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 인터넷의 「보편적 서비스」

李天杓 정보통신정책연구원장

전통적인 유선을 통한 커뮤니케이션에 이어 위성과 이동전화와 같은 무선통신의 발달로 이제 정보는 단순히 음성뿐 아니라 데이터, 영상 등을 교환하는 멀티미디어시대가 됐다. 이러한 통신기술의 발달과 개인용 컴퓨터의 보급확대는 정보의 처리와 이용을 더욱 손쉽게 만들었고, 그것은 특히 인터넷에 의해 증폭됐다. 인터넷이 이제는 21세기 멀티미디어 시대를 구현하는 핵심 인자라는 데 이견을 달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정보의 처리와 이용이 더 쉬워지고 다양화하면서 보편적 서비스의 개념에 대한 관심이 최근 크게 높아지고 있다. 보편적 서비스란 벽지나 오지, 도시지역 할 것 없이 똑같은 조건 아래서 기본적 통신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뜻이다. 결국 통신서비스 제공비용이 월등히 높은 벽지나 오지에 대해선 수익자부담 원칙에 따라 도시지역보다 그만큼 높은 서비스 가격이 책정돼야 하지만, 보편적 서비스의 이념은 이같은 서비스 가격의 차등을 용납하지 않는다. 도시지역의 가격에서 사실상의 보조가 요구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정보통신 서비스가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에 따라 더욱 다양해지고 있어 어디까지를 보편적 서비스의 적용대상으로 할 것인지를 두고 고민하게 하고 있다. 현재 발달된 정보통신의 여러 편의를 제공하는 데 상당한 비용이 들고 있기 때문에 이 모두를 많은 대상에게 원가 이하로 제공해 줄 수는 없는 것이다. 따라서 이들 여러 편의 가운데 어느 정도까지를 보편적 서비스로 제공해야 할 것인가 하는, 다시 말해 보편적 서비스에 대한 적정범위의 문제가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이 문제는 오늘날 정보통신 산업에서 벌이는 경쟁력과 더불어 이것을 개인과 기업의 일상생활이 어느 정도 흡수하느냐에 따라 국가경쟁력이 좌우된다는 점을 상기해 볼 때 결코 간단하지 않다.

미국은 96년 통신법 개정을 계기로 미 연방통신위원회(FCC)가 전기통신과 정보기술 및 서비스의 진보, 공중 전기통신망의 보급정도 등을 고려해 보편적 서비스의 의미를 정기적으로 검토하며 「진화」시켜 나가도록 의무화했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보편적 서비스에 「진화」라는 개념을 적용했다는 점이다. 즉 보편적 서비스의 범위에 기존의 음성전화 제공 이외에 기술발전에 의해 등장하는 각종 새로운 서비스도 포함시킬 수 있다는 근거를 마련한 것이다.

우리도 보편적 서비스의 이념 및 이의 진화를 지향하고 있으며, 정보통신 기술 발달의 성과가 일반 사용자들에게 돌아가도록 추진하고 있다. 정보통신에 대한 이용자의 욕구가 음성통신에서는 기본욕구의 충족단계를 이미 넘어섰으며, 앞으로는 그 이상으로 크게 변화할 것으로 예견되고 있다. 보편적 서비스와 관련해서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내년 1월부터 전국의 모든 초, 중, 고등학교가 통상요금보다 크게 낮은 수준에서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도록 최근 정부가 조치한 것이 특기할 만하다. 나아가 우리는 초고속정보통신 기반을 구축한 후 인터넷을 비롯한 고도 통신서비스 보급을 더 확대할 것을 추진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보편적 서비스제도는 세계무역기구(WTO) 통신협상 결과 각국이 정할 수 있도록 돼 있으며 자국 사업자뿐 아니라 외국 사업자에 대해서도 보편적 서비스의 보급을 위한 비용을 부담시킬 수 있게 됐다는 점을 기억해야 하겠다. 인터넷 등 첨단 정보통신 서비스를 모든 국민에게 보장해 준다는 것은 상당기간 가능하지도 않고, 정당하지도 않다. 인터넷이 상당기간 보편적 서비스로 되기는 힘들 것이다. 그러나 단순한 음성서비스 이상으로 보편적 서비스의 범위를 확장해 나가야 한다는 것은 자명하다. 정보통신의 발달은 그 자체로서 사람들을 자동적으로 통합시켜 주는 것이 아니다. 많은 경우에 어떤 집단의 특성이 유달리 강조되면서 계층간 단절을 초래할 수도 있다. 따라서 계층적, 심리적 거리도 초극할 수 있도록 법, 제도 정비의 보완작업에 신경을 써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