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주변기기업계, 내실 위주로 전환

중견컴퓨터와 멀티미디어 주변기기업체들이 요즘 불황의 골이 깊어지고 대응해 사업 확장보다는 내실위주로 경영방식을 전환하고 있다.

3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솔전자, 제이씨현시스템, 뉴텍컴퓨터, 가산전자 등 주요 멀티미디어주변기기 공급업체들은 최근의 위기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앞으로 장래성이 없다고 판단되는 한계사업을 과감한 정리하는 동시에 주력품목을 적극 지원하는 등 사업의 내실을 기하고 있다.

한솔전자(대표 이인철)는 그동안 의욕적으로 사업을 전개해 온 팩스모뎀의 수익성이 크게 떨어졌다는 판단아래 올 연말을 기점으로 이 사업을 정리할 계획이다. 이 회사는 팩스모뎀의 경우 중소업체들이 난립한 가운데 치열한 가격경쟁으로 채산성이 없는데다 해외시장 확대도 어려워 수출품목으로도 부적합하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팩스모뎀 대신 그동안 수출에 활기를 띠면서 효자노릇을 해 온 모니터를 주력품목으로 삼아 모니터사업에 영업력을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제이씨현시스템(대표 차현배)도 최근 텍사스인스트루먼츠(TI) 칩을 사용한 56kbps 팩스모뎀을 개발하고 10월부터 팩스모뎀시장에 본격 진출하려 했으나 채산성이 맞지 않는다는 판단 아래 이 사업추진을 중단했다. 환율인상에 따른 칩값 상승과 중소업체들의 부도로 인한 덤핑물량 증가로 인한 팩스모뎀 가격의 폭락으로 팩스모뎀 사업의 승산이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 회사의 한 관계자는 『팩스모뎀은 제품 성능이나 기능 등에 대한 차별화 포인트가 없어 가격싸움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며 『이처럼 수익성이 없는 한계사업은 앞으로 과감히 정리하는 대신 유망품목에 대해서는 영업력을 집중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뉴텍컴퓨터(대표 장현)는 올 상반기에 잉크젯프린터 및 디지털 복합기시장에 진출하면서 컬러 잉크젯프린터 「파워젯870」와 다기능 복합기 「멀티젯」의 공급에 박차를 가했으나 하반기들면서 시장이 크게 위축, 이 프린터 사업을 정리한 상태다. 또한 롯데캐논으로부터 공급받아온 버블젯 프린터인 「BJC 210C」도 이달들어 손을 뗏다.

이밖에 가산전자(대표 오봉환)는 팩스모뎀의 마진율이 적다는 판단아래 공급물량을 대폭 줄이는 한편 모뎀과 ISDN카드를 하나로 통합한 콤보카드를 개발해 기존 팩스모뎀을 대체해 나갈 계획이다.

이처럼 주변기기업체들이 최근 한계사업 등을 과감히 정리하는 등 내실위주의 영업을 펼치는 것은 기업들의 잇따른 부도로 자금시장 경색과 판매부진, 달러화에 대한 원화의 환율인상에 따른 환차손 등으로 정상적인 영업활동을 펼치는데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데 대한 타개책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김영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