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디지털TV 수신용 IC세트」 개발은 무엇보다 전세계의 전자업체들이 눈독을 들이고 있는 디지털 전자기기 시장에서 LG의 기술우위를 확인시켜줬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디지털 디코더칩은 HDTV를 비롯한 디지털TV의 주요부품 가운데서도 핵심을 이루는 반도체다. 이미 미국 RCA, 유럽 필립스, 일본 미쓰비시, 소니 등이 이 제품의 개발에 앞다퉈 나서고 있는 상태다. 이같은 상황에서 세계 최초로 디지털TV 상용화를 위한 토털 솔루션을 제공하는 IC세트를 개발한 것은 향후 최대 시장을 형성할 디지털 전자시장을 주도할 수 있는 입지를 확보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LG가 개발한 IC들은 기본적으로 미국의 디지털TV 규격인 ATSC 규격을 완전히 만족시키는 5개의 IC로 구성돼 있다. 디지털TV의 변조규격인 잔류측파대역(VSB:Vestigial Side Band) 수신을 위한 IC가 2개이며 비디오 신호 처리를 위한 것이 3개다.
TV신호는 전송돼오는 과정에서 각종 잡음에 의해 열악한 상태로 수신되는데, 수신측의 두 IC는 이 신호에서 전송상의 왜곡과 오류를 정정해 원래의 깨끗한 신호를 복구해준다. 이렇게 함으로써 기존 아날로그TV와는 차원이 다른 깨끗한 영상이 가능한 것이다. 또한 이 두 IC는 공중파방송 신호뿐만 아니라 케이블TV 신호도 수신할 수 있다. 이비디오 IC들은 현존하는 디지털 디코더칩으로는 최상의 기능을 갖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문제는 상용화 여부. 이 제품 개발을 계기로 세계시장에서 계속 주도권을 쥐기 위해서는 표준화를 통한 상용화 여부가 가장 중요하다. LG의 기술담당 CTO인 서평원 부사장은 이에 대해 『이미 일본 유력업체인 샤프가 이 칩세트를 도입하는 대신 자사의 VSB방식 튜너를 우리측에 제공키로 내부결정을 내릴 정도로 우리 제품의 상품성은 이미 증명된 상태』라고 강조하며 LG반도체와 협력해 98년에 현재의 5개 칩을 2개로 줄여 상품화할 경우 디지털TV 최대시장인 미국시장에서 적어도 30% 가까이 점유할 수 있을 것으로 자신했다.
디지털TV 시장의 핵으로 여겨졌던 디코더칩의 선점으로 멀티미디어 시장에서 LG의 위상은 크게 제고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디지털TV가 현재 PC진영과 주도권싸움을 벌이고 있는 「멀티미디어 단말기」로 자리매김할 경우 디코더칩 사업은 LG측의 표현대로 「승부사업」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낼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김경묵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