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벤처기업이 뛰고 있다 (29);세원텔레콤

「우리가 땀흘릴 곳은 국내시장이 아니라 해외시장에서다.」

벤처기업의 선두주자인 세원텔레콤이 해외시장 개척에 선구자임을 자임하고 나섰다. 근거는 세계적인 통신기기 제조사인 미국 모토롤러社와 디지털 주파수공용통신(TRS)단말기를, 퀄컴社와는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디지털 휴대폰 및 개인휴대통신(PCS)단말기 등을 생산키로 하고 잇따라 기술도입 라이선스를 맺는 등 해외시장 개척을 위한 터전을 완비했기 때문이다.

물론 엄밀히 말해 CDMA 디지털 휴대폰 등 CDMA 관련 사업은 세원텔레콤이 단독으로 퀄컴社와 기술도입 계약을 맺은 것은 아니다. 세원텔레콤이 포함된 중소통신기기 4社가 공동으로 설립한 시너텍정보통신(가칭)이 기술도입 계약의 주체다.

하지만 이들 중소통신기기 4社가 각각 개별적 권리를 갖는 공동계약 형태로 라이선스를 맺어 독자 브랜드로 CDMA 관련 단말기의 내수는 물론이고 미국을 포함한 수출까지 할 수 있게 됐다.

세원텔레콤은 이를 위해 인천시 서구 가좌동 제1공장에 이어 올 초 10억원을 들여 충북 괴산군 불정면 소재 대지 1만5천4백평 건평 2천평에 제 2공장을 마련했다.

이 공장에는 내년 상반기까지 총 1백억원이 투입돼 연 20만대 규모의 TRS 단말기를 생산, 내수와 TRS의 본고장인 미국시장에도 수출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CDMA 디지털 휴대폰 및 PCS 단말기를 비롯해 인터넷 폰, 스크린 폰 등 각종 통신단말기도 생산해 내수 및 수출을 개시하게 된다.

세원텔레콤이 이처럼 올해 해외시장으로의 진출을 본격 선언하게된 밑바탕이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하지만 세원텔레콤이 오늘의 도약을 이어가는 밑거름을 놓은 것은 불과 4년정도. 지난 93년 말 국내 최초로 개발에 성공한 한글 신용카드조회기의 국산화가 바로 그것.

90년대 초 급격한 성장세를 보여온 국내 신용카드 조회기시장은 당시 국산 제품이 찾아 보기 힘들 정도로 거의 외산 조회기가 판을 치고 있는 시기였었다. 따라서 세원텔레콤이 내놓은 신용카드조회기가 불티나게 팔린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이치. 이같은 판매호조에 힘입어 지난 93년 매출액이 고작 16억원에 불과하던 세원텔레콤의 94년 매출액은 두배이상 늘어난 43억원에 이르렀으며 95년에는 59억원, 96년엔 89억원을 올리는 등 고속성장세를 구가해왔다.

세원텔레콤의 이같은 매출 성장세는 올해들어 더 가파르게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지난 달말 현재 1백95억원의 매출실적을 올렸으며 연말목표치인 3백17억원의 고지도 현재로서는 무난할 것으로 기대돼 신용카드 조회기분야의 선두업체로 손색이 없을 정도로 각광을 받고 있다.

하지만 세원이 오늘에 이르기까지 전혀 난관이 없었던 것이 아니다. 창립 2년째인 90년부터 정부의 공업발전기금 1억5천만원을 지원받아 2년동안 개발한 반도체 웨이퍼 테스터장비가 기대 이하의 참패를 보면서 한동안 경영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었다.

이유는 단 한가지. 국산장비의 구매에 앞장서야 할 국내업체들이 사용도 해보지 않고 보기좋게 퇴짜(?)를 놓았기 때문이다. 신뢰성에 문제가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추측만으로.

홍성범 사장(43)은 그때의 감회를 이렇게 회고했다.

『주말과 휴일을 잊은 채 오로지 국산화하겠다는 욕심 하에 여유자금을 몽땅 다 끌어다 제품을 만들었음에도 불구하고 하루 아침에 쓸모 없는 장비로 전락할 때의 마음은 마치 자식을 잃은 슬픔과 같았었다』고 심정을 토로했다.

때문에 홍사장은 회사 설립후 신용카드조회기가 대성공을 거둔 93년까지 5년동안 집에는 돈한푼도 갖다주지 않는 영점짜리 아빠라는 불명예를 안기도 했으며 아직도 그 당시 가족들에게 진 빚을 다값지 못해 늘 미안해하고 있다.

