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그래픽 전문업체인 코닉에서 근무하는 김득영 팀장. 그래픽 제작이 주요 업무인 그는 데이터를 저장하기 위한 보조기억매체로 어떤 제품을 구입해야 할지 심각하게 고민한 기억이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속도가 빠르고 편리하면서 가격 면에서의 이점과 안정성을 갖춘 탁월한 제품을 고르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속도는 느리지만 제작한 그래픽 데이터를 간편하게 고객에게 가져갈 수 있으며 호환성이 보장되는 「집드라이브」를 구입했다.
멀티미디어 타이틀 제작 및 인터넷 전문업체인 뉴페이지의 정용희 사장도 이러한 고민을 하다 최근 「CD RW」를 구입했다. 컴퓨터 그래픽분야와 달리 데이터 이동보다는 백업업무가 더 많은 회사입장을 고려해서다. 또 기존에 CD드라이버를 갖고 있어 이들 데이터와의 호환성을 고려한 것도 이 제품을 선택하게 된 주요 참고사항이 됐다.
최근 보조기억장치가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면서 컴퓨터 사용자에게는 선택의 폭이 넓어지고 있다. 발표되는 제품들은 보조기억장치의 대명사인 HDD와 착탈식 하드디스크, 테이프 드라이브를 제외하더라도 대략 9, 10여종.
그러나 호환성과 가격, 안정성, 매체의 특성이 각양각색이어서 입맛에 맞는 제품을 고르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대용량 보조기억장치의 다변화추세가 두드러지는 이유는 두말할 필요없이 컴퓨터 사용환경의 변화 때문이다. 인터넷과 멀티미디어의 등장으로 비디오 클립이나 오디오 데이터를 취급할 일이 많아졌다는 것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는 모빌컴퓨팅 개념도 보조기억매체의 빠른 변화를 유도하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노트북 사용자가 급증하고 있는 것 역시 보조기억장치의 인기를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노트북은 속성상 업그레이드 비용이 비싸고 하드디스크를 업그레이드하기도 쉽지 않아 PCMCIA나 패럴렐 포트를 이용해 간단하게 사용할 수 있는 보조기억장치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가장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분야는 3.5인치 플로피디스크드라이브의 대체미디어로 급부상한 1백MB급 보조기억장치. 이 가운데 집드라이브는 드라이브와 디스켓이 모두 저렴하고 기존 1.44MB의 70배인 1백MB의 저장능력을 갖춰 이미 이 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상태다. 학교에서 작업한 파일을 복사, 집에 가져가기 위해 주로 구입하는 학생층이나 데이터 단위의 이동을 주요 업무로 하는 업체에서 인기가 매우 높다.
여기에 맞서 이메이션과 일본의 보조기억장치 제조사에서 컨소시엄을 구성해 개발한 「LS-120」의 도전도 만만치 않은 수준이다. 기존 3.5인치 디스켓의 하위 호환성은 물론 1백20MB의 넉넉한 저장공간에 부팅기능까지 지원, 3.5인치 드라이브의 대체수단으로 유력하게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3.5드라이브와 같은 크기에 A드라이브로 바로 사용할 수 있다는 편리성 때문에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1백MB급이 다소 부족하고 속도가 마음에 들지 않는 사용자들을 대상으로 2백30MB에 하드디스크 방식을 채택하고 있는 「이지 플라이어」도 눈길을 끌고 있다. 스카시 인터페이스에 하드디스크 방식인 이지 플라이어는 성능과 가격 면에서 경쟁력을 갖춘 제품. 미디어 가격도 비교적 저렴하고 가벼워 휴대형으로 적합한 기종이다.
사이퀘스트의 「사이젯」이나 아이오메가의 「재즈드라이브」 등 스카시를 기반으로 한 보조기억장치도 최근 들어 인기를 끌고 있는 제품이다. 1GB급 이상의 넉넉한 저장공간에 이동의 편리성이 주요 장점으로 또하나의 하드디스크라고 여겨도 될 만큼 빠른 속도를 가지고 있고, 스카시방식의 컴퓨터나 패럴렐 포트에 쉽게 연결할 수 있기 때문에 대용량 데이터나 응용프로그램을 이동해야 하거나 백업하는 데 안성맞춤이다. 다만 미디어 가격이 비싸 이들 제품은 기업이나 전문 사용자를 중심으로 시장이 형성되고 있다.
상변환 레이저방식을 사용하는 「PD」도 저렴한 가격을 장점으로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HDD와 CD를 합쳐 놓은 형태인 PD는 다른 어떤 매체보다도 탁월한 데이터 안정성과 저렴한 미디어 가격을 앞세워 사용층을 지속적으로 넓혀나가고 있는 상태다. 여기에 노트북이나 내장형, 외장형, 스카시, E-IDE방식 등 어떤 환경에도 적응하는 다양한 제품군이 최대 장점이다.
같은 상변환 레이저방식이면서 CDR에 쓰기기능을 덧붙인 CD RW도 다크호스로 떠오르는 저장매체다. 한 번의 쓰기기능만을 지원했던 기존 CDR의 단점을 개선한 이 제품은 1천여번의 쓰기를 지원해 데이터 백업분야에서 PD와 경쟁을 벌일 제품이다.
이외에도 사이퀘스트에서 다음달 발표할 「로케트(4.7GB)」와 미국 아이오메가의 2GB급 재즈드라이브, 8배속 PD 등이 올해 안에 선보일 제품들이다. 또 소니에서 오는 2000년 상용화를 목표로 개발하고 있는 차세대 저장매체인 「광디스크 녹화장치(12GB)」와 DVD에 쓰기기능이 덧붙여진 DVD램 등도 잇따라 발표될 예정이다.
이때문에 많은 관계자들은 보조기억장치를 구입할 때 「생명력」을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사항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DVD램이 최종 발표되는 시기가 되면 가격과 성능 면에서 경쟁력을 상실할 제품이 많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미디어가 지속적으로 공급되지 않거나 국내 공급원이 확실치 않은 제품의 경우에는 투자한 만큼의 지속적인 지원을 받지 못하는 사례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안정적인 공급원과 개발사의 지명도, 시장상황 변화를 예의주시하는 것이 최선의 선택을 돕는 기초 자료라고 밝히고 있다.
<이규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