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본격 출항을 목전에 두고 큰 화재를 만난 `태일이온호`는 과연 화재를 무사히 진압하고 출항할 수 있을까?」
국내업체 가운데 가장 먼저 리튬이온전지 양산에 나설 것으로 기대를 모으로 있는 태일정밀이 최근 부도유예협약 대상기업으로 지정되면서 이 회사가 추진해온 리튬이온전지 사업의 향배에 주변업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태일정밀은 채권단의 결정에 따라 최종 부도처리돼 공중분해의 길을 걸을 수도 있고 법정관리 대상업체가 될 가능성도 높은 실정이며 자구노력을 통해 기사회생의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 없는 등 미래가 극히 불투명한 상황.
태일정밀측에서는 부도유예협약이 부도위기에 몰린 기업의 정상화 지원절차이므로 오는 25일부터 실시되는 채권단의 실사에서 좋은 결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고 리튬이온전지 사업을 MR헤드와 더불어 2대 주력사업으로 추진해온터라 가능하면 이 사업을 지속해 결실을 보려하고 있지만 이를 위해서는 앞으로도 수백억원에서 수천억원에 이르는 대규모의 자금투자를 요하는 사업이라 계속 끌고가기는 힘들 것으로 전망되는 것.
더구나 태일정밀의 정사장을 비롯한 대주주들이 이미 경영권 포기각서를 제출한 상황이라 태일정밀이 이번 위기를 극복하고 정상화되더라도 전지사업은 타업체로 인수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태일정밀의 리튬이온전지 사업은 국내 업체 가운데 가장 빠른 진척을 보이고 있어 상당기간 동안 리튬이온전지 사업 진출을 추진해 오면서도 아직 마땅한 기술 및 양산라인 도입선을 잡지 못하고 있는 업체가 대부분인 관련업계에 인수대상 1호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태일정밀은 지난 95년 초부터 미 폴리스터사와 기술제휴를 통해 리튬이온전지 사업에 나서 지난해 6월부터 월 6만셀 규모로 시험생산에 나선데 이어 최근 춘천 리튬이온전지 전용공장을 완공, 시험생산 규모를 월 15만셀 규모로 확대했다. 특히 최근에는 드라이룸 등 양산라인 설치를 위한 준비작업을 마치고 브랜드명도 「태일이온」으로 확정했으며 일본 NEC에 발주한 양산라인도 부산항에 도착, 통관절차를 밟고 있는 중이라 빠르면 연말께부터 월 50만셀 규모의 양산에 나설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그동안 차세대 2차전지 사업 진출을 추진해온 업체들을 중심으로 태일의 리튬이온전지 사업을 인수하려는 움직임도 활발해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최근 들어 H사를 중심으로 태일정밀의 리튬이온전지 사업을 인수하기위해 상당수의 업체들이 태일정밀측과 접촉하고 있고 태일정밀에서도 1차부도가 나기 이전부터 전지사업 매각을 검토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태일정밀의 전지사업은 타업체로 매각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은 것으로 분석한다.
또한 태일정밀측에서도 『기술제휴를 맺고 있는 美 폴리스터사나 양산라인을 구매한 日 NEC 등과의 관계를 고려하면 태일이 지속하는 것이 최선의 방안』이라고 밝히면서도 『최악의 경우 경영자가 바뀌거나 전지사업이 타업체로 인수되는 한이 있더라도 이 사업은 계속 이어질 것』이라며 관련부품 및 장비업체에 협조를 요청, 타업체로 매각될 가능성이 높음을 시사하고 있다.
어쨌거나 태일정밀의 리튬이온전지 사업이 이대로 사장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그러나 이와같은 상황에서 태일정밀이 이 사업을 계속해 나갈 수 있을지 아니면 다른 업체로 바통이 넘어갈지. 또 다른 업체로 넘어간다면 과연 어떤 업체가 태일정밀이 추진해온 사업의 뒤를 이어 최초의 국산 리튬이온전지를 상품화하는 주인공이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김순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