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MS제국 브레이크 걸리나

거칠 것 없이 질주하던 제국 마이크로소프트(MS)와 황제 빌 게이츠에게도 브레이크가 걸릴 것인가.

최근 미 법무부가 MS를 반독점금지법으로 연방 법원에 제소한 것을 두고 업계 일각에서는 단순히 정보통신분야의 불공정 거래행위 제재라는 시각에서 탈피, 이를 정치 사회적 관점에서 해석해 주목을 받고 있다.

MS는 과거 몇 차례 연방정부 차원의 반독점금지법 조사를 받았지만 모두 무사히 탈출했고 이번 사태도 그 연장선으로 볼 수 있지만 「21세기의 빅 브러더」로 손꼽히는 빌 게이츠와 MS에 대한 견제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는 시각이다.

이런 분석은 빌 게이츠와 MS가 정보통신분야에서 그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아성을 구축했지만 지금의 위상이 21세기까지 이어질 경우 누구도 원치 않는 결과를 초래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서 출발한다. 그간 극히 소수의 목소리였던 「빅 브러더론」이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는 것이다.

MS와 빌 게이츠는 어쩌면 미국 대통령을 제치고 21세기 인류를 움직이는 가장 강력한 존재로 등장할지도 모른다. 인터넷으로 대표되는 네트워크 사회에서 MS와 빌 게이츠는 「길목을 지키는 정도」가 아니라 정보 인프라 전체를 장악할 가능성도 있다.

윈도95는 1억명 이상이 사용하고 있고 사무용 오피스는 6천만개 이상이 보급된 것으로 추산된다. 아직은 30% 미만의 점유율을 보이고 있는 웹 브라우저 시장에서도 장악 속도가 갈수록 빨라지고 있다. 극단적으로는 MS의 운용체계와 브라우져를 통하지 않고는 그 누구도 정보 인프라를 통과할 수 없는 상황도 가정해 볼 수 있다.

MS와 빌 게이츠는 이것을 실현할 돈과 기술을 갖고 있는 지구상 유일한 기업이다. 빌 게이츠는 지금도 세계 최고의 갑부다. 「포천」지의 추산으로는 4백억달러를 훨씬 넘는다. 그는 시애틀 교외의 저택을 짓는 건축비로만 우리돈 4백50억원을 퍼부었고 케임브리지 대학에는 2천만달러를 선뜻 기부했다.

빌 게이츠는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조(兆)만 장자」에 등극할 것이 유력하다. 그의 자산 대부분을 차지하는 MS의 주식 가격이 계속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86년 이후 MS의 연평균 주가상승률 58%를 대입하면 48세가 되는 2004년 조만장자가 된다. 지난 1926년 이후 미국 주식시장의 연평균 성장률인 10.9%를 적용해도 2029년에는 조만장자에 오른다고 한다.

그의 이런 엄청난 재산은 정보사회를 실현하는 거의 전 부문의 첨단기업에 투자되고 있다. 제국 MS에서 출발, 방송 미디어의 유망주 MSNBC엔 4억달러 규모를 투입했고 위성통신 프로젝트 텔레데식에는 90억달러 이상을 투자할 계획이다. 사이드워크라는 지역문화예술정보 미디어에도 손을 뻗쳤고 심지어 코르비스로 이름 붙여진 문화예술 사이버 저작권 기업도 설립했다. 그외에도 생명공학 업체에까지 관심을 갖고 투자하고 있다.

현재의 MS 영역만으로도 PC, 인터넷, 연예, 오락 등 콘텐츠 사업을 거의 완벽하게 포함한다. 저궤도 무선 위성통신 프로젝트가 진행되면 전세계 모든 곳에서 양방향 통신이 가능해지고 코르비스의 활약으로 세계 유명 문화예술작품을 디지털화, 완벽한 이미지로 감상할 수도 있다.

MS와 빌 게이츠가 이전처럼 「중단없는 전진」에 성공한다면 21세기 정보사회에서는 조지 오웰의 소설속에서가 아니라 현실의 빅 브러더가 탄생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될 만한 수준이다. 네트워크사회에서는 마음만 먹으면 모든 정보의 생산과 유통의 통제가 가능하다.

특히 빌 게이츠는 컴퓨터 천재이기도 하지만 마케팅의 천재다. 이번 사태에서 볼 수 있듯이 MS의 성장 비결은 경쟁사가 범접할 수 없는 기술력보다는 독점적 시장 지위를 더욱 공고히 하는 치밀하고도 정교한 마케팅 정책에 힘입은 바 크다.

독점과 독주는 누구도 달가워하지 않는다. MS와 빌 게이츠의 신화는 분명 인정해야 하지만 역설적으로 정보사회가 진전될수록 견제의 움직임은 더욱 커질 것이다. 그리고 앞으로는 정보통신 경쟁업체들의 이의 제기가 이 시장에서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정치 사회적인 파급효과를 불러올 것이 분명하다. 미 법무부가 MS의 불공정 거래(아직 법원 판결이 나오진 않았지만)에 대해 이번처럼 단호했던 적이 없다는 사실을 그 신호탄으로 해석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이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