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중소기업시대 (56);메디게이트

「한국인의 체형과 체질에 맞는 생체신호 관련 전자의료기기 개발에 사활을 건다.」

메디게이트(대표 오건민)는 지난 7월 강원도 원주시 태창동 소재 중소기업진흥공단 창업보육센터 공장을 2년간 임대, 생산설비를 갖추고 생체신호 관련 전자의료기기 양산에 돌입하는 신생 업체이다.

그러나 이 회사가 지닌 기술력 만큼은 결코 신생업체의 불안정한 모습과는 거리가 멀다. 그 이유는 약 4년 전부터 의료기기 사업 본격화를 위해 치밀한 준비를 해온 데다 의공학 분야의 대가들이 모여 있는 연세대 의용전자공학과와 꾸준히 산학협동을 추진해왔기 때문이다.

원래 이 회사는 현우마이크로라는 컴퓨터 하드웨어 및 주변기기업체가 모태다. 컴퓨터 산업이 한창 번창하던 시절, 경쟁이 점차 치열해져 마진은 갈수록 박해질 수 밖에 없음을 직감한 오건민 사장은 사업 다각화 차원에서 고부가가치 제품 개발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된다.

순천향대부속병원, 한림대부속병원 등 주 수요처인 대학병원에 컴퓨터시스템을 납품, 설치하면서 자연스럽게 의료기기를 접하게 된 오 사장은 전자의료기기의 부가가치가 매우 높고 무엇보다 컴퓨터 사업을 하면서 축적한 기술을 직접 접목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이 사업에 뛰어들기로 결심한다.

오 사장은 우선 오랜 궁리 끝에 장차 유망할 것으로 판단되는 체성분분석기와 심전계 등을 개발하기로 결정하고 생체신호 관련 기술에서 독보적인 위치에 있는 연세대 의용전자공학과(윤형로교수팀)와 산학협동으로 제품 개발에 착수했다.

이를 위해 오 사장은 약 4년간 정부가 지원하는 개발자금 4억원과 자체 조달한 8억원 등 총 12억원을 들여 체성분분석기와 수면무호흡감시장치 등의 개발을 최근 완료했다.

지난해 매출규모가 43억원에 불과한 현우마이크로가 매출이 전혀 발생하지 않는 상황에서 4년간 12억원을 투입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으나 약 2년 후면 모기업인 현우마이크로의 순익을 능가하고 3년 후면 매출까지 능가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기에 주저하지 않았다고 오 사장은 회고했다.

가장 먼저 상품화에 성공한 체성분분석기(모델명 BCA-1000)는 1KHz~1백KHz에 걸친 다중주파수를 이용, 인체 임피던스를 측정하고 인체 구성 성분을 분석할 수 있는 첨단장비로 기존 단일주파수를 사용하는 장비보다 정밀한 수치측정이 가능하며 한국인의 신체조건을 기준으로 소프트웨어를 개발, 정확한 측정결과를 도출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또 이달 말 시판하는 수면무호흡감시장치(모델명 AMON-100)는 심전도 측정원리를 이용, 호흡할 때와 안할 때의 인체 임피던스 차를 측정해 무호흡상태 발생시 경보는 물론 진동장치를 통해 환자를 깨울 수 있는 장치로 국내 최초의 개발품이다.

현재 개발은 완료했으나 내년 상반기부터 출시할 예정인 12채널 심전계(모델명 ECG-1200)는 2개의 마이크로프로세서를 장착, 실시간 데이터 출력과 31가지 심장관련 질환을 고속으로 진단할 수 있으며 진단 알고리즘을 자체 개발, 내장함으로써 진단효과가 뛰어나다.

이밖에 메디게이트는 16비트 마이크로프로세서를 내장, 처리속도가 빠르고 플래쉬 메모리 카드를 사용해 저장 용량 증대와 안정된 자료 보관이 가능한 홀터심전계(모델명 HAN-310)를 국내 최초로 개발해 내년 하반기부터 시판할 예정이며 원격진료 및 의료정보화용 전자의료기기도 추가 개발중이다.

오 사장은 『의료기기 사업이 생소한 점을 감안해 매출에 크게 개의치 않고 내년까지는 직판체제로 운영하면서 이 시장에 대한 공부를 할 계획』이라며 『가격 및 품질 경쟁력을 바탕으로 99년 초부터 대리점 체제로 전환하는 한편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시장을 중심으로 수출에도 나설 방침』이라고 말했다.

매출 10억원이 되기 전에는 창업투자사의 투자를 받지 않고 내실을 다지겠다는 메디게이트의 내년 매출 목표는 10억원이며 현재 건립중인 경기도 군포시 공장이 완료되는 2년 후에는 군포로 공장을 이전하고 기술연구소도 설립, 핵심기술 축적에 주력할 방침이다.

<박효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