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 「전자 공동체」

현대 전자통신이 보여주는 뚜렷한 능력들, 즉 속도, 상호성, 그물짜기, 부호능력, 그리고 잠재적인 편재성 등에 의해 각종 전자공동체(Telecommunities)가 새로운 현상으로 가능해졌다. 그것들은 공유된 관심을 근거로 세워진 강력하면서도 실체가 없는 공동체다.

다른 말로 하면, 그것들은 국경선에 의해 분할되지 않는다. 이러한 무장소적 공동체들의 성장은 사회에 경제적으로, 정치적으로, 문화적으로 주요한 영향을 미칠 것이며, 수많은 방법으로 전통적인 주권 개념에 도전을 가할 것이다.

장기꾼, 재향군인, 무역업자, 공급자, 스포츠팬, 시인, 수집가, 학생, 발명가 등 전자공동체들이 묶어내는 공통된 관심을 가진 무리들은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다.

경우에 따라서는 잠정적이고 일시적인 필요에 반응하기 위해 전자공동체들이 생겨나기도 하지만, 좀더 영구적인 전자공동체들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적어도 잠재적으로는 여러 민족구성원들을 포괄하고 있으면서, 반면 국제적인 협약들에 의해 규제한다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전자공동체들은 국민, 국가를 넘어선 실체로 간주돼야 한다.

전자공동체들은 새로운 정언명령들에 의해 지배된다. 연결성, 접근성, 속도, 안전, 그리고 정보의 소유 등이 그 중 기본이 된다. 오늘날 우리는 아직 이러한 정언명령들이 얼마나 많은 잠재력을 지니고 있는지 완전히 알고 있지 못하다. 예컨대 특수한 공동관심들에 초점을 맞추면서, 전자공동체들은 경제발전을 위해 막대한 추진력을 지니고 있는, 유연하고 특수화된 그리고 고도로 능률적인 시장들을 가능케 한다.

전자공동체들은 또한 전통적인 경제 내지 재정적 기구들을 뒤흔들고 재배치할 것이다.

은행과 같은 전통적인 기구들은 예컨대 은행사무실의 비집중화에 의해 이미 전자공동체들로부터 상당한 이익을 얻어내고 있다.

전자공동체들은 허상은행, 원격진료, 그리고 전자서비스와 같은 새로운 비즈니스와 함께 인터넷 검색과 같은 새로운 비즈니스 수단들을 창출할 기회를 제공한다.

아울러 구성원들간의 교역, 교육목표, 또는 선호하는 여가활동과 같은 통계는 그러한 정보의 활용과 공급에 바탕을 둔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들을 창출해낼 것이다.

이와 같은 공동체들은 정보에 근거한 국가의「통화」정책에도 영향을 미칠 것인바, 우리는 많은 유럽사람들이 단일한 유럽통화의 창출을 둘러싸고 자신들의 통화가 초국가적 중앙조직에 의해 통제되는 것을 꺼리는 데서 이를 쉽사리 짐작할 수 있다.

만일 정보빈자들이 이에 접근할 수만 있다면, 전자공동체들은 지구상의 많은 부분들에서 경제적 조건들을 급속히 개선할 수 있는 강력한 도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비록 군사력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 할지라도, 전자공동체들은 정보의 공유를 통해 의용군이나 반도들에게 활력을 제공함으로써 사태 장악을 가능케 할 것이다.

그런데 만일 이와 같은 막강한 힘이 새로운 종류의 범죄들을 위한 비옥한 토양이 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불행히도 이미 그와 같은 징조들이 여기저기에서 나타나고 있다. 그러기에 우리는 정보사회의 특징을 시간과 공간의 초월, 인간소외의 고도화, 직접적인 인간관계의 단절, 총상업화로 규정하고, 『모든 사람이 서로 단절돼 유목민처럼 끝없이 황량한 황야를 헤매는 비극』을 우려하는 음성에 진지하게 귀를 기울여야 한다.

<한국문화정책개발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