 위해 전 직원은 연 1회 이상의 해외연수를 받도록 회사 방침을 정하고 있다.

이외에도 직원들은 주 1회씩 소프트웨어 기술교육과 분기마다 어학교육과 대고객 예절교육을 받아야 하는 부담(?)도 떠안아야 한다.

트라이콤은 올해초 불어닥친 유통업체들의 연쇄부도 한파에서도 큰 피해없이 잘 견뎠다. 창업 이후 다양한 채널의 수요처를 개발해 위험을 분산시켜 온 데다 시장성있는 제품발굴에 탁월한 안목을 발휘해 왔기 때문이다. 현재는 소프트웨어 순수 유통 뿐 아니라 유통 노하우를 가미한 기술유통에 역점을 두고 부가가치를 높이고 있다.

『국내 소프트웨어 시장을 외산제품이 장악하고 있어 유망한 국산제품의 개발이 절실히 요구됩니다. 국내 중소개발업체와 유대관계를 돈독히 하면서 마케팅, 기술 세미나, 홍보 등을 적극 지원해 국산제품 수출에도 일익을 담당할 계획입니다.』

규모는 작아도 속은 알찬 기업 트라이콤을 꾸려온 김 사장은 지난 10년간 소프트웨어 유통업계를 주도해 왔듯 21세기에도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회사로 성장하겠다는 당찬 각오를 밝힌다.

<최정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