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수출로 새로운 돌파구를 찾고 있는 인쇄회로기판(PCB) 업체들이 유럽연합(EU) 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1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PCB업체들은 내수시장의 한계를 극복하고, 날로 가격경쟁이 심해지고 있는 동남아 및 미주 중심의 마케팅에서 벗어나 수출선 다변화정책을 추진, EU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재 시게이트(싱가포르)와 스리콤에 다층기판(MLB)을 주로 수출하고 있는 LG전자는 EU진출에도 적극적으로 나서 스리콤의 아일랜드공장에 모뎀용을 중심으로 공급에 착수한데 이어 최근엔 휴렛팩커드 프랑스법인에 컴퓨터관련 MLB공급량을 크게 확대하고 있다.
MLB에 주력하고 있는 삼성전기는 지난해말 당시 해외 최대 거래처였던 시게이트와의 관계를 전격적으로 청산하는 대신 EU시장공략을 적극 추진, 현재 스웨덴의 에릭슨社에 GSM방식의 이동통신단말기용 고부가 4~6층 PCB를 대량 공급하고 있다.
시게이트싱가포르와 미국 시스코를 중심으로 수출을 활발히 전개하고 있는 이수전자는 현재 양면 및 MLB를 중심으로 공급중인 프랑스톰슨을 계기로 유럽시장 공략에 교두보를 확보한데 이어 최근엔 영국의 종합 전자업체인 페이스와 연결, 장차 EU 수출량이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또 서광전자가 그룬디히社 등 유럽 몇몇 업체와의 테프론PCB에 대한 품질승인을 통해 유럽 진출을 모색하고 있는 것을 비롯해 기주산업, 광진전자, 세일전자 등 중소업체들도 최근 유럽 수출의 물꼬를 튼 상태이며, 대덕전자, 코리아써키트 등 선발업체들과 함께 유럽진출에 대한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PCB업체들 외에도 원판업체인 두산전자가 최근 해외조직을 재정비, FR2 그린원판을 중심으로 유럽 수출량이 월 5만장을 넘어서는 등 호조를 보이고 있으며, 신성기업도 아일랜드 현지법인인 대성써키트를 활용해 유럽수출을 본격화하고 있다.
이밖에 장비업체인 영화OTS도 독일에 판매처를 확보, 다음달 열리는 유럽 최대의 관련전시회인 「프로덕트로니카」를 계기로 유럽 수출에 적극 나설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GSP관세철폐, 대만의 시장잠식 등으로 EU지역의 PCB 판매가격이 예전보다는 많이 낮아졌지만 아직도 가격측면에서 상대적으로 유리하다』고 전제, 『특히 EU국가들이 보수적이어서 일단 공급업체로 선정되면 지속적인 비즈니스가 가능한 면이 있어 국내업체에 유리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EU는 최근들어 독일, 영국, 프랑스 등 대부분의 국가들이 컴퓨터, 정보통신 붐을 타고 경제회복기미가 뚜렷한데다 핵심부품인 PCB의 경우 자급률이 낮고 가격조건, 납기, 사양 등 타지역에 비해 강점이 많아 국내 PCB업체들의 EU 진출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이중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