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기술협정(ITA)이 컴퓨터업계의 태풍의 눈으로 등장하고 있다.
최근 미국과 유럽의 정보산업계가 내년 1월에 열릴 2단계 정보기술협정(ITA II)을 위한 다자간 협상을 앞두고 요즘 컴퓨터관련 품목들의 관세철폐 시기를 2004년에서 2000년으로 앞당기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
미국 정보산업계는 양허세율이 3% 이하인 품목에 대해 무세화 시기를 앞당기고 소프트웨어에 대한 명확한 정의를 내려 관련 소프트웨어가 수록된 매체들까지 무관세화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이미 미무역대표부(USTR)에 제안해놓고 있다. 또 인터넷 전자상거래 활성화를 적극 유도하기 위해인터넷 구축에 필요한 장비와 ITA에 해당하는 품목(2백2개)에 대해 일반 교역과 똑같이 무관세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유럽연합(EU) 정보산업계도 내년초 다자간 협상에 대비해 관세철폐 시기단축과 품목 확대 등을 주내용으로하는 의제를 최근 확정했다. EU 정보산업단체(ECTEL)이 의제로 삼은 것은 관세 조기 철폐, 비관세 장벽 철폐, 품목범위 대폭 확대, 참여국 확대 등 4가지.
이에따라 컴퓨터및 주변기기 등 관련업체들은 우리 정부의 대응책에 주목하면서 나름대로 자구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우선 개인용 컴퓨터(PC)의 경우 국산제품의 가격경쟁력이 약해 관세인하는 곧 수출확대로 이어지는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으나 크게 도움이되지는 않을 것이라는게 업계 시각이다. 이 보다는 내수시장에서 외산저가품의 수입이 확대돼 국산 PC의 시장점유율이 추락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또 중형컴퓨터는 이제 꽃을 피우려는 국산주전산기가 큰 타격을 받게돼 산업기반을 다지기가 곤란하며,대부분 외산기종에 의존하고 있는 대형컴퓨터는 오히려 별다른 변화가 없을 전망이다.
전세계 시장을 한국과 대만 업체들이 주도하고 있는 모니터는 관세가 철폐되더라도 수출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겠지만 경쟁력이 있는 대만제품의국내유입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프린터도 수출촉진 효과를 기대할 수는 있지만 일본 제품의 국내유입이 크게 확대될 것이 뻔하다.
미국과 일본이 세계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하드 디스크 드라이브(HDD)나 플로피 디스크 드라이브(FDD)도 국내시장을 내줘야할 판이다.
결국 정보기술협정이 체결되면 우리나라 컴퓨터관련 산업은 수출확대보다는 수입증대로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일부에선 ITA가 발효될 경우 국제경쟁력을 갖고 있는 국산 정보기술제품의 수출을 늘리고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고부가가치 품목으로 산업구조 개편을 촉진시켜 정보기술산업의 경쟁력 향상을 기대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국내 컴퓨터관련 산업의 위축이 불가피함은 물론 자칫 컴퓨터 업체들의 설땅을 잃게될 수 있다는 점때문에 관련업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이윤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