지난 88년 10월 자본금 5천만원을 설립된 세원텔레콤은 올해로 출범 10년째를 맞고 있으나 아직까지도 벤처기업이라고 당당히 밝히고 있다. 당초부터 벤처자본으로 설립됐으며 현재도 무한기술투자, 한림종합금융, 제일창투, KTB, 한국산업은행 등 벤처캐피탈이 여전히 지분을 참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원텔레콤은 벤처기업체들이 공동으로 추진하고 있는 서울벤처빌딩 건립사업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다. 서울 벤처빌딩 조합장을 맡고 있는 홍사장은 『벤처기업들이 지니고 있는 자본의 취약성 등을 극복하고 장기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터를 마련하기 위해서는 이같은 사업이 필요하다』고 역설하면서 아무리 어려운 난관이 닥쳐도 창업초기의 개척정신으로 일관한다면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세원텔레콤은 또 유망정보통신 1백여개 기업체가 결성한 「사이버 벤처그룹」 설립에도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등 벤처기업으로서는 빼놓을 수 없는 역할을 맡고 있다.

2000년에 세계적인 정보통신 전문업체로 도약한다고 선언한 세원텔레콤은 앞으로도 고도의 전문지식 및 노하우를 축적하고 차세대 정보기술(IT)개발에 적극 힘쓰고 있다. 특히 전사원의 20%에 해당하는 인력들이 연구직에 종사하고 있는 것을 봐도 세원텔레콤이 연구개발(R&D)분야를 얼마나 중요시하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

이 밖에 내년 4월 장외주식시장 등록, 벤처 자회사설립, 스톡옵션제, 재교육 등을 통해 희망찬 미래를 위한 오늘을 준비하고 있다.

<김위년 기자>

[인터뷰] 홍성범 세원텔레콤 대표

『철저한 벤처정신으로 재무장해 우리의 무대를 해외시장으로 옮기고 싶습니다. 우리의 기술이 해외에서 인정받을 때 비로서 제가 소망하고 있는 목적을 달성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난 93년 국내 최초로 한글 신용카드조회기를 개발, 창업 4년만에 국내 신용카드조회기 시장에서 정상의 자리에 우뚝 선 세원텔레콤 홍성범(43)사장은 벌써 해외시장 진출이라는 꿈을 키워가고 있다.

세원텔레콤은 이를 위한 발판으로 내년 초 미국 현지법인 설립과 나스닥 진출을 동시에 꾀하고 있으며 국내에서는 충북 괴산에 대규모 생산공장을 마련하는 등 해외진출에 따른 준비작업을 차질없이 진행하고 있다.

벤처기업의 사업확장과 관련, 그는 『벤처기업은 벤처다워야 비로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밝히고 『오직 한 분야로만 기술개발에 매진하는 것이 벤처기업의 원뿌리』라고 설명했다.

때문에 세원텔레콤은 앞으로의 주력사업을 금융단말기, 주파수공용통신(TRS) 단말기, 개인휴대통신(PCS) 단말기, 네트웍 단말기 등으로 국한해 세계적으로 경쟁력 있는 제품을 만들어 공급할 예정이다.

특히 올 초 세계적인 통신기기 제조사인 모토롤러社와 TRS 관련 기술계약을 맺은 것은 의외의 결과로 업계에서는 받아들이고 있다.

홍 사장은 『우리같은 무명업체에 모토롤러가 라이선스를 준 것은 그만큼 우리 회사의 능력을 인정한 결과가 아니냐』고 반문하면서 『내년이면 한글이 지원되는 디지털 TRS단말기를 개발, 이 분야의 선두업체로 나설 것을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세원텔레콤은 벤처기업으로서 아주 독특한 기업문화를 지니고 있다. 「정직과 의리」를 기반으로 삼성과 LG 출신들이 서로 조화롭게 융합돼 기술개발의 시너지효과를 거두고 있으며 호칭도 「사장」을 「대표」라고 부르는 등 직원상호간 인간중심의 경영을 실천해 나가고 있다.

산하 협력업체들에게 어음이나 당좌를 발행하지 않고 전액 현금거래를 하고 있는 것도 세원텔레콤이 지니고 있는 특징 중의 하나다. 1천만원 이하의 비교적 적은 금액은 납품 당월에 지불하고 큰 금액이라도 납품 다음달에 현금으로 지급하는 등 상호간의 신뢰를 돈독히 하고 있는 것이다.

『협력업체 서로간 불신을 갖고 있는 상황에서는 사소한 제품이라도 좋은 제품이 나올리 만무하다』고 밝힌 홍 사장은 『조그마한 문제라도 서로 신뢰를 갖는다면 아무리 어려운 문제가 닥쳐와도 거뜬히 해결 할 수 있는 힘을 발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세원텔레콤은 보편적인 사람들이 모여 서로 간의 약점을 보완하는 회사』라고 설명한 그는 『한가지 목표를 설정해 참고 동반하는 회사를 만들기 위해 모두가 노력하는 터전이 바로 세원』이라고 강조했다.

세원텔레콤은 특히 창업에 뜻을 두고 있는 사내의 젊은이들에게 문호를 완전히 열어 놓고 있다. 이는 사내 벤처기업의 활성화가 곧 세원의 미래를 열어가는 지름길로 작용할 수 있다는 신념에서다.