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MPU시장 지각변동 조짐

세계 유력 마이크로프로세서(MPU)업체들이 급변하는 시장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합종연횡을 가속화하고 있어 과점현상이 두드러졌던 시장구도의 재편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히 이같은 움직임은 외국 업체와의 제휴를 통해 MPU시장에 조기 진입을 추진해온 국내 반도체업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여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최근 세계 최대 MPU업체인 인텔은 64비트시장의 최강자인 DEC와 FAB 인수는 물론 기술라이선스를 통해 사실상의 합병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내달 초로 예정된 인텔과 DEC간의 계약내용은 DEC가 향후 7년간 인텔의 MPU를 할인가격으로 구매해 연 1억 달러의 자금을 확보하는 대신 매사추세츠에 소재한 주력 생산라인을 6억5천만 달러에 인텔에 매각한다는 것이다. 또 주력제품인 64비트 알파칩 기술 및 특허를 2억 달러에 인텔측에 공여하기로 추가로 계약을 체결키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앞서 올 7월에는 내셔널세미컨덕터(NS)가 사이릭스를 합병해 인터넷 관련기기 등 각종 정보응용기기에 적용되는 시스템온칩(SOC)기술에서 주도권을 잡겠다는 의지를 보였으며 AMD는 95년 말 넥스젠을 전격 인수, 인텔 따라잡기에 성공한 바 있다.

따라서 이번에 인텔과 DEC간 계약이 성사될 경우 세계 3대 CPU업체들은 모두 홀로서기를 포기하고 짝짓기에 나서는 셈이다.

이럴 경우 종전에 32비트와 64비트로 나누어졌던 시장구도가 허물어지면서 PC와 워크스테이션 MPU시장이 사실상 통합돼 업체들간의 시장점유 경쟁은 한층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DEC, 선 등 해외 유력업체와 손잡고 MPU시장 조기진입을 노렸던 국내 업체들의 전략도 이같은 판도변화에 따라 수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10월 DEC와 기술제휴를 통해 최근 알파칩(KP21164) 양산체제를 구축한 삼성은 인텔과 DEC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본부의 한 임원은 이에 대해 『아직 인텔과 DEC와의 계약이 공식적으로 발표되지 않았기 때문에 뭐라고 언급하기 곤란하다』고 전제하며 『이미 디자인기술을 이전받아 양산체제를 구축한 이후라 향후 MPU사업 전개에는 별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선과 자바칩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는 LG반도체도 최근 CPU업체들의 움직임이 자사에 상대적으로 불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고 대책 마련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해외 유력업체들의 이같은 움직임에 대해 국내 업체들이 MPU사업을 전면 수정할지, 아니면 파트너를 교체하는 좀더 과감한 전략으로 나갈지가 관심이 되고있다.

<김경묵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