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직업도 있어요] 뉴스 클리퍼

민순기 드림커뮤니케이션즈 실장

정보 사회의 확산은 전에 없던 새로운 직업을 만들어 내기도 하지만 기존의 평범한 직무를 더욱 세분화 전문화시키면서 새로운 직업으로 재탄생 시키기도 한다. 뉴스 클리퍼는 정보 사회의 발전에 따라 전문 직종으로서의 성격을 더욱 강화해 나가는 대표적 사례이다.

정보통신 분야 전문 홍보 대행사인 드림커뮤니케이션즈의 민순기 실장(여.34)은 뉴스 클리퍼이다. 민실장이 하는 일은 간단히 말해 하루하루의 뉴스를 클리핑해서 고객에게 제공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정도라면 뉴스 클리퍼라는 전문직업으로 불릴 수 없다. 언론 매체에 실린 주요 기사를 스크랩하는 것은 웬만한 회사에서는 모두 하고 있고 심지어 가정에서도 취미 생활로 신문 스크랩에 열중하는 사람도 많다.

민실장이 뉴스 클리퍼로 불리는 것은 단순한 신문 스크랩에서 벗어나 뉴스에 대한 전문성과 부가가치를 부여하기 때문이다. 그녀는 매일 저녁 다음날자로 서울에서 발행되는 종합 일간지와 경제지 전문지를 모조리 읽고 정보통신 관련 기사를 스크린, 각 고객사가 원하는 내용을 추려낸다.

그 기사들은 다시 일목요연한 분야별 목차로 정리되고 기사 내용과 함께 고객사에 전달된다. 팩스와 전자메일 형태로 제공되는 이 정보는 이튿날 아침 고객사 직원들이 출근과 동시에 열어 볼 수 있다. 사내 전산망이 구축된 회사라면 전 직원에게 어젯밤까지 일어난 자사 관련기사에서부터 경쟁사 동향, 산업 흐름 안내까지 동시에 공유할 수 있다.

정보가 곧 돈이 되는 세상에서 자신에게 필요한 정보를 취사 선택하고 활용하는 것은 마케칭 전략 제1장이다. 특히 소화해야할 정보량이 폭주하는 정보사회에선 전문가의 안목과 감각으로 이를 선별해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뉴스는 시간을 다투는 일이다. 뉴스클리퍼는 그래서 새로운 전문직업으로 떠오른다.

민실장은 일반 뉴스 클리퍼와는 차별화할 수 있도록 맞춤정보서비스를 지향한다고 한다. 전체 기사의 제목과 게재 지면을 한꺼번에 고객사에 보내는 것이 아니라 고객별로 필요한 사항을 별도로 제공한다. 입맛에 맞추자는 것이다. 자사 기사 위주의 정보를 요구하는 고객도 있고 경쟁사 기사를 체크해달라는 주문도 있다. 아예 산업 경제 일반 기사까지 포함시켜달라는 고객도 있다.

민실장은 뉴스 클리핑에 이것을 일일이 적용한다. 자연히 긴장감과 치밀함이 앞서야 하고 수 많은 관련 기사 가운데 고객사에게 꼭 필요한 기사를 추려낼 줄 아는 전문성이 뒤따라야 한다. 이미 발표된 뉴스를 완벽하게 제공해주면 별 말이 없지만 만에 하나 누락되거나 잘못된 뉴스가 있다면 곧바로 고객사로부터 원망이 돌아오는 이 직업의 속성상 어느 것 하나 소홀히 할 수 없다.

민실장이 정보통신 뉴스 클리퍼로서 인정 받는 것은 그녀의 노력과 개인적인 배경이 큰 힘이 됐다. 그녀는 신문사 외신기자로 오래 근무했다. 당시 기자로서 뉴스를 바라보며 익힌 감각과 순발력은 지금의 뉴스 클리핑에 적대적인 도움을 줬다. 마치 신문사 마감시간을 연상시킬 정도로 짧은 시간에 정신 없이 「해치워야(?)」하는 뉴스 클리핑 작업은 편집기자 못지 않은 집중력이 필요하고 이 역시 기자 경험이 어느 정도 해결해 준다.

뉴스 클리퍼는 이같은 기본적 자질과 감각이 있다면 누구나 도전해 볼만 하고 특히 꼼꼼하고 섬세한 여성들에게 어울리는 직업이다. 민실장도 남편과 아이들이 있는 미시 우먼이다.

그러나 이것만 믿고 덥석 덤벼 들었다가는 후회할 수도 있다. 우선 근무시간이 남들과 다르다. 다음날 조간을 미리 체크해야 하기 때문에 클리핑 업무는 저녁 7시부터 10까지가 피크이다. 더욱이 일요일 저녁에도 출근해야 하는 점은 큰 약점이다. 신문은 일요일에도 나오고 고객사 근무는 월요일에 시작된다. 집중력이 요구되는 만만치 않은 노동 강도와 이에 따른 긴장감도 무시할 수 없다.

뉴스 클리퍼는 더욱 세분화되고 전망도 밝은 편이다. 일에 대한 성취감도 높다. 보수는 일반 대기업 수준이다. 일반인들의 기대 수준은 높지만 대부분 벤쳐 성격의 홍보 에이젼시에서 근무한다는 점을 감안 한 것이라고 한다. 027830556

<이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