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기업 부설 연구소 수가 3천개에 이르고 전체 연구개발(R&D)투자액이나 연구원 수 측면에서 선진국과 비슷할 정도로 왕성한 기술개발 의욕을 보이고 있지만 주요 분야별 기술수준은 선진국에 크게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5일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회장 강신호)가 내놓은 「97년 산업기술백서」에 따르면 지난 10월 말 현재 기업 부설연구소로 등록된 민간 연구소는 총 2천9백57개에 달하며 확보한 연구원만도 총 7만9천3백73명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또 국내 기업들이 올해 기술개발부에 투자할 금액은 모두 12조 1천1백20억원에 이를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95년도 우리나라의 연구개발 총 투자액은 1백22억달러로 국민총생산의 2.71%를 차지, 주요 선진국들과 비슷한 수준을 보이고 있으며 인구 1만명당 연구원 수도 28.6명으로 프랑스, 영국 등 유럽국가들과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연구개발 활동의 지표로 꼽고 있는 특허출원 건수는 지난 96년에만 9만3백26건으로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를 제치고 세계 5위권에 이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으며 기초연구 부문의 수준을 나타내는 국제 학술지 논문발표 건수도 19위로 뛰어 올랐다.
반면 주요 분야별 기술수준은 선진국의 50%선을 넘지 못하고 있으며 주력개발제품의 3분의 2가 선진국시장의 성숙기 제품으로 우리 기업들이 왕성한 기술개발의욕에도 불구하고 기술개발 효과를 제대로 얻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우리나라 주력제품의 기술 수준은 선진국의 70∼90% 수준이 대부분이며 미국을 1백으로 할 경우 기술개발력 지수가 우리나라는 6.55로 일본(70.19), 독일(47.68)프랑스(28.99)에 비해 크게 떨어지고 있는 것으로 평가됐다.
또 문민 정부들어 정부의 연구개발 예산은 정부 총예산의 증가율을 상회할 정도로 과학기술우위 정책이 추진되어 왔으나 과학기술계가 체감하는 과학기술정책은 오히려 악화되었다고 백서는 지적했다. 백서는 특히 문민정부 초기 많은 과학기술 장단기 계획이 수립되었으나 예산부족으로 제대로 시행되지 못했으며 이로 인한 행정력의 낭비, 정책의 실기, 기업의 불신초래 등 난맥상을 보였다고 비판했다.
백서는 새로 출범할 신정부가 추진해야 할 과학기술정책방향으로 과학기술을 경제적관점에서 접근할 것이 아니라 핵심기술력 확보를 최우선으로 하는 경제정책을 추진하고 이를 위해 △기술개발 지원정책의 투명성과 단순화 △과학기술정책 집행을 위한 종합조정기능 강화 △지역간 균형발전을 위한 과학기술 하부구조 강화 △기술개발 평가인력 양성 등을 제시했다.
백서는 민간연구소 3천개 시대를 맞아 우리 연구소가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정부의 다양한 정책개발과 함께 국내 기업부설연구소들이 △외국 기업들과 전략적 제휴 △연구소와 생산 및 마케팅 부문간의 유기적인 협조체제 구축 △연구원들의 사기진작 △국내 기업간 신뢰를 바탕으로 한 전략적 제휴강화 △독창적인 연구관리체제 구축 등에 앞장서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창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