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품업계, 첨단기술 특허 대책마련 시급하다

미국 퀄컴社가 이동전화의 핵심부품인 CDMA칩에 대해 고액의 특허료를 요구하고 있는 가운데 주요 유망 일반 부품도 특허 문제가 새로운 이슈로 부각해 치밀한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

3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전자산업 고도화로 주요 부품시장이 확대되면서 미국, 일본, 유럽연합(EU)등 선진국들이 특허공세를 대폭 강화하고 나서 그동안 특허 안전지대로 간주됐던 일반 부품업계 전반에 특허문제가 쟁점화하고 있다.

이동통신단말기용 차세대 전지로 각광받고 있는 리튬이온 2차전지의 경우 미국, 일본, 영국 등 선진국들이 전해질, 극판, 양극활물질 등 상당수의 제조 및 물질특허를 무기로 공세에 나서 최근 중기거점과제로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국내 업체들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주문 제작에 의존하는 업종 특성상 그동안 특허의 사각지대였던 PCB분야에서도 BGA(Ball Grid Array), 플립칩 등 차세대 반도체패키지 기판을 비롯, 첨단제품의 양산이 본격화하면서 미국IBM의 빌드업기술, 미쓰비시의 BGA원판 등 첨단 제조기술 및 소재에 대한 특허 문제가 새롭게 부각되고 있다.

자기헤드 부문에서는 일본JEC가 비디오용 적층 라미네이팅(ML)헤드에 대해 기술이전 조건으로 고액의 로열티를 요구하고 있으며, HDD용 차세대 고집적 자기저항(MG) 및 거대자기저항(GMR)헤드 분야에서는 IBM, TDK, 후지쯔, 야마하, 알프스 등 미, 일업체들이 원천기술에 대해 대부분 특허를 걸어놓은 상태다.

첨단 재료부문도 심각한 상황. 차세대 자성재료로 각광받고 있는 Nd(네오디뮴)계 희토류자석은 미국GE와 일본스미토모가 물질 및 제조특허를 이용, 고율의 로열티가 포함된 원자재(리본)를 공급하고 있으며, 아모포스(비정질)재료 역시 일본도시바와 미국얼라이드의 특허로 국내업체들이 사업화의 어려움이 많다.

선진국들의 특허공세로 부품업계의 특허분쟁도 부쩍 늘어나 최근 도시바가 국내 통신부품 관련 벤처기업인 도남시스템의 광커플러용 핵심기술인 FBT(Fused Biconical Tapering)에 대해 2만달러의 최초 사용료와 4%의 러닝로열티를 요구, 물의를 빚고 있다.

또 일본무라타는 브라운관의 핵심부품인 디가우싱용 PTC서미스터에 대해 국내 업체들에게 특허료를 요구한데 이어 저가공세를 펴고 있으며 마쓰시타는 지난해 칩전해컨덴서에 대한 특허료를 요구, 국내 관련업계와 지불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이밖에 일본 대형 PCB장비업체인 하쿠도가 국내 영화OTS에 자동커팅라미네이팅기의 핵심 기술에 대해 특허문제를 제기, 이 회사가 이를 피하는 데 적잖은 시간을 소비하는 등 선진국들의 특허공세가 부품업계 전반으로 확산되는 추세다.

부품업계 관계자들은 『선진국들이 일단 최신 부품개발과 동시에 다양한 특허를 걸어 놓고 본격적으로 시장이 형성되면 고액의 특허료를 소급해 요구하는 등 특허의 무기화가 가속화되고 있다』며 국내 업체들의 치밀한 특허 대비가 시급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중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